MB정권 끝까지 '민영화'에 '집착'하는 내막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8.10 19: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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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장난' 하다가 정권 말 '오줌' 제대로 싼다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민영화 때문에 난리도 아니다. 임기 6개월여를 남겨둔 상황에서 MB정부가 민영화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는 양상이다. 이렇다 할 성과는 없다. 우리금융지주 민영화가 '3전3패' 했고 산업은행 민영화의 첫걸음이라 할 수 있는 IPO도 국회의 반대에 무산 위기를 맞고 있다.  한마디로 '낙제점'이다. 이런데도 정부는 '경쟁도입'이라는 명분 하나만을 가지고 KTX·가스·공항·면세점·의료민영화 등 무리하게 민영화를 밀어붙이고 있다.

지난달 27일 우리금융지주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에 단 한 곳도 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KB금융이 인수 유력 후보로 떠올랐지만 양측 노조를 중심으로 두 금융지주가 합병할 경우 소매금융 영역에서 상당 부분 겹치는 데다 은행 점포가 2000여 개를 넘고 중복 점포도 많아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반대여론에 밀려 무산됐다.

우리금융지주 매각
사실상 차기 정권으로

금융당국은 이명박 정부 들어 우리금융 매각을 3차례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정부는 공식적으로 "당분간 추가 매각 시도는 없다"고 선언했다.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도 "내년에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이른 시일 내에 (민영화가) 추진되지 않겠느냐"면서 "(현 정부하에서) 세 번 추진해 다 안 됐지만 할 수 있는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으므로 그런 방법을 동원하면 쉽게 되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이로써 우리금융 민영화 문제는 차기 정권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짙어졌다.

산업은행 민영화를 위한 첫걸음이라 할 수 있는 기업공개(IPO)도 국회의 반대에 부딪혀 사실상 무산될 위기를 맞고 있다. 현행 산업은행법에 따르면 산업은행 주식을 상장하는 IPO는 지분의 최초 매도시점에서 산은이 발행한 외화표시채권(20조원)의 원리금 상황에 대해  정부 보증이 필요하고 국가재정법에 따라 사전에 국회의 보증 동의가 필요하다.

당초 산은은 지난 4월 마지막 임시국회에서 정부 보증안을 처리한 뒤 6월에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해 오는 10월까지 상장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었다.


강만수 산은금융 회장이 "주식을 민간에 파는 IPO와 민영화는 완전 별개"라며 선을 긋고 나섰지만 "한 주라도 파는 건 민영화를 염두에 둔 게 아니냐" "정책금융 기능을 떼고 결국 민영화하는 것 아니냐" 등 야당뿐 아니라 여당에서도 산은의 IPO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가 형성됐다.

공적자금 들여 탄탄한 기업 만들고 민간매각
우리금융 민영화 '3전3패' MB 대선공약 무산

조선업계의 '알짜'로 꼽히는 대우조선해양 매각도 다음 정권으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매각에 소극적이고 2대주주인 자산관리공사(캠코)도 매각을 부정적으로 보기 때문이다.

캠코가 지난달 30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업무보고에서 "현재 주가, 거시경제 상황, 잠재적 투자자 등 매각 환경이 불리해 현 시점에선 매각 여건의 개선 추이를 봐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31일 정책금융공사가 입찰공고를 낸 한국항공우주산업(KAI)도 입찰이 불투명하다. 노조가 매각을 반대하고 있고, 입찰 참여자가 적어 유찰 가능성이 나오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이 수년간 인수를 타진해왔을 정도로 유일하게 적극적으로 나선 모양새지만 반대하는 여론은 점점 거세지고 있다. 현재 부채비율이 100%대인 KAI를 부채비율만 800%에 이르는 대한항공이 인수하는 것은 무리라는 평가다. KAI 사업구조상 단기간에 투자금을 회수하기 어렵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인천공항 급유시설
발언 임원 파면


설상가상으로 KAI 노조도 민영화 추진에 결사반대하고 있다. 대기업이 운영하던 KAI가 IMF 외환위기 때 공기업으로 전환되고 지금까지 부채를 탕감하는 등 건실한 사업구조를 구축해 왔는데 또 다시 민간 대기업에 헐값으로 떠넘기려 한다는 설명이다.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에 나선 문재인 후보도 "항공우주산업은 먼 미래를 내다보는 사업으로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며 "국가가 단기적인 실적만 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 집무실에 T-50고등훈련기를 전시할 정도로 관심이 많았다"며 "정권교체기에 우리 산업들을 민영화하는 것은 여러 의혹이 생길 수 있어 이 정부에서 하는 것은 맞지 않다. 국회활동을 통해 막아내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쌍용건설은 5차례 입찰 끝에 이종기업인 이랜드에 넘어갔다. 지난달 12일 마감한 수의계약 2차 접수에 이랜드가 유일하게 예비견적서를 제출했고 지난달 30일 매각주관사인 캠코가 최종 견적서를 접수했지만 모두 외면했다.

이랜드는 시너지효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랜드가 유통업계에서는 많은 실적 등을 쌓고 있지만 건설업에 대해서는 이해도가 높을지 미지수"라며 "(이랜드가) 쌍용건설을 제대로 경영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인천공항급유시설 민영화는 시작도 하기 전에 '삐걱'대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오는 13일 인천공항급유시설의 민영화를 추진할 예정이었지만 지난달 25일 국회 국토해양위원회에서 대한항공 인천공항급유시설 임원의 특혜의혹 발언 등이 불거지면서 현재 입찰공고를 보류한 상태다.

인천공항급유시설 전 대한항공 임원은 지난달 20일 직원들에게 "국토해양부와 인천공항이 형식적인 절차를 통해 사업자 선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결론은 이미 나있다"며 "대한항공이 계속해서 사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알려지면서 대한항공의 인천공항급유시설 운영권 사업자 내정설이 수면으로 떠올랐고 국토해양위원회가 인천공항 업무보고 자리에서 이를 문제 삼아 대한항공에 급유시설을 매각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대항항공은 해당 임원을 파면 조치했다. 인천공항급유시설 사전 내정설 논란에 대해서도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현재의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카드'로 '파면'이라는 강수를 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회를 비롯한 여론도 여전히 특혜의혹을 거두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인천공항 급유시설 민영화가 이병박 정부가 임기 동안 압도적인 반대 여론에 막혀 추진하지 못했던 인천공항 민영화의 '우회로'라는 주장도 나왔다.

급유시설 민영화
시작도 전에 '삐걱'

지난달 27일 민주노총 인천본부와 공공운수노조는 "인천공항 급유시설 운영권 민간 위탁은 인천공항 민영화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가 임기 동안 압도적인 반대 여론에 막혀 추진하지 못했던 인천공항 민영화의 우회로를 택했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알짜배기 시설 운영권 사업자를 정하면서 일정이 굉장히 촉박하게 잡혔던 것을 두고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라는 주장도 제기됐다"며 "시설 민영화는 결국 재벌기업에 대해 합법적 독점권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자회사로 편입시킨 인천공항에너지의 전례처럼 급유시설도 인천공항공사가 직영으로 운영하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서발 KTX 운영 경쟁체제 문제도 국토부가 말 바꾸기를 하면서 임기 말 밀어붙이기를 강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지난달 18일 국토부 교통정책실장은 "정치권이 동의하지 않는 상황에서 더 이상 정부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동력을 상실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사업을 사실상 보류한다는 입장으로 받아들여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국토부는 말을 바꿨다. 5일 뒤 국토부 철도정책관은 "KTX 경쟁체제 도입을 계속 추진한다"며 "연내 REP(사업제안서)를 해당 기업들에게 발송하고 차기 정부가 들어선 시점에서 사업자를 선정하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국토부의 무리수는 현 정권 내 민영화 추진은 어렵더라도 대통령 선거 결과 등에 따라 내년에 재추진에 나설 수 있도록 '불씨'는 살려놓고 보자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KAI 유력 인수 후보 대한항공…특혜시비
정권 말 금융권·공기업 민영화·매각 난항
IPO조차 국회의 반대로 제자리걸음

철도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철도노조는 "사전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것은 민영화를 추진하겠다는 것과 똑같은 말"이라며 "국민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발생시킬 KTX 민영화 정책은 반드시 폐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서울CC·한국건설관리공사·인천종합에너지·88관광개발 등은 여러 차례 매각작업이 무산됐고 대한주택보증은 민영화 시한이던 2010년이 돼서야 2015년으로 매각을 미뤘다.

물론 민영화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하지만 늘 부작용이 뒤따랐다. 한국공항공사의 청주공항 민영화가 대표적이다. 2008년부터 추진돼 온 청주국제공항 민영화 정책은 올해 2월 한국공항공사가 운영권을 매각하면서 종지부를 찍었다. 공항시설 소유는 국가에 두면서, 공항의 운영권을 30년간 민간에 양도하는 게 청주국제공항의 민영화 방식이다.


국내 최초 공항 민영화 사례로 주목을 받은 청주국제공항 민영화는 국민의 비용부담 증가와 공공재로서의 역할 상실, 항공안전 불안 초래 등의 우려를 낳았고 인천공항 민영화 추진의 발판이 될 것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차례로 추진 중에 있는 관광공사의 면세점 민영화도 폐해를 낳고 있다. 2008년에서 2010년까지 관광공사가 운영 중이었던 10개 면세점 중 이미 4개 면세점이 철수를 완료했고 오는 12월에는 부산항, 2013년 2월에는 인천공항 면세점이 차례로 폐쇄될 예정이다.

이로 인해 재벌들의 면세점 독과점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현재 인천공항 면세점 시장점유율은 롯데 50%, 신라 40%, 관광공사 10% 수준이다.

일부 민영화 성공
부작용 잇따라

국산품에 대한 면세점들의 홀대도 큰 문제다. 국산품 판매비율은 지난 1~2년 기준으로 약 18%, 외제품은 약 82%였다. 18%라면 우려할만한 상태는 아니라고 보이지만 이중 절반을 국산담배 매출이 차지하고 있다. 한국을 상징할 수 있는 토산 기념품 등은 고사 직전이다.

또한 민간에서 운영하는 공항면세점은 외국의 명품과 수입품 위주의 판매장으로 전락해 외화유출 및 과소비조장 등의 폐해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이밖에도 정부는 농지개량·안산도시개발·한국자산신탁의 매각을 완료했고 그랜드코리아레저·한국전력기술·지역난방공사를 상장해 지분 일부를 민영화했다.

하지만 정부가 핵심으로 내세웠던 주요 대형기관의 민영화는 번번이 무산되거나 연기됐다. 사정이 이런데도 임기 말 이명박 정부는 무슨 배짱으로 강도 높은 민영화를 계속 밀어붙이고 있는 것일까?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정부가 KTX·인청공항 등 공공부문 민영화 등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이미 폐기된 747공약의 전철을 밝지 않겠다는 의지로 보인다"며 "하지만 시장 여건을 감안하면 녹록치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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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