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종구 하이마트 회장-유경선 유진그룹 회장 꺼지지 않은 갈등의 불씨

한손은 맞잡고 한손은 칼잡고 ‘위태~위태’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선종구 회장 개임안을 놓고 대립해온 하이마트와 유진그룹이 극적으로 합의했다. 주총이 시작되기 불과 10분 전에 이뤄진 일이다. 양사는 기존 ‘공동대표제’에서 유경선·선종구 ‘각자대표제’로 바꿔 하이마트를 운영하기로 했다. 표면상으론 훈훈하게 갈등이 봉합된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사실상 ‘종전’보다 ‘휴전’에 가깝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에 선 회장과 유 회장은 결단을 내렸다. 최초 ‘합의’에서 지분 전량 매각으로 방향을 튼 것. 그러나 재계는 갈등의 불씨가 여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인수자를 찾기가 쉽지 않으리란 이유에서다.

공동대표제서 각자대표제로 바꾸는 데 전격 합의
선 회장 영업·기타 업무 총괄…유 회장 재무 전반

유진그룹과 하이마트는 지난달 30일 유경선 회장과 선종구 회장이 기존 공동대표제에서 각자대표제로 체제를 바꾸는 데 합의했다. 유 회장이 하이마트의 재무 전반을, 선 회장이 영업과 기타 업무를 총괄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오후 6시에 유진그룹 본사에서 열린 이사회에서는 각자대표제에 따른 업무 분장을 논의하고 최종 확정했다.

이날 오전 10시에 열린 주총 안건에는 선 회장의 개임안이 예정돼 있었다. 유진그룹은 주총에서 임기만료를 앞둔 유 회장을 하이마트 이사로 재선임한 뒤 선종구 대표 개임안을 통과시켜 유경선 회장 단독대표 체제를 계획했었다. 그러나 주총 시작 10분을 앞두고 유경선·선종구 각자대표제에 전격 합의함으로써 최대주주와 설립자 간 경영권 다툼은 일단 봉합됐다.

주총 시작 10분전
각자대표제 합의

하이마트 비상대책위원회는 공동대표제 유지 합의에 대해 “하이마트 발전과 주주 이익을 위한 현명한 결단을 환영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유진그룹 측은 “하이마트 최대주주로서 현상황을 원만히 수습하고 정상화할 수 있도록 대승적 차원에서 합의를 도출했다”고 말했다.

이번 갈등은 그간 선 회장 단독경영 체제를 유지해 오던 중 유진그룹이 돌연 지난 10월6일 이사회에선 유 회장을 하이마트 공동대표에 선임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유진그룹 측은 “국내외 경영환경이 급변하고 하이마트가 국내시장을 넘어 해외시장으로 확장하는 ‘글로벌 하이마트’ 전략을 추진하는 시점에서 하이마트에 그룹 차원의 힘을 보태고 최대주주로서 책임경영에 앞장서겠다”고 공동대표제 선임에 의미를 부여했다.

여기에 유진그룹이 계약 당시의 콜옵션을 행사하겠다고 나서면서 경영권 분쟁은 본격화 됐다. 콜옵션 대상은 재무적투자자(FI) 지분의 4분의1인 6.9% 규모. 유진기업이 현재 보유한 31.34%를 더하면 지분은 38.24%까지 늘어나 2대 주주인 선 회장과의 지분율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지게 되는 상황이었다. 현재 선 회장이 갖고 있는 하이마트 지분은 17.37%이고, 아들 선현석씨 등 우호지분을 모두 합쳐 27.6%인 것으로 전해졌다.

급기야 최근 유진그룹이 하이마트 측에 선 회장을 해임하고 유 회장을 자리에 앉힌다고 통보하면서 갈등은 정점으로 치달았다. 이를 위해 임시이사회 장소도 당초 서울 대치동의 하이마트 본사에서 공덕동 유진기업 사옥으로 바꿨다. 홈그라운드에서 일전을 치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이후 양측은 기관투자가들의 중재로 대화에 나섰다. 그러나 선 회장이 “유진그룹이 경영권을 보장했다”는 내용의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협상은 결렬되고 말았다. 이에 따라 표 대결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제기됐다.

선 회장은 유 회장과의 표 대결에서 승산이 크지 않았다. 기존에 확보하고 있던 지분 차는 물론 주총 표 대결을 앞두고 벌인 우호지분 확보 경쟁에서도 유 회장이 크게 우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일단 표 대결이 진행되면 유진그룹이 하이마트를 집어삼키리란 게 업계의 견해였다.

자칫 파국으로 치달을 뻔했던 이번 사태가 가까스로 수습될 수 있었던 건 하이마트 임직원들의 강한 반발이었다. 하이마트 임직원들은 비대위를 구성, 유진그룹이 일방적인 경영권 장악을 위한 대표이사 개임 안건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하며 수차례 농성을 벌였다.

비대위는 이사회에서 선 회장이 해임되고 유진이 경영권을 장악하면 하이마트 경영진과 우리사주 조합직원 모두 주식을 전량 매각 처분할 것이라는 엄포를 놓기도 했다. 심지어는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었다.

농성·주식 매각 엄포
사표·법적 대응 까지

이처럼 강경한 반발에도 유진그룹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오히려 하이마트 최대주주로서 경영권을 정당하게 행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견을 확인한 하이마트는 지난 11월25일 전국 304개 지점 임직원 5000여명이 전원 연차휴가를 내고 하루 동안 사실상 동맹휴업에 돌입하리란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이들은 주주와 고객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판단, 휴업을 보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사표제출이라는 강수를 뒀다. 지점장 304명 전원과 임직원 등 총 358명은 비대위에 사표를 전달했다. 비대위는 “유진그룹이 30일 이사회에서 선 회장을 경질하겠다는 안건을 철회하지 않으면 추가로 많은 직원이 사표를 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진그룹은 표결로 갈 경우 선 회장을 대표이사에서 몰아내고 유 회장 단독경영 체제를 만들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하이마트 임직원들의 반발과 동맹휴업 현실화 등 부작용이 심각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유통업체의 경우 대리점과 주요 거래처 관리 등에 상당한 노하우가 필요해 임직원들이 대거 유출될 경우 회사 경쟁력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유진그룹은 유통업을 운영했던 경험이 없어 직원 유출은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다. 하이마트가 유진그룹 총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모기업에 돌아올 부메랑이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결국 유 회장은 지속적인 성장을 바탕으로 올해 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하는 등 성장일로를 걷고 있는 하이마트의 기업가치 훼손을 우려, 한걸음 물러나는 것으로 이번 사태를 수습한 것이다.

갈등 일단 봉합됐지만 경영권 욕심 여전 “불씨 남아”
합의 이후에 대한 우려 끊이지 않자 지분 매각 결정


억지로 악수를 하긴 했지만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갈등을 임시로 봉합했을 뿐 경영권 욕구는 아직 그대로여서 ‘종전’이라기보다 ‘휴전’이라는 것이었다. 그간 유지했던 ‘공동대표’ 체제에서 유 회장과 선 회장이 각자대표로 영역을 나누기로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라는 분석도 나왔다.

복수 대표이사가 권한을 행사하고 책임을 지는 각자대표체제는 단독경영체제보다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한쪽이 제동을 걸면, 다른 쪽도 돌아가지 않는다. 양쪽이 물밑 경영권 싸움을 계속하며 협조하지 않을 경우, 하이마트의 경영상황이 악화되는 사태를 초래할 수도 있다. 배가 산으로 가게 될지도 모른단 얘기다. 이 경우 의사결정 지연, 임직원 분열 등의 후유증도 우려된다.

한 재계관계자는 “재무와 영업을 분리해 담당을 정해도 결국 그 둘을 아우르며 최종 판단을 내려야 하는 최고 경영자가 필요한데, 두 회장이 어떻게 이견을 조율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유 회장과 선 회장은 상호비방으로까지 비화된 이번 분쟁을 통해 갈등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상황이다. 하이마트 기업가치 안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손은 잡았지만, 상호불신과 감정적 앙금까지 치유된 건 아니라는 것이다.

한 재계관계자는 “재무와 영업으로 역할분담은 했더라도 각자대표체제 하에서 권한은 서로 중복되고 충돌될 수밖에 없다”며 “주도권 다툼과 나아가 경영권 분쟁은 언제든 재연될 소지가 있어 양측은 사실상 불안한 동거를 시작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합의 이후’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자 유 회장과 선 회장은 결단을 내렸다. 재매각으로 방향을 튼 것. 매각대상은 유진기업과 유진투자증권이 보유한 지분 32.4%, 선종구 회장과 아이에비홀딩스 및 선현석 상무 등 지분 20.76%, 그리고 HI컨소시엄 등이 보유한 지분 등이다. 이는 하이마트 지분의 80%에 육박할 전망이다.

유진그룹 측은 “하이마트의 안정적인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능력과 비전을 가진 주인을 찾고자 매각을 결심하게 됐다”며 “이것이 하이마트의 가치훼손을 막고 직원을 보호하며, 서로 좋은 감정으로 기억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하이마트 측도 “하이마트의 안정적인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능력과 비전을 가진 주인을 찾고자 매각을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경영권 분쟁
언제든 재연”

그러나 업계는 인수자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가격이다. 시장에 나올 지분은 현재 시가(주당 7만3000원)으로 약 1조3000억원을 웃도는 규모다. 여기에 경영권 프미리엄까지 더해져 매각가는 더욱 높아지게 된다. 여기에 2007년말~2008년 하이마트 매각당시 발생, 나중에 별도로 하이마트가 떠맡았던 부채 8000억원 가량도 고려해야한다.

따라서 언제가 될지 모를 매각시점까진 선 회장과 유 회장이 경영을 맡아야 한다. 여전히 경영권 관련 리스크가 남아있단 얘기다. 업계가 두 회장이 남은 기간 동안 ‘사이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에 물음표를 던지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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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