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종구 하이마트 회장-유경선 유진그룹 회장 꺼지지 않은 갈등의 불씨

한손은 맞잡고 한손은 칼잡고 ‘위태~위태’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선종구 회장 개임안을 놓고 대립해온 하이마트와 유진그룹이 극적으로 합의했다. 주총이 시작되기 불과 10분 전에 이뤄진 일이다. 양사는 기존 ‘공동대표제’에서 유경선·선종구 ‘각자대표제’로 바꿔 하이마트를 운영하기로 했다. 표면상으론 훈훈하게 갈등이 봉합된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사실상 ‘종전’보다 ‘휴전’에 가깝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에 선 회장과 유 회장은 결단을 내렸다. 최초 ‘합의’에서 지분 전량 매각으로 방향을 튼 것. 그러나 재계는 갈등의 불씨가 여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인수자를 찾기가 쉽지 않으리란 이유에서다.

공동대표제서 각자대표제로 바꾸는 데 전격 합의
선 회장 영업·기타 업무 총괄…유 회장 재무 전반

유진그룹과 하이마트는 지난달 30일 유경선 회장과 선종구 회장이 기존 공동대표제에서 각자대표제로 체제를 바꾸는 데 합의했다. 유 회장이 하이마트의 재무 전반을, 선 회장이 영업과 기타 업무를 총괄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오후 6시에 유진그룹 본사에서 열린 이사회에서는 각자대표제에 따른 업무 분장을 논의하고 최종 확정했다.

이날 오전 10시에 열린 주총 안건에는 선 회장의 개임안이 예정돼 있었다. 유진그룹은 주총에서 임기만료를 앞둔 유 회장을 하이마트 이사로 재선임한 뒤 선종구 대표 개임안을 통과시켜 유경선 회장 단독대표 체제를 계획했었다. 그러나 주총 시작 10분을 앞두고 유경선·선종구 각자대표제에 전격 합의함으로써 최대주주와 설립자 간 경영권 다툼은 일단 봉합됐다.

주총 시작 10분전
각자대표제 합의

하이마트 비상대책위원회는 공동대표제 유지 합의에 대해 “하이마트 발전과 주주 이익을 위한 현명한 결단을 환영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유진그룹 측은 “하이마트 최대주주로서 현상황을 원만히 수습하고 정상화할 수 있도록 대승적 차원에서 합의를 도출했다”고 말했다.

이번 갈등은 그간 선 회장 단독경영 체제를 유지해 오던 중 유진그룹이 돌연 지난 10월6일 이사회에선 유 회장을 하이마트 공동대표에 선임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유진그룹 측은 “국내외 경영환경이 급변하고 하이마트가 국내시장을 넘어 해외시장으로 확장하는 ‘글로벌 하이마트’ 전략을 추진하는 시점에서 하이마트에 그룹 차원의 힘을 보태고 최대주주로서 책임경영에 앞장서겠다”고 공동대표제 선임에 의미를 부여했다.

여기에 유진그룹이 계약 당시의 콜옵션을 행사하겠다고 나서면서 경영권 분쟁은 본격화 됐다. 콜옵션 대상은 재무적투자자(FI) 지분의 4분의1인 6.9% 규모. 유진기업이 현재 보유한 31.34%를 더하면 지분은 38.24%까지 늘어나 2대 주주인 선 회장과의 지분율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지게 되는 상황이었다. 현재 선 회장이 갖고 있는 하이마트 지분은 17.37%이고, 아들 선현석씨 등 우호지분을 모두 합쳐 27.6%인 것으로 전해졌다.

급기야 최근 유진그룹이 하이마트 측에 선 회장을 해임하고 유 회장을 자리에 앉힌다고 통보하면서 갈등은 정점으로 치달았다. 이를 위해 임시이사회 장소도 당초 서울 대치동의 하이마트 본사에서 공덕동 유진기업 사옥으로 바꿨다. 홈그라운드에서 일전을 치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이후 양측은 기관투자가들의 중재로 대화에 나섰다. 그러나 선 회장이 “유진그룹이 경영권을 보장했다”는 내용의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협상은 결렬되고 말았다. 이에 따라 표 대결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제기됐다.

선 회장은 유 회장과의 표 대결에서 승산이 크지 않았다. 기존에 확보하고 있던 지분 차는 물론 주총 표 대결을 앞두고 벌인 우호지분 확보 경쟁에서도 유 회장이 크게 우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일단 표 대결이 진행되면 유진그룹이 하이마트를 집어삼키리란 게 업계의 견해였다.

자칫 파국으로 치달을 뻔했던 이번 사태가 가까스로 수습될 수 있었던 건 하이마트 임직원들의 강한 반발이었다. 하이마트 임직원들은 비대위를 구성, 유진그룹이 일방적인 경영권 장악을 위한 대표이사 개임 안건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하며 수차례 농성을 벌였다.

비대위는 이사회에서 선 회장이 해임되고 유진이 경영권을 장악하면 하이마트 경영진과 우리사주 조합직원 모두 주식을 전량 매각 처분할 것이라는 엄포를 놓기도 했다. 심지어는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었다.

농성·주식 매각 엄포
사표·법적 대응 까지

이처럼 강경한 반발에도 유진그룹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오히려 하이마트 최대주주로서 경영권을 정당하게 행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견을 확인한 하이마트는 지난 11월25일 전국 304개 지점 임직원 5000여명이 전원 연차휴가를 내고 하루 동안 사실상 동맹휴업에 돌입하리란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이들은 주주와 고객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판단, 휴업을 보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사표제출이라는 강수를 뒀다. 지점장 304명 전원과 임직원 등 총 358명은 비대위에 사표를 전달했다. 비대위는 “유진그룹이 30일 이사회에서 선 회장을 경질하겠다는 안건을 철회하지 않으면 추가로 많은 직원이 사표를 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진그룹은 표결로 갈 경우 선 회장을 대표이사에서 몰아내고 유 회장 단독경영 체제를 만들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하이마트 임직원들의 반발과 동맹휴업 현실화 등 부작용이 심각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유통업체의 경우 대리점과 주요 거래처 관리 등에 상당한 노하우가 필요해 임직원들이 대거 유출될 경우 회사 경쟁력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유진그룹은 유통업을 운영했던 경험이 없어 직원 유출은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다. 하이마트가 유진그룹 총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모기업에 돌아올 부메랑이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결국 유 회장은 지속적인 성장을 바탕으로 올해 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하는 등 성장일로를 걷고 있는 하이마트의 기업가치 훼손을 우려, 한걸음 물러나는 것으로 이번 사태를 수습한 것이다.

갈등 일단 봉합됐지만 경영권 욕심 여전 “불씨 남아”
합의 이후에 대한 우려 끊이지 않자 지분 매각 결정


억지로 악수를 하긴 했지만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갈등을 임시로 봉합했을 뿐 경영권 욕구는 아직 그대로여서 ‘종전’이라기보다 ‘휴전’이라는 것이었다. 그간 유지했던 ‘공동대표’ 체제에서 유 회장과 선 회장이 각자대표로 영역을 나누기로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라는 분석도 나왔다.

복수 대표이사가 권한을 행사하고 책임을 지는 각자대표체제는 단독경영체제보다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한쪽이 제동을 걸면, 다른 쪽도 돌아가지 않는다. 양쪽이 물밑 경영권 싸움을 계속하며 협조하지 않을 경우, 하이마트의 경영상황이 악화되는 사태를 초래할 수도 있다. 배가 산으로 가게 될지도 모른단 얘기다. 이 경우 의사결정 지연, 임직원 분열 등의 후유증도 우려된다.

한 재계관계자는 “재무와 영업을 분리해 담당을 정해도 결국 그 둘을 아우르며 최종 판단을 내려야 하는 최고 경영자가 필요한데, 두 회장이 어떻게 이견을 조율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유 회장과 선 회장은 상호비방으로까지 비화된 이번 분쟁을 통해 갈등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상황이다. 하이마트 기업가치 안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손은 잡았지만, 상호불신과 감정적 앙금까지 치유된 건 아니라는 것이다.

한 재계관계자는 “재무와 영업으로 역할분담은 했더라도 각자대표체제 하에서 권한은 서로 중복되고 충돌될 수밖에 없다”며 “주도권 다툼과 나아가 경영권 분쟁은 언제든 재연될 소지가 있어 양측은 사실상 불안한 동거를 시작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합의 이후’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자 유 회장과 선 회장은 결단을 내렸다. 재매각으로 방향을 튼 것. 매각대상은 유진기업과 유진투자증권이 보유한 지분 32.4%, 선종구 회장과 아이에비홀딩스 및 선현석 상무 등 지분 20.76%, 그리고 HI컨소시엄 등이 보유한 지분 등이다. 이는 하이마트 지분의 80%에 육박할 전망이다.

유진그룹 측은 “하이마트의 안정적인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능력과 비전을 가진 주인을 찾고자 매각을 결심하게 됐다”며 “이것이 하이마트의 가치훼손을 막고 직원을 보호하며, 서로 좋은 감정으로 기억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하이마트 측도 “하이마트의 안정적인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능력과 비전을 가진 주인을 찾고자 매각을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경영권 분쟁
언제든 재연”

그러나 업계는 인수자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가격이다. 시장에 나올 지분은 현재 시가(주당 7만3000원)으로 약 1조3000억원을 웃도는 규모다. 여기에 경영권 프미리엄까지 더해져 매각가는 더욱 높아지게 된다. 여기에 2007년말~2008년 하이마트 매각당시 발생, 나중에 별도로 하이마트가 떠맡았던 부채 8000억원 가량도 고려해야한다.

따라서 언제가 될지 모를 매각시점까진 선 회장과 유 회장이 경영을 맡아야 한다. 여전히 경영권 관련 리스크가 남아있단 얘기다. 업계가 두 회장이 남은 기간 동안 ‘사이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에 물음표를 던지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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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