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탐욕에 찌든 금융가 실태

서민 코 묻은 돈 끌어 모아 배 두드린다

[일요시사=정혜경 기자] 은행, 카드사, 보험사를 막론한 금융권의 탐욕이 하늘을 찌를 기세다. 수수료 잔치를 벌이며 서민들의 푼돈을 뜯어 내는가하면, 보험료율 담합으로 고객에 피해를 끼치기도 했다. 이렇게 벌어들인 돈은 모두 제 배를 불리는 데 쓰였다. ‘봉’ 취급당한 국민들로서는 당연히 화가 날 수밖에 없다. 참다 못 한 국민들은 결국 이 같은 행태를 비판하고 나섰고 여론은 금새 가열됐다. 화들짝 놀란 금융회사들은 그제야 대책 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금융회사들의 탐욕스러운 민낯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연일 수수료 논란이 뉴스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경기가 둔화되고 있는 마당에 은행권이 상반기 사상 최대 순이익을 달성하면서 논란은 시작됐다. 사업보다 서민들 ‘푼돈’을 뜯어 제 잇속을 차린다는 비판 속에 논란은 연일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모양새다.

#신용카드업계

가맹점 수수료 사상 최대…영세 상인들 반발
0.2%p 인하하기로 결정했지만 ‘생색내기’ 지적


카드사들은 올해 상반기 7016억원의 순이익을 거둬들였다. 지난해 상반기(8617억원)보다 18.6% 줄어든 수치다. 외견상으로는 경영사정이 썩 좋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는 회계기준이 바뀐 데 따른 착시에 불과하다. 대손충당금 적립률이 지난해 상반기 200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5000억원으로 상향조정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 순이익은 1400억원이나 늘어난 셈이 된다.

카드사 수익은 가맹점수수료, 할부카드수수료, 현금서비스수수료, 카드론 수익 등으로 나눠진다. 이중 가맹점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60∼70%에 달한다. 즉 카드사의 가장 중요한 수익 원천이다.

그리고 가맹점수수료는 매년 1조원씩 늘고 있다. 가맹점수수료는 ▲2008년 5조5847억원 ▲2009년 6조1296억원 ▲2010년 7조1949억원 등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카드사들은 올해 상반기에만 무려 4조956억원에 달하는 가맹점수수료를 챙겼다. 하반기에 여름철 휴가와 추석 연휴 등으로 대규모 카드 결제가 몰리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가맹점수수료는 8조원 중반대에 이를 전망이다.

최근 카드 결제가 일반화되면서 가맹점수수료 수익이 자연스럽게 늘고 있을 뿐 부당하게 수수료율을 높여 폭리를 취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 카드사들의 항변이다. 그러나 음식업종 등 영세 자영업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이들은 자신들의 수수료를 대폭 인하해 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사치업종으로 분류되는 골프장 수수료가 1.5%인데 평균 2.65%에 달하는 음식점 수수료는 너무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한국음식점중앙회는 수수료를 1.5% 이하로 낮춰줄 것을 요구하며 18일 대규모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처럼 가맹점 수수료 인하 여론이 거세지면서 카드사는 결국 백기를 들었다.

이에 따라 카드 업계는 중소형 가맹점 수수료 인하 방침을 정했다. 인하폭은 0.2%포인트 내외. 이렇게 되면 2% 수준인 수수료율이 1%대로 떨어지게 된다. 카드사들은 담합 등을 의식해 대형사가 먼저 내린 뒤 다른 업체가 이를 뒤따라가는 모양새를 취하기로 했다.

그러나 영세상인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음식업중앙회 측 관계자는 “0.2%포인트 인하를 하더라도 1.8~1.9% 수수료가 유지되는데, 이를 대형업체와 똑같은 1.5%까지 낮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관계자는 또 “카드사의 수수료 인하 검토 대상 업체들은 1억2000만원 이하 영세 업체들로, 휴·폐업의 위험에 상시노출 돼 있을 정도로 경영이 어려운 업체들”이라며 “소폭 인하하는 것은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그나마 연매출 1억2000만원 이상인 외식업체에 대해서는 아무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며 “인하 검토 발표는 당장의 비난 여론을 피해가려는 ‘꼼수’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은행업계

이자이익률보다 높다 수수료 수익…사실상 폭리
ATM 수수료 인하?적용범위 확대…실효성 의문

은행권에서도 ‘수수료 잔치’가 한창이다. 올해 상반기 18개 국내 은행의 수수료 이익은 무려 2조2567억원. 은행들이 총 15조원의 사상 최대 순이익을 올렸던 2007년 상반기의 수수료 이익(2조2366억원)을 이미 뛰어넘은 수치다.

업무 처리에 들어가는 원가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게 은행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일부 수수료는 적자를 감수하고 있다고도 말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거리가 멀다.

은행들의 상반기 이자이익은 17조1375억원으로 이자수익(34조3052억원)의 50%정도에 해당한다. 이자이익률이 50%라는 얘기다. 그런데 은행들의 상반기 수수료 이익은 수수료 수익(3조3015억원)의 68%에 달해 이익률이 이자이익률보다 훨씬 높다. 사실상 폭리에 가까운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은행들은 “수수료가 미국보다 싸다”고 큰소리를 치고 있지만 이마저도 사실이 아니다. 은행 고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서비스인 자동화기기(ATM) 현금인출 수수료는 은행별로 500~1200원에 달한다. 영업시간보다 시간외 인출이 훨씬 비싸고, 다른 은행 ATM에서 인출하면 그 수수료는 2배에 달한다.

그런데 미국 씨티은행, 영국 바클레이즈은행 등의 글로벌 은행은 자기 은행이나 다른 은행, 영업시간이나 시간외를 막론하고 대부분 `0원을 적용하고 있다. 주거래은행 창구를 이용한 계좌이체도 이들 해외은행은 자기 은행 지점간 계좌이체는 모두 무료로 하고 있다. 인건비 운운하며 최대 2000원을 받는 국내 은행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특히 은행들은 고객들이 펀드에 가입할 때 가입액의 1%가 넘는 판매수수료를 떼는 것도 모자라 매년 1%가량의 ‘판매보수’를 따로 받고 있다. 고객들이 매년 내는 펀드 수수료 가운데 판매보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가까워 10∼30%에 불과한 선진국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수수료가 차지하는 이익 비중도 문제다 은행들은 글로벌 은행들의 수수료 이익 비중이 40%에 가까워 7.1%에 불과한 국내 은행들의 비중보다 훨씬 높다고 말한다. 따라서 그만큼 수수료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글로벌 은행들이 벌어들이는 수수료는 인수합병(M&A) 중개, 기업상장(IPO), 채권 발행 등 고부가가치 금융사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수료가 대부분이다. 국내 은행들처럼 계좌이체수수료, 현금인출수수료 등 서민들의 ‘푼돈’을 뜯어낸 수수료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가장 큰 문제는 ‘수수료 잔치’를 질타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행태다. 서민 달래기에 나선 카드사들과 달리 은행들은 요지부동인 모습이다. 결국 여론을 의식한 금융당국은 외압을 가했고 은행들은 그 제서야 대책을 내놨다.

은행들은 ATM 이용 시 과도하게 적용했던 수수료를 인하할 방침이다. 현재 은행들은 영업시간 내 ATM을 이용할 경우 자행(같은 은행)은 면제하지만 타행(다른 은행)은 인출수수료(800∼1000원)와 송금수수료(600∼1000원)를 받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영업시간 내 ATM 인출수수료와 송금수수료가 400∼500원과 300∼500원으로 인하되는 방안이 마련된다.

영업시간 내 창구를 통한 송금수수료 역시 최고 1500원(자행)과 600∼3000원(타행)이지만 이 역시 내리는 방안이 추진된다. 영업시간 외 자행 ATM을 이용할 때도 인출·송금수수료가 500∼600원과 최고 600원이었지만 250∼300원과 최고 300원으로 각각 50% 낮춰진다. 같은 시간대 타행 ATM을 이용할 경우에 1000∼1200원과 800∼1600원인 인출·송금수수료 역시 500∼600원과 400∼800원으로 인하된다.

수수료 면제 대상도 확대된다. 65세 이상 노인은 물론 차상위계층, 소년소녀 가장과 대학생에 대해서도 인출·송금수수료를 면제하는 쪽으로 은행들의 합의가 이뤄지고 있다.

겉보기엔 파격적이지만 그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많다. 수수료 인하 혜택의 대상이 저소득층에 국한돼 있는데다, 고객 문의가 많은 타행이체 수수료 등은 여전히 과도하게 부과하고 있어 고객들의 체감효과가 미미하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보험료율을 담합해 소비자들에게 큰 손해 끼쳐
불법·편법 동원해 벌어들인 돈 흥청망청 사용해

보험사의 탐욕도 만만치 않다. 보험사들은 보험료율을 담합해 제 배를 불리는 한편 소비자들에게 큰 손해를 끼쳤다. 공정위는 최근 생명보험시장에서 종신보험, 연금보험, 교육보험 등 개인 보험상품의 이자율을 밀약한 12개 생명보험회사에 과징금 3600여억원을 부과키로 했다.

이들의 담합이 적발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8년에는 14개 생명보험사와 10개 손해보험사, 농협이 단체보험과 퇴직보험료 결정과정에서 담합한 혐의로 265억원의 과징금을 물었다. 보험사들은 지난 2007년에도 손보상품의 보험료율을 짠 것이 적발돼 과징금 500억원을 부과 받았다. 같은 해 11월에는 손해보험금을 제대로 주지 않아 21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보험사는 불법?편법을 동원해 손쉽게 벌어들인 돈을 대주주 고배당과 임직원 고임금으로 흥청망청 사용했다. 지난해 회계연도(2010년 4월∼2011년 3월) 배당성향을 보면 대한생명이 42.06%로 가장 높았다. 이 보험사 배당금 1천995억원의 절반가량이 계열사인 한화건설(지분율 24.88%), 한화(21.67%), 한화케미칼(3.71%) 등에 돌아갔다. 다른 보험사들의 배당성향도 LIG손해보험 36.02%, 현대해상 35.30%, 메리츠화재 32.47%, 삼성화재 26.28% 등으로 높은 수준이다.

또 작년 회계연도(사외이사 제외) 등기이사들의 연봉은 메리츠화재가 31억4600만이었고 LIG손해보험(16억3300만원), 삼성생명(14억5700만원), 현대해상(10억9900만원), 코리안리(10억3200만원) 등도 10억원을 넘었다.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코리안리가 9000만원이었고 삼성생명(8200만원), 현대해상(7400만원), LIG손해보험(6900만원), 메리츠화재(6100만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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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욕?’ 한덕수 대선행 진짜 이유

‘노욕?’ 한덕수 대선행 진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한 전 총리는 이미 내란죄 공범으로 지목돼 수사 대상에 올랐다. 그래서 살길을 열어야 한다는 절실함이 있다. 과연 그 절실함은 ‘방탄’이라는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지난 2일, 대통령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설은 지난해 9월부터 거론됐다. 한 전 총리가 국회 대정부질문 등 야당의 공세에 적극적으로 반박하면서 목소리를 키우기 시작하던 시점이었다. 그 당시엔 윤석열 전 대통령이 건재했다. 따라서 모두가 차기 대선이 오는 2027년에 진행될 것이라고 여기던 시점이었다. 윤 어게인 대타 역할?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헌법재판소서 파면돼 정계서 사라졌다. 차기 대선은 오는 6월3일로 앞당겨졌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란 절대 강적을 이길 방법을 놓고,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에선 다양한 논의가 일어났다.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는 그 다양한 논의 중 가장 뜨거운 감자였다.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에 대해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비롯돼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서 퍼졌던 ‘윤 어게인’이 구체적으로 구현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한 전 총리는 지난달 8일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이완규 법제처장을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주요 보직 임명 자체에 대한 논란도 있었지만, 이 처장이 내란 공모 혐의 피의자란 사실도 큰 문제였다. 한 전 총리와 이 처장은 이미 지난해 12월 경찰 조사를 받았다. 지난 2월엔 소환 조사까지 받았다. 이 처장을 지명했던 시점은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였기 때문에 “한 전 총리가 추후 진행될지도 모르는 국민의힘 정당해산심판 방어에 협조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의심도 있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란 거대한 사건의 공범 의혹을 받는 사람들끼리 상부상조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의심이었다. 이는 곧 “윤 어게인의 구체적 구현일 수도 있다”는 흐름으로 연결됐다. 윤 어게인의 본질은 윤 전 대통령의 복귀 추진이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이미 대통령을 지냈고, 파면됐다. 헌법·국가공무원법에 따라 다시는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친윤(친 윤석열)계 진영 일각서도 이를 고려해 “윤 전 대통령의 정신과 노선을 계승한다는 취지를 본질로 삼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 대신 출마하는 것”이란 해석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한 전 총리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윤 전 대통령을 총리로 지명할 수도 있다”는 설까지 나오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6년 중임제인 헌법 규정 때문에 지난 2008년엔 3선을 위한 출마를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통합 러시아 대표가 대신 출마해 당선됐고, 푸틴 대통령은 총리로서 실권을 휘둘렀다. 메드베데프 대표는 푸틴 대통령의 첫 대선 당시 선거대책위원장을 지내는 등 정치 경력이 있다. 하지만 한 전 총리는 정치 경험이 전혀 없다. 메드베데프 대표조차 대통령 재임 당시 바지사장·허수아비로 통했다. 따라서 한 전 총리가 설령 대통령으로 당선되더라도 독자적인 정치 행보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한 전 총리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정치 기반은 국민의힘 내 친윤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현실적 구도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처럼 총리로서 국정을 주도하지 않겠느냐”는 관측까지 나온 것이다. 푸틴·메드베데프처럼… ‘윤 총리’ 임명 관측도 이 같은 조롱 섞인 관측에 굴하지 않고, 한 전 총리는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만 75세의 나이에 강한 정치적 집념을 보이는 이유로는 ‘내란 혐의 피의자’라는 현실적인 상황이 언급된다. 김 전 장관은 수사기관서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면서 “계엄법 규정대로 한 전 총리를 거쳐 윤 전 대통령에게 비상계엄을 건의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한 전 총리도 비상계엄 실행에 참여한 것이 된다. 물론 한 전 총리는 이를 일관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이 아니더라도, 한 전 총리는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 심의 소집 협조·참여 ▲계엄 해제를 위한 국무회의 소집 건의 회피의 다수 혐의를 받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내란죄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장담하기 어렵다. 이제는 ‘내란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사람도 없다. 이렇게 되면, 한 전 총리가 새 정부 출범 이후 수사기관에 줄곧 소환될 가능성이 크다. 법원 재판을 거쳐 징역형을 선고받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한 전 총리로선 생존을 위해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인 이 후보의 집권을 막거나, 자신의 생존을 담보하기 위한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스스로 대선에 출마해 이 후보의 경쟁자를 자처함으로써, 향후 진행될 가능성이 큰 수사에 대해 “대선 경쟁자에 대한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명분을 확보하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국민의힘에도 큰 여파를 남겼다. 윤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수시로 대표·비상대책위원장을 교체하면서 집요하게 당 장악에 집착했다. 지난 2022년 7월엔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나눈 텔레그램 대화가 공개됐고, 윤 전 대통령은 여기서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를 일컬어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라고 지칭했다. 자신과 다른 의견을 이야기하거나 반발하는 것을 ‘내부 총질’로 인식한 것이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여당을 대하는 태도와 비슷했다. 대통령이 당 장악에 집착하면, 내부서 차기 주자를 키우기 어렵다. 국민의힘의 인물난은 전직 대통령들의 지나친 당 장악 집착으로부터 비롯된다. 그러면서 외부인을 대선후보로 옹립하는 기조가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연결됐다. 국민의힘이 한 전 총리에게 강한 시선을 두는 이유 중 하나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롯된 반면교사를 거론할 수 있다. 권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중진들은 겉으로는 윤 전 대통령에게 전혀 반기를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감정이 있다. 사실은 당권 경쟁?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 2022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됐다. 하지만 “자녀 수에 따라 대출금을 탕감하거나 면제한다”는 취지의 헝가리식 저출산 대책을 제시했다가,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일각의 반발에 부딪혔다. 이어 부위원장직서 해임됐고, 당 대표 출마마저 저지당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당 대표로 선출됐지만, 국민의힘 인요한 의원이 주도하던 혁신위원회와의 갈등 끝에 사퇴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김 의원에게 대표직 유지를 조건으로 총선 불출마를 요구했지만, 김 의원은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김 의원에 대한 격노를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자신이 원내대표로 선출되던 날 윤 전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자 “뭐하는 거야, 이게 지금”이라고 말하는 등 순간적으로 반발 심리를 드러냈다. 이렇듯 국민의힘 주요 중진과 경선 출마자 중 상당수는 윤 전 대통령과 상당한 갈등 끝에 손해를 본 기억이 있다. 이들이 윤 전 대통령 같은 강성이 대통령후보로 출마하는 것을 원할 가능성은 적다. 이번 대선서 범 국민의힘 계열 대선후보들은 이 후보와의 승부서 이길 가능성이 적으므로, 경선은 사실상 당권 경쟁으로 인식되는 측면이 있다. 대권후보들도 당권에 강한 아쉬움이 있다. 당 대표에 취임했다가 당내 주류들과의 갈등 끝에 힘없이 물러났던 경험이 있고, 당으로부터 등을 떠밀려 출마했던 선거서 패배해 치욕을 겪은 적이 있다. 이들이 다시 당권주자로 등장하는 것을 중진들이 원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따라서 당 대표를 다시 세운다고 하더라도, 의원들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풀어나갈 사람을 선호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평생 관료로 살았고, 국민의힘·민주당 정권서 모두 총리를 지냈던 한 전 총리는 이들에게 매력적인 카드라고 할 수 있다. 비록 헌법재판소가 위헌이 아니라고 인정했다지만, 한 전 총리는 “여당 대표와 정기적으로 회동하면서 책임총리의 권한을 행사한다”는 과도 정부체제를 발표했다가 엄청난 비난을 들은 적도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한 전 총리가 이래도 따르고, 저래도 따를 것”이라고 인식했을 여지가 있다. 그래서인지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에게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를 지원해달라”는 요청을 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수사 피해 대선 출마? 자당 대선후보와 외부 대선후보 단일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자당 대선후보에 대한 적대감으로부터 비롯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새누리당 정몽준 전 의원의 단일화도 노 전 대통령에게 적대적인 당시 새천년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후보 단일화 협의회(이하 후단협)를 구성해 노 전 대통령을 압박한 후 진행됐던 것이었다. 이 갈등은 노 전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해소되지 않으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직계 의원들과 함께 탈당해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 그러자 새천년민주당은 한나라당과 협조해 노 전 대통령을 탄핵했다. 이 같은 연유로 당시의 후단협은 지금도 안 좋은 이미지로 남아있다. 그런데도 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이 외부 정치 원로에게 단일화 지원을 요청했단 것은 당내 대권주자들과의 불신·갈등을 외부로 드러내는 것과 다름없다. 약점이 있는 사람은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없다. 한 전 총리는 현재 내란중요임무종사자란 의심을 받고 있다. 형법 제87조 제2호에 따르면, 내란중요임무종사자는 최대한 가벼운 처벌을 받는다고 해도 5년 이상의 징역형이다.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는 혐의가 적용돼 수사를 받고 있어서 국민의힘의 지원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 지원을 매개로 한 전 총리와 국민의힘은 하나가 될 수 있다. “정치 보복”과 “야당 탄압”이란 구호로 함께 묶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점이 있다고 해서 아무 목소리도 못낼 것이란 기대는 섣부른 것일 수도 있다. 한 전 총리 못지않게 많은 이야기가 나오는 사람은 한 전 총리의 부인 최아영 여사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지난해 12월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서 “최 여사는 화가이자 미술계의 큰손”이라며, “무속에 너무 심취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건희 여사·김 여사의 모친 최은순 여사와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 무속의 지배를 받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부인 무속·해몽 일화 정치 공세 가능성도 최 여사에 대해선 한 전 총리의 인사청문회서도 같은 논란이 제기됐던 적이 있다. 민주당 이해식 의원은 “최 여사와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어느 여성이 강남에 있는 유명 점집을 함께 드나드는 사이란 제보가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한 전 총리는 “공직 생활 동안 명리학에 대한 배우자의 관심이 공적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 일은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최 여사가 무속에 관심을 가진단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공개적으로 거론됐다.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는 지난 2014년 8월 <조선일보> 연재 칼럼 <조용헌 살롱>서 최 여사의 해몽 과정을 언급했다. 칼럼에 따르면, 최 여사는 한 전 총리가 무역협회장이 되기 전 이명박 전 대통령 부부가 자신의 침실로 들어오는 꿈을 꿨다. 국무총리 국무조정실장이 되기 전엔 헬리콥터 조종사가 권총으로 부부를 쏘는 꿈을 꿨다. 부총리가 되기 전엔 스프링 콩콩을 타고 뛰는 꿈을 꿨다. 현재 소유 중인 주택을 사들이기 전엔 집이 물에 잠겨 물바다가 되는 꿈도 꿨다. 최 여사는 특이한 꿈을 꾸면 ‘영험한 해몽가’로 알려졌던 고 임훈씨와 해몽 상담을 했다고 전해진다. 최태민씨 일가가 박근혜 전 대통령 일가에 접근한 연결고리 중 하나가 해몽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심상치 않은 대목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아울러 역사적으로 해몽은 야심을 동반한단 측면서 의미심장하다. 신라 원성왕과 조선 태조 이성계 등 권좌에 오른 사람의 설화 중엔 꿈과 해몽이 곁들여진 사례가 많다. 최 여사가 정기적으로 해몽가를 방문했단 것이 사실이라면, 야심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는 것이다. 이 대목이 사실이라면, 두 전직 대통령의 전례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국민의힘이 세 번째 배신을 당할 가능성으로 연결될 소지가 있다. 두 전직 대통령은 임기 내내 주변인의 구설수로부터 야당의 공세가 시작돼 파면됐단 공통점이 있다. 대선서 낙선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정당들로부터 파상 공세를 당해 체면을 구기거나 끊임없이 이어질 정치 공세의 소재를 제공할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한 전 총리까지 포함한 빅텐트를 친다고 해서, 밝은 미래를 장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후보는 시종일관 강고한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달 27일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명백한 중범죄자를 봐주는 것이 정치적으로 바람직한지는 국민 판단에 따를 일”이라고 말했다. 압도적 의석 이재명 경고 “정치 보복을 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던 이 후보가 윤 전 대통령 등 비상계엄 관련 사안에 대해선 이를 적용하지 않을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이 후보가 집권한다면, 압도적 의석을 가진 여당과 그 여당을 일극 체제로 지배하는 대통령을 배경으로 진행될 각종 수사 등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특히 이 후보는 한 전 총리에 대해서도 “내란 주요 종사자들과 부화뇌동자들이 여전히 정부의 중요 직책을 갖고 남아있는 것 같다”며 “내란 세력이 끊임없이 귀환을 노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강조했다. 대선후보로 선출된 직후의 발언이기 때문에 의미심장하다. 한 전 총리와 국민의힘의 ‘몸부림’은 이를 막는 방패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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