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05.26 12:51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의 ‘단일화 협상 중단’ 선언으로 야권후보 단일화가 난항을 겪고 있다. 안 후보는 지난 16일 협상 재개의 조건으로 “민주당 내 제기된 당 혁신과제를 즉각 실천해달라”고 요구하며 양자회동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측은 “만남을 제안한 것을 환영한다”며 “정치혁신 의지는 확고하며 앞으로도 추가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진영에서는 두 후보 간 단일화 갈등에 대해 “좋게 말해 정치공학이지 나쁘게 말하면 정치 사기극”이라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두 후보 간 단일화 갈등이 깊어지면서 박 후보의 지지율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지난 6일 첫 단독회동을 갖고 후보등록일 전까지 야권후보단일화를 이루기로 전격 합의했다. 문 후보는 회담에 앞서 “저와 안 후보가 꼭 단일화해서 정권교체를 반드시 이루겠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오늘 만남이 민생을 살피는 새로운 정치의 첫걸음이 되고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두 후보는 이번 회담을 통해 후보등록일(25∼26일) 이전에 단일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7개항에 합의했다. 두 후보의 회동에 대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국민의 삶과 상관없는 단일화 이벤트로 민생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겠느냐”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반면 안 후보 캠프의 유민영 대변인은 박 후보가 단일화에 대해 이례적으로 비판한 것과 관련, “뭔가 두려움을 느끼는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이 “북한이 (남북정상의) 대화 내용을 녹음해 녹취록을 보냈다는 게 사실이 아니면 정치적 생명을 걸고 책임을 지겠다”고 밝힌 가운데 지난달 29일 국정원 국정감사에서 원세훈 국정원장은 “비밀회담은 없었고 따라서 비밀녹취록과 북한 통전부에서 전해졌다는 녹음도 없다”고 말했다. 당장 정청래 민주통합당 의원이 정 의원에 대해 “약속대로 정계에서 은퇴할 것인지 본인이 대답할 차례”라며 압박하고 나서면서 정 의원은 궁지에 몰릴 대로 몰린 형국이다.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이 꺼낸 NLL 카드가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가고 있다. 정청래 민주통합당 의원은 지난 24일 “정 의원의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만약 정 의원이 대화록을 보려면 1급 비밀취급허가증을 받아야 하는데 어떻게 봤다는 것이냐?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류우익 통일부 장관도 이날 국정감사에서 “이면합의는 있지 않다”고 밝혀 정 의원을 머쓱하게 했다. 한편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도 “NLL공방으로 오히려 박근혜-문재인 양자구도가 확연해졌다”며 불리할 것 없다는 분석을 내놨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북방한계선(NLL) 발언의 진위 논란이 대선정국의 핵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하는 발언을 했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이에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는 “발언이 사실이라면 내가 책임지겠다”며 정면대응에 나섰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8일 연평도를 방문하고 “통일이 될 때까지는 우리 NLL을 목숨 걸고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명백한 선거 개입”이라면서 최근 발생한 북한군의 노크 귀순을 거론하고 “NLL보다 MDL(군사분계선)부터 신경쓰라”고 말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정당 후보론’과 ‘무소속 대통령론’을 놓고 정면충돌했다. 문 후보가 지난 10일 “무소속 후보는 대통령이 될 수 없고, 또 대통령이 되더라도 국정운영을 할 수 없다”고 말하자 안 후보는 “무소속 대통령도 충분히 국정운영을 할 수 있다”고 맞섰다. 한편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지난 11일 중앙선대위 인선을 발표하며 당 내분을 어느 정도 수습하고 잠시 주춤했던 대선행보를 다시 이어갔다. 이렇듯 ‘대선 빅3’ 주자들은 바쁜 한 주를 보낸 반면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를 비롯한 군소후보들은 별다른 이목을 끌지 못해 대조를 이뤘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측 우상호 공보단장은 지난 5일 “단일화 논의가 이달 말쯤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며 조바심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안철수 무소속 후보 측 금태섭 상황실장은 “지금처럼 안 후보가 자신의 대선 길을 걸어가고 정책을 선보이다 보면 단일화에 대한 국민의 명령이 내려질 것”이라며 당장은 단일화 논의에 응할 여지가 없음을 시사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야권단일화를 겨냥해 “정치이벤트는 위기의 나라를 구할 동력이 될 수 없다”고 비판하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한편 지난 4일 대선출마를 선언한 박찬종 변호사는 “문-안 단일화는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며 “민주당을 기웃거릴 거면 원래자리로 돌아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