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05.21 16:43
천만년 이어질 유구한 역사의 돌담길에 작은 돌멩이 하나 얹겠다는 심정으로 지난 1996년 첫발을 내디뎠던 ‘사람향기 나는 신문’ <일요시사>가 어느덧 창간 15주년을 맞이했습니다. 말이 15년이지 대한민국에서 작은 한 기업이, 그것도 척박한 환경에서 힘없는 언론사가 15년을 버텨왔다는 것은 수많은 이들의 열정과 노력이 없인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참으로 고단하고 힘들었습니다. 불과 창간 1년 만에 국가경제 전체가 휘청거리는 IMF사태를 맞아 뜻밖의 부도상황에 직면하기도 했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불철주야 열정적으로 뛰던 동료 기자를 저 세상으로 떠나보내는 가슴시린 아픔을 겪기도 했습니다. 세 번의 정권교체 소용돌이 가운데서 때론 권력(權力)에 휘둘리거나 제지당하기도 했고, 날이 갈수록 거대해지는 대기업의 금력(金力) 앞에서 쓰라린 좌절도 맛보며 미력(微力)을 절감하기도 했습니다. 결코 권력과 타협하거나 금력과 결탁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도 써보고 몸부림도 쳐보았지만 거대한 골리앗의 횡포 앞에 <일요시사>는 한낱 힘없는 다윗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골리앗들과의 원치 않은 타협을 해야 할 순간엔 언론으로서 최소한의 양심과 도덕
#1. 옛 국회의사당이었던 서울시의회. 저 멀리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걸어온다. 중간에 이 대통령은 방으로 들어갔는지 이내 시야에서 사라졌고, 박 전 대표는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종종걸음으로 다가온다.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평소 궁금했던 사항들에 대해 단독 인터뷰를 한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르지만 상당히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고는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고 아쉽게…. #2. 경기도 광명시에 위치한 기아자동차 소하리공장.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이 수많은 취재기자들 앞에서 잠깐 동안 브리핑을 한 다음 황급히 현장을 빠져나가다 나와 맞닥뜨린다. ‘회장님 안녕하십니까? 저와 잠깐 얘기 좀 나누실까요?’라는 말에 ‘그러자’면서 흔쾌히 인터뷰에 응한다. 한참 동안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다 수년 전에 있었던 ‘왕자의 난’ 얘기를 꺼내자 버럭 화를 내며 자리를 뜬다. 그 때 뒤를 돌아보니 평소 친분이 있는 전·현직 현대차 홍보실 인사들이 나를 응시하고 있다. 나는 그들에게 보란 듯이 한 번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이는 현실이 아니다. 두 상황 모두 어느 날 꿈속에서 본 생생한 ‘현몽’이다.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정·재계 최고의 뉴스메이커
척박한 타블로드이드판 신문의 불모지를 개척하며 애독자 여러분과 애환을 함께해온 <일요시사>가 벌써 창간 14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지난 1996년 세상에 첫발을 내디딘 <일요시사>는 격동의 대한민국 현대사와 함께해온 역사의 산증인이라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일요시사>의 성장 과정에는 세 차례의 대통령선거와 네 번의 국회의원 총선, 그리고 반세기 민족 분단사의 획기적 사건이었던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 등 역사적 사건들도 참 많았습니다. 연이은 두 전직 대통령의 애통한 서거와 조국의 영해를 수호하던 천안함 46용사의 비통한 죽음 역시 <일요시사> 14년과 함께한 비운의 역사였음은 물론입니다. 이처럼 20세기 말과 21세기 초라는 세기적 전환기의 한가운데서 때론 권력과 재벌 뒤에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고 두드리는 ‘목탁’처럼, 때론 소외되고 버림받은 사회의 어두운 곳을 비추는 ‘등불’처럼 정의와 진실의 파수꾼으로서의 소명을 다해왔습니다. 창간 초기 다소 자극적인 제목과 편집으로 ‘옐로우페이퍼’라는 세간의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으나, 탄탄한 기획취재와 꾸준한 탐사보도로 이 같은 고정관념을 타파하고 보도자료에 의존한
2009년 대한민국은 어느 해보다 슬프고 가슴 아픈 한 해가 아닐까 싶다. 한 명도 감당하기 힘든데 불과 몇 달 사이에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을 안타깝게 떠나보내야만 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 3개월여 만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지병을 이기지 못하고 향년 8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DJ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격동의 대한민국 반세기 정치사에 실로 헤아릴 수 없는 족적을 남긴 김대중 전 대통령. 생전에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언제나 뉴스의 중심이었고, 한마디 한마디는 대한민국의 역사 속 어록으로 길이 기록될 것이기에, 이제 다시 볼 수 없고 느낄 수 없음에 국민들은 가슴이 시리고 아프다. 섬에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상고를 졸업하고 일국의 최고지도자 자리에 오르기까지 김 전 대통령의 삶은 참으로 고단하고 부침이 심했다. 오죽하면 혹독한 겨울을 견뎌내고 꽃피우는 ‘인동초’에 비유되었을까. 특히 김 전 대통령 생전에 늘 지울 수 없는 꼬리표로 따라다녔던 지역갈등과 색깔 논쟁은 지금에 와서 돌이켜봐도 너무도 억울하고 어처구니없는 보수들의 음해였음이 자명하다. 암울했던 군사정권 시절 ‘40대 기수론’을 들고 영구집권을 획책했던 박정희정권에
과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결코 가릴 수 없다’는 게 자연의 섭리이자 세상의 이치다. 물론 손바닥을 들이대 눈을 가린다면 하늘을 가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고서는 불가항력적인 일임에 분명하다. 그런데도 대명천지에 한낱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한 초자연적이고 몰상식한 상황이 벌어져 실소를 금할 수 없다. 국정원장, 국세청장과 더불어 국가 3대 권력기관의 수장인 검찰총장으로 내정됐다가 어이없게(?) 낙마한 ‘천성관 인사파동’은 현 정권이 얼마나 국민을 무시하는 ‘안하무인 정권’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아무리 인재가 없어도 그렇지 어떻게 공직자보다 범법자에 가까운 인사를 다른 자리도 아닌 법을 집행하는 사법기관의 수장에 앉히려 했는지 묻고 따지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인사파동의 한가운데로 들어가 보면 국민된 입장에서 참으로 통탄할 내용들이 봇물처럼 쏟아진다. 인사권자인 이명박 대통령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사람을 제대로 된 검증절차도 없이 국회 인사청문회에 내세웠던 것일까. 혹여 과거처럼 인사청문회 제도가 없었더라면 어떠했을까 하는 생각에 모골(毛骨)이 송연(悚然)해진다. 여과 없이 대통령이 곧바로 임명했
앞면엔 퇴계 이황 선생의 초상이, 뒷면엔 명륜당과 ‘계상정거도’가 자리하고 있는 가로 13.6센티미터 세로 6.8센티미터의 종이. 바로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쓰는 1000원짜리 지폐의 모습이다. 현재 시중은행에서 발권하는 고액권 수표를 제외하면 한국은행 발권 전체 화폐 중 중고참급인 1000원이지만 별로 그렇게 쌈박하지 않고 뭔가 찜찜한 느낌의 지폐. 통용되는 지폐 중 가장 말단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받아도 달갑지 않고 줘도 손부끄러운 게 지금 1000원의 참담한 모습이다. 오죽하면 지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땀내 나는 주머니 속에서 꼬깃꼬깃 구겨진 채로 동전들과 함께 나뒹구는 ‘천덕꾸러기’ 신세이겠는가. 격세지감(隔世之感)이라더니 어느 여가수의 노래 제목처럼 ‘아 옛날이여’가 가장 가슴 아프게 다가오는 게 1000원짜리 지폐의 처지가 아닌가 싶다. 수표라는 게 없던 시절엔 일명 ‘배춧잎’으로 불리며 대한민국 화폐의 지존으로 군림한 ‘세종대왕(1만원)’을 가까이 모시면서 거북선을 배후에 둔 ‘충무공 이순신 장군(구권 500원)’까지 휘하에 두고 지갑 속에서 귀하신 대접을 받았던 ‘퇴계 선생(1000원)’ 아니었던가. 물론 그때 역시 동급이면서도 앞에 5자가 붙은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 전직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전대미문의 충격적인 사건이 대한민국에서 발생했다.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돼 검찰 수사를 받고 사법처리만을 남겨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저인 김해 봉하마을 뒷산에서 투신해 한 많은 인생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이를 어찌 받아들여야 할지, 지난 토요일 아침 청천벽력 같은 비보를 접한 국민들의 충격과 상처는 감당하기조차 힘든 지경이다. 직접적 원인은 두 달여가 넘는 검찰의 수사에 엄청난 심적 압박감을 이기지 못한 때문으로 확인됐다. 그는 유서에 “그동안 너무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해 책도 읽을 수 없을 만큼 힘들었다”고 남겼다. 대명천지에 어떻게 이런 비극이 일어날 수 있는지 참으로 애석하고 비통하기 그지없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한 국가의 지도자가 아무리 큰 비리와 만행을 저질렀어도 이처럼 끔찍한 최후를 선택한 예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엇이 노 전 대통령을 ‘삶과 죽음이 하나’임을 절감하게 할 만큼 그렇게 힘들게 했던 것일까. 그보다 더한 비리를 저지르고도 버젓이 살아서 전직 대통령의 예우를 받고 있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만한 일’로 왜 하필 죽음이란
참으로 각박한 시절입니다. 기나긴 겨울이 지나고 신록의 계절이 돌아왔는데도 푸르름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이니 말입니다. 안에서도 바깥에서도 들려오는 소식이라곤 온통 비보들뿐이니 뉘라서 감히 눈부신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겠습니까. 불황의 늪에 빠진 세계경제는 운신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가운데 신종 인플루엔자라는 불청객이 가뜩이나 힘에 겨운 지구촌에 일격을 가해 엎친 데 덮친 격이 되고 말았습니다. 국내 상황은 더 어수선하기 그지없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족의 도덕성 파문으로 온 나라가 연일 시끄럽고, 정치권은 4월 재보선 결과를 놓고 밥그릇 싸움으로 날 새는 줄 모르는 형국입니다. 특히 검찰에 소환된 세 번째 전직 대통령의 불명예를 안은 노 전 대통령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과 가슴은 아프다 못해 시커멓게 멍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시절이 하수상한 가운데 타블로이드판형 시사주간지의 역사와 정통성을 자랑하는 <일요시사>가 창간 13주년을 맞았습니다. 지난 1996년 당시 불모지였던 타블로이드판형 신문시장을 개척하며 격동의 대한민국 현대사와 함께해온 <일요시사>는 이듬해 1997년 IMF체제라는 한국경제의 몰락 과정에서 큰 위기에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 문화의 창달에 노력하며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지금껏 10명의 대통령이 17번 취임하는 동안 귀가 아프게 들었던 선서문이다. 대부분 한 번씩에 그쳤지만 박정희는 무려 다섯번, 이승만은 세번, 전두환은 두번씩이나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했다. 그렇다면 그들은 과연 헌법 제69조에 따라 국민 앞에 오른손을 곧추세워들고 선서한 대로 대통령직을 성실히 수행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하나같이 ‘아니올시다’였다. 오른손을 들 때 국민의 열망에 따른 ‘조건반사’가 아닌 전임자들이 했으니 따라하는 ‘무조건반사’였음이 이미 9명의 전직 대통령 행적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그렇게도 믿었던, 아니 믿고 싶어했던 노무현의 대국민 배신행위가 그 사실을 단적으로 입증해준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만은 깨끗하길 기대했던 국민들의 분노는 지금 하늘을 찌를 지경이다. 이른바 ‘연차수당’으로 칭하는 박연차의 검은 돈을 직접 받고 안 받고가 중요한 게 아니다. 국가 지도자로서 가장 기본적인 가족을 잘못 다스렸다는 데 국민적 지탄의 초점이 모아진다
‘사람 사는 세상’에 가보았다. 그곳이 어디인지 이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 후 만든 인터넷 공식 홈페이지 명칭이 바로 사람 사는 세상이다. 그곳에서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을 따르고 지지했던 사람들과 소통하며 나름대로 ‘소탈한 정치(?)’를 펼치고 있었다. 안희정, 문재인 등 핵심 측근들이 그곳에서도 주류를 형성하며 소위 ‘노빠’라 칭하는 사람들과 교감을 이루는 듯 보였다. 서로 격려하고 칭송하고 사과하고 해명하고… 그런 사람 사는 세상에 청천벽력 같은 ‘사과문’ 하나가 실리면서 대한민국을 또 한 번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노 전 대통령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수억원의 돈을 받았단다. 물론 빌렸다고 했다. 그것도 당신이 아닌 ‘저의 집(권양숙 여사)’이 미처 갚지 못한 빚이 남아있어 측근인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통해 박 회장에게 빌려서 사용했다고 했다. 빌린 것과 그냥 받은 것의 차이는 무엇일까. 차용증을 쓰면 빌린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뇌물이란 말인가. 빌렸다는 말은 한낱 대가성이 없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핑계로 들린다. 또 대가성이 있든 없든 진짜 빌렸으면 일찍이 갚았어야 했다.
정치권의 두 거물이 돌아왔다. 정동영과 이재오. 그들은 지난해 치러졌던 국회의원 총선에서 낙마하고 대한민국 정계를 떠났던 사람들이다. 말 그대로 ‘패자’가 되어 쫓기듯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것. 두 사람 다 못다한 공부를 하기 위함이었다. 그렇다면 1년도 채 안 돼 공히 ‘놀던 물’로 돌아온 두 사람은 벌써 목표로 했던 공부를 다한 것일까. 대한민국 정치에는 다른 나라엔 없는 희한한 ‘전통’ 같은 게 있다. 선거에서 패하면 꼭 도망치듯 외국으로 떠나곤 하는. 국내에 있기 민망해서 그런 것인지, 선거 때 너무 힘을 빼서 재충전을 하기 위해서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그렇다. 92년 대선에서 YS에게 분패했던 DJ가 그랬고,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에게 참패했던 이회창도 그랬다. 두 사람 모두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다가 선거를 앞두고 돌아와 새로운 정당을 만들고, 다시 선거에 출마했던 것. 그후 DJ는 결국 97년 대선에서 대권을 손에 쥐는 데 성공했지만, 이회창은 세 번째 도전인 2007년 대선에서도 이명박, 정동영에 이어 3위에 머무르는 수모를 겪어야만 했다. 그 희한한 전통을 잇기라도 하듯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에 패한 정동영은
‘비리 공화국’ 대한민국에 또다시 대형 ‘리스트’ 두 개가 나돌면서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야구전사들이 기회의 땅 나성에서 작은 공과 방망이로 실의에 빠진 온 국민을 즐겁게 해주었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비리의 땅 한국에서는 ‘술시중과 성(性)상납’을 강요당했다는 한 여자연예인의 죽음과, 정·관계를 상대로 전방위 로비를 펼친 한 기업 총수의 전횡이 드러나면서 마치 벌집을 쑤신 듯 소란스럽다. 고 장자연 리스트와 박연차 리스트가 그것이다. 두 개의 리스트 모두 대한민국 사회를 뒤흔드는 메가톤급 파괴력을 지니고 있음은 물론이다. 먼저 고 장자연 리스트엔 드라마 제작사를 비롯해 방송사 전·현직 PD, 유력 언론사 간부와 사주, 심지어 이름만 대면 금방 알 수 있는 대기업 오너와 임원들까지 총 10여명이 올라있다. 이들은 고 장자연이 소속사 대표의 강요에 못 이겨 술접대와 성상납을 한 인사들이란 점에서 경찰의 수사 결과에 따라 사회적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당초 리스트의 진위 여부를 놓고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던 경찰은 현재 리스트의 실체를 인정하고 거명된 인사들을 상대로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그러던 차에 터져 나온 또 하나의 리스트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 여배우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연일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단순히 한 여자연예인의 자살로 치부하기엔 너무도 충격적인 뒷 얘기들이 난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꽃보다 고 장자연.’ 그녀는 모 방송사의 인기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써니 역할로 한창 주가를 올리던 중 갑자기 자살해 충격파를 던졌다. 드라마가 인기가 없었던 것도 아니고 자신의 배역이 그리 비중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오히려 수많은 유행어와 신조어를 남기며 화제를 모으고 있던 인기 드라마였기에 그녀의 자살에는 처음부터 갖가지 의혹이 봇물처럼 제기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건을 맡은 경찰은 그녀의 죽음을 우울증에 의한 자살이라고 결론 내리고 서둘러 사건을 종결지으려 했다. 몇 년 전 배우 이은주와 가수 유니, 탤런트 정다빈이 자살했을 때도 그랬고, 지난해 국민배우 최진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때도 그랬다. 유독 여자연예인이 자살을 하면 ‘우울증에 의한 것’으로 단정짓기 일쑤였다. 자살의 원인은커녕 우울증의 본질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그때마다 사건은 수많은 의혹을 남긴 채 세월의 흐름 속에서 자연적으로 세인들의 뇌리에서 잊혀져 갔다. 그러나 전 매니저에 의해 유서로
지구촌이 야구 열기로 뜨겁다. 그중에서도 가장 뜨거운 곳은 역시 대한민국과 일본이 아닐까 싶다. 올해로 2회 째를 맞은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서 맞붙은 최고의 숙적 대한민국과 일본 전은 양국 국민 모두의 자존심이 걸린 피할 수 없는 한판승부였다. 한마디로 전쟁을 방불케 할 정도였다. 그에 걸맞게 양국은 예상대로 지역예선 1회전에서 1승1패로 팽팽한 접전을 벌이고 각각 2회전에 진출한 상태다. 미국이 명실공히 세계야구의 종주국이라면 일본은 동양야구의 종주국이라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미국은 캘리포니아주에만 약 3000여개의 야구팀이 있고, 일본 역시 고교야구팀만 해도 4163개로 고작 58개교인 우리나라의 70배가 넘는다. 이는 퍼시픽리그와 센트럴리그로 나뉘는 일본 프로야구의 단단한 밑바탕이 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게다가 순수 아마추어인 동호인 야구팀만도 무려 200만개가 넘는다고 하니 한 팀에 10명씩의 선수만 있다고 쳐도 2000만명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1억이 넘는 일본 인구의 5분의 1 이상이 동호인 야구를 하고 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 위상을 입증하듯 일본은 지난 2006년 제1회 WBC에서 야구 종주국 미국과 아마추어 야구 최강
전라도 토속음식에 ‘삼합(三合)’이란 것이 있다. 잘 삭힌 선홍빛 홍어에 기름기 좔좔 흐르는 삶은 돼지고기와 아삭아삭한 묵은 김치를 싸서 먹는 것이 바로 삼합이다. 세 가지 음식의 궁합이 어쩌면 그리도 잘 맞는지 걸쭉한 막걸리 한 잔 걸치고 삼합을 한 입 싸서 먹으면 그 맛이 가히 일품진미라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류의 삼합을 논할 때가 아니다. 나라 경제가 이 모양 이 꼴인데 한가롭게 음식 이야기나 읊조리고 있어서야 되겠는가. 세상이 아무리 험하고 힘들어도 사리분별을 할 줄 아는 지식인과 지도자가 있다면 그래도 살아갈 희망과 용기를 가질 수 있으련만, 지금 우리네가 살아가는 세상은 영 그렇지 못한 것 같아 가슴속 깊은 곳에서 한숨만 나올 뿐이다. 특히 신성한 민의(民意)의 전당인 국회의사당에서 우리 손으로 뽑은 선량(選良)들이 저지르는 막가파식 행태는 분노를 넘어 서글픔마저 느끼게 하는 요즘이다. 최근 사석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한 지인은 TV에서 국회의원들이 조폭들처럼 싸우는 모습이 비춰지자 ‘요즘 국회의원은 깡패만도 못하다’며 세태를 개탄했다. 거기서 나온 얘기가 바로 먹는 삼합이 아닌 중국의 원조 폭력조직 ‘삼합회(三合
현 정권의 ‘전 정권 손보기’가 한창이다. 손맛도 그럭저럭 괜찮은 듯하다. 전임 노무현정권의 청와대 기록물 유출을 기화로 시작된 이명박정권의 선전포고는 노 전 대통령의 측근인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 고교 동창인 정화삼씨, 그리고 친형인 노건평씨를 사법처리하는 선에서 갈무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최근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인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과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을 타깃 삼아 또다시 전 정권 먼지털기에 분주하다. 마치 한 방에 잃어버린 10년을 보상받으려는 듯 1년 동안 먼지를 털고 또 털더니 이젠 초가삼간의 빈대까지 잡을 태세다. 제 아무리 깔끔을 떨어도 세상에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그것은 세상의 이치이기도 하다. 돈이란 것이 세상에 나올 때부터 권력과 돈은 악어와 악어새처럼 공존하며 비리를 양산해왔다. 본시 ‘돈이란 놈은 잘 쓰면 돈이지만 잘못 쓰면 독’이란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권력자들도 ‘돈독’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역대 정권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돈독 때문에 단 한 시도 편할 날이 없었던 게 바로 대한민국이었다. ‘비리공화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권력을 손아귀에 쥔 장본인과 측근들이 여기
‘살라가둘라 메치카불라 비비디 바비디 부~.’ 요즘 TV 광고를 보면 유명 연예인들이 시상식장에서 수상소감을 대신해 이상한 주문 같은 것을 왼다. 마치 말을 떼기 전 어린아이의 옹알이 같은 이 주문은 월트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신데렐라>에서 나온 것이란다. 착하고 예쁜 신데렐라가 왕자님이 연 파티에 가고 싶은데 입고 갈 옷도 마차도 없어 슬퍼하고 있을 때 요정이 나타나 호박을 마차로, 누더기 옷과 신발을 예쁜 드레스와 유리구두로 바꿔줄 때 외웠던 주문이라는 것이다. 한때 ‘생각대로 하면 되고’란 ‘되고송’을 유행시킨 통신업체의 두 번째 광고문구 ‘비비디 바비디 부’는 생각과 소망이 이루어지는 희망의 메시지란 점에서 지금처럼 각박하고 힘든 세상을 사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지난해부터 곤두박질치기 시작한 경제는 도무지 회생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하루아침에 멀쩡한 회사가 도산해 길거리로 내몰린 수백만 실업자들의 한숨소리는 아비규환 그 자체인 요즘이다. 게다가 연이어 터지는 대형 사건사고 소식에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고, 그것을 놓고 벌이는 여야 정치권의 쌈박질 또한 가관이 아니다. 누구를 위한 싸움인지 헷갈리는 국민들은 가뜩이나 먹고살
시절이 하수상한 요즘이다. 북한의 심상찮은 도발 움직임이 아침의 정적을 깨고, 여기저기서 벌어진 사건사고로 정부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하늘을 찌른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준비가 어떻고, 용산 철거민 참사 수사결과가 저떻고, 연쇄살인범 강호순이 어쩌고, 화왕산 억새축제 참사가 저쩌고….’ “차라리 전쟁이라도 한 번 나 버렸으면 좋겠다”는 한 60대 노인의 푸념이 여러 사람의 바쁜 발걸음을 붙잡은 아침. 이유인즉, 수년 전 대학을 졸업한 아들 둘이 아직도 ‘백수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경제는 자꾸 어렵다 하는데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 없이 정치판은 허구헌날 쌈박질만 하고 있으니, 가진 게 없어 이민은 못 가고 차라리 전쟁이라도 한 번 터져 버렸으면 좋겠단다. 그러면 저 위에서 정신 못 차리고 설쳐대는 분들의 정신이 번쩍 들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일찍이 빈촌에서 태어나 부모로부터 가난과 무지(無知)를 유일한 유산으로 물려받은 노인은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70년대 중반에 상경했다고 한다. 배움도 없고 기술도 없었기에 몸뚱이를 밑천 삼아 건설현장에서 막노동으로 잔뼈가 굵었다는 노인은 거북이등처럼 갈라터진 손바닥을 보여주며 “이것이 여섯 가족을 지킨
‘강호순’이란 이름 석자가 정초부터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매스컴이란 매스컴은 모두 앞다퉈 연쇄살인범 강호순으로 도배를 하고, 남녀노소 불문하고 삼삼오오 모인 자리에서도 강호순은 여지없이 단골메뉴다. 심지어 인터넷상에 강호순을 옹호하는 팬카페가 개설돼 물의를 빚는가 하면, 그를 검거하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던 CCTV 관련업체 주가가 폭등하는 기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처럼 강호순은 그동안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던 경기 서남권 부녀자 연쇄살인으로 일약 대한민국의 최대 뉴스메이커로 떠올랐다. 무려 여섯명의 애꿎은 목숨을 앗아간 용산 철거민 참사도, 장거리 미사일 발사 운운하며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북한의 도발도 강호순 앞에선 한낱 ‘언저리 뉴스’에 불과하다. ‘직접살인’과 ‘간접살인’이란 차이일 뿐 용산참사도 엄연히 공권력에 의한 인명 살상 사건이고, 북한의 도발 협박 역시 간과할 수 없는 중대사인데도 말이다. 이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당장의 여론에만 민감한지를 보여주는 ‘냄비근성’의 단적인 예다. 그랬기에 과거 정권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여론이 형성될 때마다 곳간에 곶감 숨기듯 아껴뒀던 사건들을 터뜨려 국민여론을 조장하고 호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지도 어언 1년이다. 지난 2008년 2월25일 ‘실용정부(實用政府)’를 표방하며 국민의 기대와 희망을 안고 야심차게 출범한 이명박정부는 1년 동안 어떤 모습이었을까? 한마디로 국가경제를 도탄에 빠뜨리고 국민을 실망시킨 것도 모자라 분노케 만든 ‘실망정부(失望政府)’ 그 자체였다. 더욱이 얼마 전 이 대통령이 던진 ‘실용 농담’ 한마디는 실소를 자아낸다. 그는 자신의 생일과 당선일, 결혼기념일이 12월19로 같은 것과 관련해 “이것이 진정한 실용주의 표본”이라고 말했다. 이날은 대통령의 67회 생일이자 당선 1주년, 결혼 38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경제적이지 않은가? 한꺼번에 모두 하니까”라는 청와대 대변인의 부연설명은 더 가관이다. 무릇 ‘실용’의 사전적 의미는 ‘실제로 쓰거나 실질적인 쓸모’를 말한다. 하지만 실용정부라던 현 정부는 실제로 쓰거나 실질적인 쓸모가 있는 정책들을 하나도 내놓지 못했다. 물론 이는 민초(民草)인 서민들에게만 해당되는 말이다. 1% 부자와 재벌들은 ‘그들만의 실용정부’ 우산 아래서 전보다 더 호의호식을 누리고 있다. 오죽하면 대한민국은 지금 ‘1%의 나라’란 말이 나돌고 있을까. 지난 2007년 대선 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