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07.05 14:45
정치권의 ‘네 탓’ 정치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놓고 여야가 첨예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여야가 각각 네 탓만 하며 타협과 협상의 정치력을 전혀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정부도 가세해 국회 탓을 하며 책임 떠넘기기에 나섰다. 정부와 국회의 네 탓 정치로 국민들의 ‘정치 불신’ 현상은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각종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여야 국회의원 5명이 지난 21일 일제히 법원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받았다. 여당 의원 2명은 이날 모두 구속 수감됐으나 야당 의원은 신계륜, 신학용, 김재윤 의원 중 김재윤 의원만 영장이 발부됐다. 나머지 두 명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새정치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검찰을 향해 “야비한 장난을 멈추라”고 일갈했다.
7·30재보선이 끝나자마자 검찰의 사정칼날이 정치권을 정조준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세월호 사태로 본회의가 열리지 못하면서 현직 국회의원들이 무더기 구속될 위기에 처했다. 8월 임시국회가 열리지 않을 경우, 9월 정기국회가 열리기 전까진 국회의원들의 불체포특권 역시 사라진다. 이 기간 중에는 의원들에 대한 체포동의가 필요 없게 돼 국회 동의 없이 구속영장을 집행할 수 있다.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진 7·30재보선에서 새누리당이 압승하면서 여야 간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7·14전당대회에서 출범한 ‘김무성호(號)’는 탄력을 받게 된 반면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가 지난 31일 선거 패배에 책임을 지고 동반 퇴진한 새정치민주연합은 박영선 원내대표를 위원장으로 한 비대위 체제로 전환됐다.
7·30재보선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서울 동작을을 시발점으로 수원정, 수원병에서 잇따라 야권연대가 성사됐다. 새정치민주연합 기동민 후보가 지난 24일 “모든 것을 내려 놓겠다”며 후보직을 사퇴, 동작구민과의 연대를 선언한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와 정의당 노회찬 야권단일후보 간 대결로 압축됐다. ‘수도권 대첩’의 중심축인 동작을을 비롯해 수원벨트 승패에 관심이 집중된다.
7·30재보선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서울 동작을 선거판의 움직임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 51.9%, 새정치민주연합 기동민 후보 22.3%, 정의당 노회찬 후보 14.1%의 지지율을 각각 기록했다. 나 후보가 크게 앞서 있는 가운데 야권이 연대 승부수를 던질지 주목된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세월호 침몰 참사 이후 곤두박질 친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내외가 지난 3일 1박2일 일정으로 방한했다. 여권에선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지지율 반등을 기대하는 눈치다. 이날 한·중 정상은 회담을 통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연내 타결과 원화-위안화 직거래 시장 개설 등에 합의했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에 영향이 미칠지 주목된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지난달 26일 결국 유임됐다. 세월호 침몰 참사에 대한 정부의 총체적 부실 대응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지 60일 만에 재신임을 받은 것이다. 사표를 낸 총리가 유임된 건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후임 총리로 검토된 인사들이 손사래를 친 점도 유임 결정에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신상 털기식’ 국회 인사청문회 탓이 아니겠느냐는 풀이를 내놓는다.
부통령이란 소리를 듣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곤경에 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정치권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인사 검증 책임자인 김 실장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김 실장에 대한 청문회를 열자고 주장하고 싶다”는 논평을 내기도 했다.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을 마치고 21일 귀국한 박근혜 대통령이 김 실장과 문 후보자에 대한 거취 문제를 어떻게 결론낼지 주목된다.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명 직후 언론과 야당의 뭇매를 맞고 있다. 그동안 여러 교회와 학교 등에서 도를 넘어선 극우·친일적 내용의 강연을 한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문 후보자에 앞서 박근혜 대통령이 지명한 안대희 전 총리후보자가 청문회까지 가지도 못하고 전관예우 의혹 등에 휘말려 ‘셀프 낙마’한 상황에서 또 다시 ‘자격 미달 총리를 지명했다’는 비판이 나오자 정부와 여당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문 후보자는 일단 ‘버티기’에 돌입했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추가의혹 제기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은 내심 “총리를 다까지 마시오”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일본 육사를 졸업한 박 대통령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일본이름은 ‘다까끼 마사오’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인이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를 큰 표차이로 따돌리고 재선에 성공했다. 그가 꺾은 정몽준 후보는 이전까지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해왔던 인물이다. 정 후보는 한때 박 당선인을 일부 여론조사에서 크게 앞지르기도 했으나 세월호 참사와 막내아들의 “미개한 국민” 발언 이후 지지율이 큰 폭으로 떨어져 고배를 마셨다.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계획서가 지난달 29일 전격 통과됐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국회를 항의방문한 지 꼬박 사흘 만이다. 세월호 가족대책위 김병권 대표는 여야가 국정조사를 사흘 만에 합의한 것에 대해 “국회도 세월호와 똑같다”며 일갈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2일 안대희 전 대법관을 신임 국무총리로 지명했다. 또 야권과 시민단체의 퇴진요구가 높았던 남재준 국정원장,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사표도 전격 수리하며 사실상 경질했다. 하지만 ‘부통령’ ‘왕실장’ ‘기춘대원군’ 등의 별명을 가진 박근혜정부 ‘실세 중의 실세’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은 유임되며 재신임을 받았다. 한편 안 총리 내정자는 과거 “나는 김기춘에 비하면 발바닥이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김 비서실장에 대한 신뢰와 존경이 깊은 것으로 알려진다. 김 비서실장의 ‘발바닥 총리’가 대한민국의 책임총리가 될 수 있을까.
세월호 참사로 중단됐던 지방선거 일정이 재개되면서 서울시장선거 역시 활기를 찾고 있다. 한편 새누리당은 지난 12일 당내 경선을 통해 정몽준 후보를 최종 선출함으로써 드디어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1대1 구도가 완성됐다. ‘박심’ 논란까지 일으키며 선거에 뛰어들었던 김황식 전 총리는 정 후보의 선출을 지켜보며 씁쓸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지난 8일 여야가 새 원내대표를 선출했다. 새누리당에서는 3선의 이완구 의원이 추대 형식으로 선출됐고,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3선의 박영선 의원이 4파전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출됐다. 각각 최초 충청 출신 원내대표, 최초 여성 교섭단체 원내대표 타이틀을 단 이들이 꼬일 대로 꼬인 현 정국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된다. 한편 이 원내대표는 물러나는 황우여 대표를 대신해 오는 7월14일까지 당대표의 역할도 겸할 예정이며, 강경파인 박 원내대표의 부상은 온건파인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의 리더십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회는 지난달 29일 세월호 침몰 참사에 대한 신속한 구조 및 피해 지원 등을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당초 전자투표 시스템상에는 재석 253명 가운데 찬성 250명, 기권 3명으로 표시됐지만 기권 표시된 3명의 의원 모두 본인 실수나 기기 오작동 때문인 것으로 확인돼 찬성 표결로 정정했다.
극한으로 대립하던 정치권도 ‘세월호 참사’ 앞에선 여야 구분 없이 한마음이 됐다. 강창희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는 지난 4월24일 국회의장실에서 회동을 갖고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한 정치권의 책임을 통감하면서 안전과 민생 관련 법안 처리 등에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또한 정부의 부실·늑장 대응에 대한 책임론도 여야 일각에서 동시에 터져 나오며 모처럼 단합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회가 지난 16일 본회의에서 올해부터 2018년까지 5년간 적용할 제9차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 비준동의안을 통과시켰다. 특별협정의 통과로 정부가 올해 부담해야 할 분담금은 9200억원으로 확정됐다. 연도별 인상액은 전전년도 소비자 물가지수를 적용하되 최대 4%를 넘지 않도록 특별협정에 명시됐다.
지난 대선에서 여야 대선후보가 공통으로 약속했던 ‘기초선거 무공천’ 공약이 논란 끝에 폐기됐다. 새누리당이 먼저 ‘책임정치’를 이유로 공약을 파기한 이후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민련)도 고심 끝에 당원과 국민들의 여론을 수렴해 공천을 유지하기로 결정한 것. 당초 새민련은 ‘무공천 약속이행’이 통합(민주당+새정치연합)의 명분이었던 만큼 오는 6·4지방선거에서 무공천이 예상됐으나, ‘무공천=패배’라는 내부 반발에 결국 약속을 철회했다. 이번 지방선거가 공천과 무공천이라는 두 개의 규칙으로 치러질 뻔했던 사상초유의 사태는 피하게 됐지만, 여야 모두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렸다는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 체제로 출범했지만 두 사람 간 인기의 차이는 확연하다. 행사장마다 안철수 대표 쪽으로만 취재진이 몰리면서 김한길 대표는 머쓱해하는 모습이 자주 연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