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05.26 10:50
‘말 많고 탈 많았던’ 신묘년 한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간다. 2011년은 유난히도 토끼뜀처럼 자주 요동쳤다. 이국철·박태규의 ‘입’으로부터 권력형 비리가 봇물처럼 쏟아졌다. 기성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혐오가 극에 달했고, 변화를 열망하는 민심은 ‘안철수 신드롬’을 만들어냈다. 특히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의 당선으로 시민세력이 전면 등장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다사다난했던 정치권의 이슈를 사자성어로 풀어봤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지난 7일 오전 국회 본관 앞에서 열린 ‘한나라당 국기문란 사이버테러 규탄대회’에 참석해 진상 규명을 강력하게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치가 국민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최근 일련의 사태들을 보면 정치가 대중적 웃음거리로 전락하는 양상이다. 정치인의 막말로 정치가 희화화되는 것은 물론이고, 공권력 남용이 ‘일상다반사’가 되며 비판 여론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정치권에 대한 국민적 불신과 혐오는 극에 달한 상태다. 대한민국은 지금 방송과 인터넷을 중심으로 국민 정서에 반하는 정치인의 말과 행동을 비꼰 패러디 열풍이 정치권을 난타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오후 한미FTA 무효화 투쟁을 벌이고 있는 민주당과 야5당, 시민단체 회원 등이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한미FTA 날치기 비준 원천무효와 MB, 한나라당 심판 각계 5000인 선언’ 기자회견을 갖고 힘차게 구호를 외치고 있다.
지난 2일 미국 LA소재 한인신문 <선데이 저널>이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 실소유 논란이 일었던 (주)다스가 김경준-에리카 김에게 제기한 ‘BBK 투자금 140억원 반환 소송’ 취하를 최종 승인한 사실을 보도해 파문이 일고 있다. 소식이 국내에 퍼지던 같은 날 지난 10·26 재보선 당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디도스(DDoS) 공격해 다운시킨 주범이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의 비서였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던져줬다. 또 같은 날 새벽 지난 4월과 5월 초유의 전산망 마비 사태를 겪었던 농협 전산망이 또다시 4시간 가까이 마비된 사실이 온라인을 장식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MB정권의 아킬레스건처럼 따라다니는 미국발 BBK소식을 물타기하려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홍준표 대표는 지난 15일 밤 일부 기자들과의 만찬에서 “내가 한 기자랑 내기를 했다. 이달 안에 (한미FTA) 통과 못시키면 내가 100만원 주고, 내가 이기면 국회 본청 앞에서 그 기자 안경 벗기고 아구통 한 대 날리기로 했다”며 통과를 확신했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그는 또 “당내 중진들이 모임을 갖고 최대한 신속히 FTA를 처리해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며 “할 만큼 충분히 했고 더 이상 기다릴 상황이 아니라고 다들 뜻을 모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 22일 한나라당의 주도하에 FTA가 날치기 처리되자 비난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한 누리꾼은 “홍 대표가 과연 기자 아구통을 날릴 것이냐”며 내기의 결말에 관심을 표했다.
지난 11월22일 서울 세종로 사거리에서 새마을운동중앙회 주최로 열린 ‘온(溫)맵시 내복입기 캠페인’행사에 참석한 학생들과 시민들이 내복패션쇼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5일 오후 국회를 방문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박희태 국회의장과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 손학규 민주당 대표 등과 회동하며 한미FTA 비준 동의안 처리를 요청했다. 당시 사전에 오바마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ISD폐기를 전제로 한) 재협상 약속을 받으라는 손 대표의 요구에 대해 “나도 자존심이 있는 사람”이라며 “우리가 얘기하면 응하게 되어 있는 조항이 있는데 (비준 전에) 우리가 요구하려고 하니 미국이 허락해 달라고 하는 것은 주권국가로서 맞지 않다. 오히려 정부가 그렇게 하려고 하면 국회가 말려야 한다”고 응수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야당은 왜 오바마 대통령만 믿나. 한국 대통령을 믿어야지. 내게 하라고 하면 내 모든 역할을 다하겠다”며 ‘진정성’을 강조했다.
늦가을의 끝자락인 지난 16일 오후 서울여의도 한강 둔치를 찾아온 시민들이 은빛물결처럼 반짝이는 억새풀 사이를 지나며 즐거운 오후 한때를 보내고 있다.
지난 8일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2011 사랑의 김치나누기’ 행사에서 야쿠르트 아줌마와 자원봉사자들이 불우이웃에게 전달할 김치를 담그고 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에서 주재한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경제활동 참가율과 고용률이 증가하고 실업률도 줄어들었다”며 “고용 대박이다”고 자화자찬했다. 하지만 파리 목숨으로 불리는 비정규직 근로자가 600만명에 육박하고, 청년 실업이 사회문제로 자리잡아가는 상황에서 수치만 보고 자평한 박 장관은 뭇매를 맡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수치만 보면 고용 시장이 큰 활기를 띠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장에서 이 통계치를 체감할지는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여당에서조차 “정신 못 차렸다” “대경실색했다” “분노한다” 등의 강도 높은 비난이 쏟아졌고, 경질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