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05.29 01:01
최근 여권 주요 인사들이 주변을 ‘화들짝’ 놀라게 하고 있다. 정몽준 대표는 지난 5일 도보로 강을 건너다 얼음이 깨져 빠지는 아찔한 상황으로 당직자들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무사히 강 밖으로 나와 안상수 원내대표에게 “대표직을 승계하실 뻔했다”고 농담을 건넸지만 한동안 놀란 표정이 가시질 않았다. 같은 날 김무성 의원은 세종시 수정안을 재차 지지, 친박계와 결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불렀다. 김 의원은 “지난 대선 경선 당시에도 몇 번이나 싸우고 짐을 쌌다가 풀었다”며 이를 일축했다. 지난 10일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친이·친박계의 첫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섰던 홍준표 의원은 발언 도중 갑자기 “그럼 너희들끼리 해”라며 고함을 쳐 주변을 놀라게 했다.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후배 의원들의 거듭된 요청에 시간을 쪼개나왔는데 “발언 시간을 줄여 달라”는 쪽지가 전해지자 언성이 높아진 것이다.
‘정씨’가 정가를 주름잡고 있다. 청와대 정정길 대통령실장, 정운찬 국무총리,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 정양석 대표비서실장 등 ‘원년 멤버’에 한나라당 당직 개편으로 또 다른 ‘정씨’들이 실세로 떠오른 것. 장광근 사무총장 후임에 정병국 의원, 조윤선 대변인 후임으로 정미경 의원이 임명돼 ‘정씨 천하’에 합류했다. 여기에 민주당 정세균 대표, 정동영 의원까지 더하면 여야 주요 실세가 ‘정씨’로 채워지는 모양새다. 특히 여권 인사들은 모두 ‘나라 정(鄭)’을 쓰고 있어 “종친회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지난 3일 한파는 서울 개포동 구룡마을에도 매서운 칼바람과 함께 찾아들었다. 베란다를 찾아 볼 수 없는 이곳은 전신주 사이로 묶은 줄이 빨래줄이자 길가가 베란다가 된다. 추운 날씨에도 햇살이 있기에 오늘도 젖은 빨래를 널어보지만, 영하의 날씨와 칼바람에 빨래는 꽁꽁 얼어버린다.
세종시 입법 정국을 앞두고 정치권이 친박계 의원들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친박계가 세종시 수정에 찬성하느냐 마느냐가 세종시 입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박근혜 전 대표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형성하던 친박계에서 일부 ‘이탈자’들이 생겨나 시선을 끌고 있다. 친박계의 좌장 격인 김무성 의원이 친이 직계들이 주축으로 있는 공부 모임 ‘아레테’에 가입한 것. 김 의원은 친박계 의원 모임 ‘여의포럼’을 이끌고 있어 정가 일각에서는 “친박계가 분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이 커져 가고 있다. 하지만 정운찬 국무총리가 주재한 대구·경북지역 초청 오찬에 친박 의원들은 대거 불참하고, 참석한 친박 의원들도 ‘세종시 수정 반대’ 입장을 강조해 이러한 시각을 일축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와 정동영·천정배·추미애 의원의 엇갈린 인연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들은 지난 15대 총선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발탁한 ‘젊은 피’였다. 2000년 재선에 성공하자 ‘바른정치실천연구모임’을 만들었으며 당 정풍운동,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권 창출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참여정부 출범 후 거리를 벌리기 시작해 최근에는 정 대표 대 정동영·천정배·추미애 의원의 ‘비주류 연합’이 맞붙은 모양새다. 천 의원은 당 지도부의 리더십에 제동을 걸고 나섰으며 추 의원은 노동법 처리에 대한 징계 여부를 두고 당 지도부와 각을 세우고 있다.
올 들어 가장 추운 날씨를 기록했던 지난 14일 서울 기온은 영하 16도. 한강까지 얼려버렸던 매서운 추위가 한풀 꺾였지만 국회에는 여전히 한파가 머무는 듯하다. 정부의 일방적인 세종시 수정안으로 인해 여야 의원들이 협상 없는 혈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이 발표되자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한 친박계 의원들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하지만 단일대오를 형성하고 있는 친박계에서도 본의 아니게 ‘방황’하는 이들이 있다. 세종시 수정에 찬성했던 김무성 의원과 내각의 유일한 친박계 인사인 최경환 지식경제부장관이다. 김 의원은 세종시 발표를 앞두고 중국 방문길에 올라 ‘세종시 불길’을 피했다. 하지만 최 장관은 청와대의 ‘내각 총동원령’에 따라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대국민 홍보에 나서야 할 처지에 놓였다. 장관으로 임명된 후에도 박 전 대표에 대한 신의를 지켜왔던 최 장관으로서는 진퇴양난의 위기가 따로 없게 된 셈이다.
지난 11일 오전 정부는 세종시 행정기관 이전을 백지화하는 수정 계획안을 발표했다. 이에 분노한 야당 의원들이 두 팔을 걷어붙였다. 원안사수를 위해서다. 발표 직후 자유선진당 의원들이 국회 본청 앞에서 수정안에 반대하는 규탄대회 및 삭발식을 가졌다. 비장한 표정으로 삭발식을 시작했던 의원들이 막상 머리카락이 잘려나가자 찹찹함을 감추지 못하는 듯하다.
2010년 새해 첫 출근길이 100년 만에 내린 폭설로 마비됐다. 지난 4일 서울, 경기 등 중부지역 전역에 많은 양의 눈이 내렸다. 많은 시민들이 차 안에 발이 묶여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에 놓이는가 하면, 차량이 움직이기만을 기다리던 일부 시민들은 버스에서 내려 2~3km가 넘는 거리에 위치한 지하철을 타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기도 했다. 심지어 승용차를 이용해 출근길에 올랐던 시민들도 차를 버리고 지하철로 향하는 모습도 왕왕 찾아 볼 수 있었다.
세종시 정국을 앞두고 김형오 국회의장이 고민에 빠졌다.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관련 법안이 국회로 넘어올 경우 최종 ‘선택’이 그의 손에 맡겨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 의장은 “(직권상정은) 최후의 불가피한 때만 하는 것인데, 직권상정에 의존하는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며 벌써부터 직권상정의 불길을 피하려는 모양새다. 세종시 수정안을 놓고 국회가 파행으로 치달을 경우의 직권상정 여부에도 “나는 직권상정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키웠다. 미디어법 정국이 끝나고 난 뒤 ‘평생 들을 욕을 다 듣고’ 노동법 처리 후에는 ‘그보다 더 많은 욕을 먹은’ 김 의장 나름의 고육지책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