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촬영 이벤트라더니…” 악덕 업체 기승에 업계 얼룩

‘사기 주의보’ 포토북·액자·파일에 고액 요구

[일요시사 취재2팀] 강운지 기자 = SNS 및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무료로 가족사진을 찍어주겠다’며 촬영 후 고액의 액자 값 등을 요구하는 사진관이 기승을 부리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지난 12일,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가족사진 무료 당첨에 아직도 속는 사람이 많다는데, 속지 마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 “반드시 대가족에, 나이가 많은 가족 구성원이 있어야 한다고 할 거다. 옷을 갈아입으면서 200여장 정도 사진을 찍는다”면서 “나이 든 분들은 몇 시간 동안 들인 수고를 고려해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지불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무료 촬영이라는데, 촬영만 무료다. 포토북과 액자, 사진 파일을 받으려면 200만원에서 300만원까지 비용이 든다”고 말했다. 즉 ‘촬영은 무료지만 사진 제공은 유료’인 것이다.

사실 ‘무료 가족사진 촬영 이벤트’ 피해담은 2018년경부터 온라인상에 꾸준히 게재돼왔다. 당시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 올라온 ‘페이스북 이벤트로 사기 아닌 사기를 당했다’는 호소 글이 대표적이다.

작성자 B씨는 “페이스북 무료 가족사진 이벤트에 당첨돼 사진관을 방문했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촬영을 마쳤다. 그런데 사진을 고르려 작은 방에 들어가니 사진기사가 고가의 액자들을 소개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30분이 넘게 실랑이하다가 ‘처음 찍은 가족사진이니 비싸긴 해도 구매하자’는 생각으로 결제했다. 눈 뜨고 코 베인다는 게 이런 거 같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듬해인 2019년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스튜디오 업체들의 사기 행각을 규탄한다’는 청원글이 게재됐다. 

다음해인 2020년에는 ‘가족사진이 무료라서 갔는데 65만원을 결제하고 왔다’는 커뮤니티 게시글이 포착되기도 했다. 작성자 C씨는 “대기, 촬영 시간 합해서 4시간 들었다. 메이크업도 5만원이었는데 절대로 그 값의 퀄리티가 아니었다. 속상해서 잠도 안 온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무료 가족사진 이벤트는 ‘이왕 찍었으니 구매하자’는 소비자 심리와 ‘부모님을 더 고생하게 만들 수 없다’는 자녀의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한 악질 마케팅이다. 4년 넘도록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무수히 많은 경고 글과 피해 경험담이 올라오고 있지만, 여전히 피해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가는 제도적 맹점으로 해당 악덕 사진 업체들에 대한 적절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탓이다.

실제로 이 같은 업체들의 무료 촬영의 경우는 사기죄 성립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사기죄는 형법 347조에 ‘사람을 기망해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는 것’으로 설명돼있는데, 해당 이벤트는 업체가 액자와 사진 파일 등에 추가금을 요구할 뿐 ‘무료 촬영’ 자체는 허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무료 촬영 이벤트를 경험한 후 종종 한국소비자원에 민원을 넣는 피해자들도 있다. 그러나 피해를 구제받기 위해서는 ‘촬영 전 사진관으로부터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했던 사실’ ‘제품을 강매당해 손해를 입은 사실’ 등을 피해자가 직접 입증해야 하므로, 해당 업계에선 사실상 보상받기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중론이다.


한편 누리꾼들은 “세상에 공짜는 없더라” “안 사면 불효자, 불효녀 만드는 수법이다” “저런 업체들은 상호 공개하고 광고 못 하게 해야 한다” 등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다.


<uj0412@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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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박모씨와 조직원 3명이 필리핀 현지 수용소서 탈옥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박씨와 함께 보이스피싱 등의 범행을 함께한 조직원 포함 총 4명은 최근 필리핀 루손섬 남동부 지방 비콜 교도소로 이감됐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후 지난 4월 말, 현지서 열린 재판에 출석한 박씨와 일당은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수사 당국 관계자는 “박씨와 일당 3명이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구체적인 탈출 방식 등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출신의 전직 경찰로 알려져 충격을 안겼던 바 있다. 2008년 수뢰 혐의로 해임된 그는 경찰 조직을 떠난 뒤 2011년부터 10년간 보이스피싱계의 정점으로 군림해왔다. 특히, 박씨는 조직원들에게 은행 등에서 사용하는 용어들로 구성된 대본을 작성하게 할 정도로 치밀했다. 경찰 출신인 만큼, 관련 범죄에선 전문가로 통했다는 후문이다. 박씨는 필리핀을 거점으로 지난 2012년 콜센터를 개설해 수백억원을 편취했다. 10년 가까이 지속된 그의 범죄는 2021년 10월4일에 끝이 났다. 국정원은 수년간 파악한 정보를 종합해 필리핀 현지에 파견된 경찰에 “박씨가 마닐라서 400km 떨어진 시골 마을에 거주한다”는 정보를 넘겼다. 필리핀 루손섬 비콜교도소 수감 보이스피싱 이어 마약 유통까지 검거 당시 박씨의 경호원은 모두 17명으로 총기가 허용되는 필리핀의 특성상 대부분 중무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가 위치한 곳까지 접근한 필리핀 이민국 수사관과 현지 경찰 특공대도 무장 경호원들에 맞서 중무장했다. 2023년 초까지만 해도 박씨가 곧 송환될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박씨는 일부러 고소당하는 등의 방법으로 여죄를 만들어 한국으로 송환되지 않으려 범죄를 계획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또, 박씨는 새로운 마약왕으로 떠오르고 있는 송모씨와 함께 비콜 교도소로 이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비쿠탄 교도소에 수감돼있는 한 제보자에 따르면 “박씨의 텔레그램방에 있는 인원이 10명이 넘는다. 대부분 보이스피싱과 마약 전과가 있는 인물들로 한국인만 있는 것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씨는 본래 마약과는 거리가 멀었던 인물이다. 송씨와 안면을 트면서 보이스피싱보다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빠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교도소 내에서 마약 사업을 이어왔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경찰 안팎에서는 “새로운 조직을 꾸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일각에서는 이들이 비콜 교도소서 탈옥을 계획 중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비쿠탄 교도소 관계자는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서 약 100만페소(한화 약 2330만원) 정도면 인도네시아로 밀항이 가능하다. 비콜 지역 교도소는 비쿠탄보다 탈옥이 쉬운 곳”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한편, 지난 7일 외교부와 주필리핀 대한민국 대사관 측은 정확한 탈출 방식이나 사건 발생 일자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일축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