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김병기 충돌 후폭풍

2025.09.15 10:38:07 호수 1549호

어긋난 시선…내홍 발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단 하룻밤 사이에 일어난 일이지만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검찰개혁을 놓고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간의 이견이 드러난 데 이어 이번에는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 대표 간의 미묘한 기류가 포착된 것이다. 3대 특검 합의문을 놓고 서로를 향한 불편한 심기가 그대로 노출되면서 당의 분위기는 살벌하기만 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3대(내란·김건희·채 상병) 특검에 대한 합의 내용을 발표했다. 가장 이견이 있던 특검 수사 기간의 경우 추가로 연장하지 않고 수사 인력 역시 필요한 범위 한에서만 증원키로 했다. 여러 차례 갑론을박이 오갔던 만큼 늦은 저녁이 돼서야 양당 간의 합의가 이뤄졌다.

엇박자

앞서 민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이하 법사위)에서 내란·김건희 특검은 현행 최장 150일에서 180일로, 채 상병 특검은 최장 120일에서 150일로 늘리는 이른바 ‘더 센 특검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아직 끝나지 않은 특검 수사의 기간을 늘리는 것은 과도하다”는 취지로 지적했고 민주당은 ‘특검의 재량으로 30일 추가로 수사 기간을 연장’하는 내용을 개정안에서 삭제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내란 재판에 대한 녹화 중계에 대해서는 의무 중계가 아닌 ‘조건부’로 허용케 했으며 특검 기간이 종료한 뒤 ‘특검이 국가수사본부의 수사를 지휘한다’는 규정 역시 빼기로 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을 법사위 야당 간사에 선임하는 안건도 합의되면서 눈길을 끌었다. 앞서 민주당 소속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나 의원의 간사 선임안 상정을 거부한 바 있다. 이처럼 3대 특검법은 지난 11일 양당이 합의한 수정안대로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었다.

3대 특검법 개정안이 발표되자 민주당 강경파를 중심으로 밤새 반발이 이어졌다. 결국 합의를 마친 다음 날인 11일 아침 국회가 발칵 뒤집혔다.

법사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은 SNS를 통해 “특검법 개정은 수사 인력 보강, 수사 기간 연장 등으로 내란 수사와 권력형 부패 비리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그게 아니라면 굳이 합의가 필요치 않다”고 밝혔다.

박주민 의원 역시 “내란 종식은 협치의 대상이 아닌 역사를 바로잡는 것”이라며 “수용할 것과 수용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다. 어제 원내 지도부 발표는 당내 충분한 논의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율 끝 ‘특검 합의문’ 가져온 김
“지도부 뜻과 달라” 퇴짜 놓은 정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국회에서 취재진들과 만나 전날 이뤄진 여야 협상안에 대해 “제가 수용할 수 없었고 지도부의 뜻과 다르다”며 “바로 재협상을 지시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고생을 많이 했지만, 지도부 (의견과는) 많이 달라서 저도 어제 많이 당황했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의 태도도 다소 바뀌었다. 그는 취재진들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 협상 파기가 아닌 최종 결렬”이라고 거듭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우리가 총론만 하고 나갔다. 뒤에 수석들이 각론을 너무 많이 나갔다”며 “그걸(각론을) 더 세밀하게 (논의)한 다음에 설명했어야 하는데 (설명이) 너무 많이 나간 것”이라고 부연 설명을 덧붙였다.

그러나 김 원내대표는 전날 회동을 마친 뒤 “두 당이 합의한 합의문을 불러드리겠다” “민주당은 3대 특검법 개정안에 대한 국민의힘의 수정 요구를 수용한다”고 발언했던 만큼 지도부와 상의 없이 단독 행동을 한 것인지 등 추가 해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상대로 국민의힘은 크게 반발했다.

송 원내대표는 “오늘 아침 민주당으로부터 알 수 없는 이유로 특검법 합의가 파기됐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이재명 대통령은 협치를 주장했는데 취임 100일 기념 선물로 여야 합의 파기라는 선물을 보내왔다”고 비판했다. 이어 “향후 모든 국회 일정 파행에 대해서는 집권여당인 민주당에서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유상범 원내수석부대표 역시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밤사이 뒤집히기 시작한다면 민주당 원내대표와 원내수석부대표의 존재 가치가 뭔지 모르겠다”며 “원내대표가 합의한 것을 이렇게 지킬 수 없다면 앞으로 민주당에서는 당의 승낙을 받아야, 정 대표의 승낙이 있어야 정부와 원내대표 간에 합의한 것이 이행되는 것인가”라고 비꼬았다.

여야 협상 결렬은 이내 민주당과 원내 지도부 간의 갈등으로도 이어졌다. 정 대표는 완화된 조건으로 협상을 진행한 김 원내대표에게 불만을 표출했고, 김 원내대표는 협상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뒤 재협상을 지시한 정 대표를 향해 격노한 것으로 전해진다.

게다가 김 원내대표가 SNS를 통해 “그동안 당 지도부, 법사위, 특위 등과 긴밀하게 소통했다”고 밝힌 만큼 정 대표가 협상 내용을 충분히 알면서도 여론을 의식해 그에게 독박을 씌운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사과하라 그래” 높아진 언성
싸늘한 당…갈등 도화선 될까

결국 두 사람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김 원내대표가 기자들 앞에서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고 항의하며 분위기가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모든 사태와 관련해 정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사과의 뜻을 전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의원총회를 마친 뒤 브리핑에서 “여야 협의된 부분을 두고 의총 과정에서 수정안을 도출하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에 대해 당 대표가 당원과 국민, 의원들께 ‘본인 부덕의 소치’라며 심심한 사과를 했다”고 밝혔다.

다만 해당 내용이 김 원내대표를 향한 것이 아닌 심려를 끼친 것에 대한 전반적인 사과라는 해석이 나오면서 두 사람 간의 갈등이 완전히 봉합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김 원내대표를 겨냥한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십자포화로 인한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한번 어긋난 모습을 보여준 김 원내대표가 정 대표의 개혁안 등에 나란히 발을 맞출 수 있겠냐는 우려에서다.


해당 사건은 민주당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궜다. “김 원내대표가 내란당과 협치했다” “독재 쿠데타” 등의 비판 글이 쏟아졌으며 일부는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후유증

지난 14일 두 사람이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등과 비공개 만찬을 가지면서 갈등 봉합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정 대표는 만찬 회동에 앞서 자신의 SNS를 통해 “당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최종 책임은 당 대표에 있다”고 적었다. 투톱 간의 갈등을 의식한 것인지 “당정대는 완전한 내란 종식, 이재명정부의 성공, 한 방향을 보고 찰떡같이 뭉쳐 차돌처럼 단단하게 원팀, 원보이스로 간다”며 거듭 단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이상 문제 삼지 않고 단순 해프닝으로 넘길지, 갈등의 시작이 될지는 전적으로 두 사람에 달려있다. 결국 여야 합의를 파기한 특검법 원안이 국회를 통과한 만큼 더는 민주당이 자중지란 해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지만, 일부 강성 지지층의 성토 역시 만만치 않은 만큼 언젠가는 풀어야 할 문제로 남게 됐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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