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권교체에 성공한 새 정부는 특검법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을 에워싼 상태다. 윤 전 대통령은 내란 특검 수사를 거부하고 있다. 전략적 버티기일까, 막무가내 떼쓰기일까?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시작으로 지난달 3일 조기 대선까지 한국 사회는 6개월 동안 정치 이슈에 매몰됐다. 당선과 동시에 출범한 이재명정부는 민생 회복과 함께 내란 종식을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으로 꼽았다. 3대 특검법의 국회 통과는 그 시발점이었다.
전략일까
내란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 등 3대 특검법은 정권교체 이후 처음 국회 문턱을 넘은 1호 법안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3대 특검법의 닻이 올랐다. 내란 특검법은 조은석, 김건희 특검법은 민중기, 채상병 특검법은 이명현 특검이 맡아 수사에 돌입한 상태다.
3대 특검법은 광범위하게는 윤석열정부, 좁게 보면 윤 전 대통령을 ‘일점사’하고 있다. 내란 특검법은 비상계엄 선포 전부터 해제, 후속 대처까지 들여다볼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을 필두로 당시 국무위원들과 군, 경찰 관계자 등이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김건희 특검법은 윤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내용이다. 윤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통해 김 여사에 대한 수사를 막아왔다. 김 여사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면 윤 전 대통령까지 레이더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 이미 몇몇 의혹은 윤 전 대통령의 연루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채상병 특검법의 핵심은 ‘수사 외압’ 의혹이다. 채 상병이 사망한 이후 대통령실에서 관련 수사를 막기 위해 개입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특히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구명하려 했다는 의혹에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등장하면서 김 여사의 연루 의혹도 제기됐다. 여기에 윤 전 대통령이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와 관련해 심하게 화를 냈다는 ‘격노설’도 수사 대상이다.
3대 특검 중에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인 건 내란 특검이다. 조은석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의 신병을 확보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0일 재구속됐다. 지난 3월8일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남세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6일 조은석 특검팀이 청구한 구속영장에 대해 “증거인멸 우려”를 이유로 발부했다.
문제는 윤 전 대통령이 특검 수사를 거부하고 있다는 점이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고검청사에 나와 조사를 받으라는 특검의 출석 요구에 연달아 불응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을 특정 장소로 강제 연행하도록 지시하는 인치 지휘를 서울구치소에 전달했지만 진행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이 건강상의 이유 등을 들어 수용실에서 나가길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조은석 특검팀 박지영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 측은 1차 인치 지휘(14일) 후 현재까지 특검에 어떠한 의사도 표시하지 않고 있다”며 “특검은 피의자가 조사 자체를 거부하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내란 혐의로 구속됐을 당시에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3차례 강제구인을 모두 거부한 바 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강제구인 실패 책임을 서울구치소에 묻는 등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재구속 후 조사 거부 일관
특검, 지난 19일 구속 기소
박 특검보는 “15일 오전 구치소 교정 담당 공무원에 대해 전날 인치 직무를 이행하지 않은 구체적 경위를 조사했다”며 “형사소송법상 구속영장에 따른 집행은 공무원이 하고 있고 본인 직무를 수행하지 않으면 공무원으로서 책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구치소 측은 윤 전 대통령의 신분을 감안할 때 물리력 행사가 어렵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조은석 특검팀은 3차 강제구인을 시도했지만 윤 전 대통령 측이 구속적부심 심사를 청구하면서 보류됐다. 구속적부심은 구속된 피의자가 법원에 자신의 구속이 적법한지, 계속 구속할 필요성이 있는지 다시 심사해 달라고 요청하는 절차다.
구속의 실체적·절차적 정당성을 두고 다투겠다는 의도다. 구속적부심이 청구되면 형사합의 재판부에 배당되고 48시간 이내에 피의자 심문과 증거 조사를 해야 한다. 이 기간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중단된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호칭을 ‘피의자 윤석열’로 바꾸는 등 강경 모드를 보이고 있다. 또 기소 때까지 가족과 변호인을 제외한 피의자 접견 금지를 결정했다고도 밝혔다. 일반 피의자에게 적용되는 접근금지 적용 기준에 따라 원칙적으로 처리했다고도 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특검이 윤 전 대통령을 조사 없이 바로 기소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교정당국이 윤 전 대통령에 물리력을 행사하는 것에 난색을 표하는 만큼 방문 조사 등 다른 방안을 검토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러면서도 특검은 직접 윤 전 대통령을 찾아가 조사하는 것은 실효성 문제는 물론 특혜 의혹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박 특검보는 “김건희 여사를 (검찰이) 방문 조사했을 때 사회적 비난 여론이 엄청났다”며 “구속된 피의자에 대한 방문 조사는 그와 다르지 않다”고 브리핑했다. 윤 전 대통령이 묵비권을 행사하면 특검으로선 직접 찾아간 것도 모자라 제대로 된 성과도 내지 못했다는 비판에 휘말릴 수 있다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강제구인 시도에 “전직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망신 주려는 행태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면 조사가 목적이라면 장소는 본질이 아니다”며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특검 수사 당시 수사기관이 구치소를 방문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의 행보를 두고 각종 의견이 나오고 있다. 평생 검사로 살았고 검찰총장까지 지낸 ‘율사’인 윤 전 대통령의 조사 거부가 어떤 전략인지를 두고 관심이 집중됐다. 법조계에서는 윤 전 대통령이 특검 조사가 아닌 재판에서 승부를 보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읽힌다고 진단했다.
특검 조사보다는 사법부의 판단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지난 19일, 내란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강경 지지층에 기대려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 탄핵 정국, 조기 대선 과정에서 여러 차례 지지자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등 여론전을 노리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떼쓰기?
일각에서는 윤 전 대통령의 버티기 전략이 다른 특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은석 특검팀이 수차례에 걸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강제구인을 시도하는 등 강하게 나가는 이유가 ‘밀리면 안 된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다는 의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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