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드 인’ 맡긴 BMW 파손⋯차주 책임?

2026.04.03 17:38:07 호수 0호

자주식 탁송 도중 엔진 멈춰
기술서는 ‘기계적 결함’ 판단

[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업체가 프로모션 등으로 주도한 서비스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책임 소재와 사후 대응은 소비자 신뢰와 직결되는 요소로 꼽힌다. 최근 한 수입차 딜러사의 리스 차량 트레이드 인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차량 파손 책임을 차주가 떠안게 됐다는 사연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트레이드 인 서비스는 기존 차량을 딜러사에 매각하고, 그에 따른 할인이나 보상 혜택을 신차 구매와 연계하는 방식이다.

경기도 남양주에서 법인 사업체를 운영하는 차주 A(46)씨는 지난 2일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회사 차량으로 BMW 신차를 계약하면서 기존에 5년가량 탄 X6M 모델을 딜러사 권유로 트레이드 인 서비스에 맡겼다”며 “당시엔 전시장에 차량과 키를 맡기면 절차가 끝나는 줄 알았다”고 토로했다.

A씨에 따르면 그의 차량은 지난 1월21일, B사가 외주 탁송 기사를 통해 수원의 BMW 중고차 인증센터(이하 BPS)로 보내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그는 “사고 사실도 차량을 맡긴 지 이틀가량 지난 뒤에야 들었다”며 “BPS로 탁송한 뒤 계약서에 도장을 찍어야 명의 이전이 완료된다는 설명도 그때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사고 정리 과정에서 B사의 태도가 달라졌다는 점이다. A씨는 “처음 사고가 났을 때는 걱정하지 말고 기다려 달라는 취지로 설득하더니, 기술 분석 보고서가 나오고 나서는 ‘탁송업체와 민사로 해결하라’는 식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함께 제보한 통화 녹취에서도 이 같은 내용이 확인된다. B사 지점장은 지난달 27일 A씨와의 통화에서 “고객이 직접 운전한 것도 아니니 처리해 줘야 되지 않느냐고 상부에 얘기했다”면서도 “회사 측은 우리 책임이 아니라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쟁점은 결국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여부다. A씨는 차량과 키를 맡긴 이상, 이후 발생한 문제 역시 딜러사 측이 정리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반면 B사 측은 사고가 외주 탁송 과정에서 발생한 만큼 자사 책임과는 구분해야 한다는 취지로 선을 긋는 모양새다.

A씨는 “다른 수입사에 문의했을 때도 고가 차량을 외부 탁송 기사에게 맡기는 방식은 잘 하지 않는다고 들었다”며 “별다른 안내 없이 진행한 탁송 과정에서 사고가 났음에도, 책임을 떠넘기는 건 잘못된 처사 아니냐”고 되물었다.

실제로 BMW 타 딜러사 관계자는 이날 <일요시사>의 관련 질의에 “개인 기사를 통한 탁송은 위험 부담이 커 거의 하지 않는다”며 “고객이 직접 BPS로 차량을 가져가거나, 이동 거리 등 사정이 있을 경우 자사 차량 운반용 캐리어를 통해 상차한 뒤 이동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고 답변했다.

또 A씨는 면책 논리의 기초가 된 기술 판단에도 의문이 남는다는 입장이다.

기술 분석 보고서에선 사고 원인을 ‘차량 자체의 장기적인 노후화 및 윤활 불량에 기인한 기계적 결함’으로 판단했다. 근거로는 ▲윤활 시스템 기능 상실에 따른 내부 손상 가능성 ▲자동변속 제어 로직상 운전 미숙으로 엔진 과회전이 발생하기 어렵다는 분석 ▲15만7000km 주행에 따른 엔진 피로 수명 한계 등이 제시됐다.

이와 관련해 A씨는 “기술서엔 주행 속도나 RPM 등을 블랙박스를 통해 확인했다는 내용이 적혀있다”면서도 “사고 당일부터 블랙박스 SD카드는 BPS 직원이 보관하고 있었던 데다, 확인 결과 기기 상태도 좋지 않아 지난 2024년 이후로 촬영된 내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탁송 기사가 차량 특성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한 채 주행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변속 셀렉터 레버 조작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스포츠 수동 모드에 진입했을 경우 자동변속 개입이 제한돼 고RPM 상태가 유지될 수 있는 만큼, 엔진에 무리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기술적으로 검토됐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BMW 공식 매뉴얼엔 2021년식 X6M 모델이 스포츠 주행 모드로 설정된 경우 해당 단계 최고 속도(최대 회전수 한계)에 도달하더라도 자동으로 변속되지 않는다고 명시돼있다.

이외에도 그는 “차량이 운행한 지 4년 반, 주행거리 약 15만km 수준에 불과한데도 이를 ‘장기적인 노후화’로 판단한 점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한편, 당시 A씨의 차량을 감정했던 기술사는 3일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차주 입장에서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는 점은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이번 사안은 외부 요인에 따른 사고라기보다, 오일 교환 불량이나 오일 라인 막힘 등으로 윤활에 문제가 생긴 차량 자체의 기계적 결함으로 봤다”고 밝혔다.

보험사로부터 전해 들은 당시 상황에 대해선 “탁송 기사가 2km 가량 주행하는 과정에서 차량에서 ‘우당탕탕’하는 소리가 났고, 어딘가 잘못 부딪혔다고 생각해 사고 접수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보험 면책 사유에 해당할 수 있는 차량 자체 문제일 가능성이 있어 보험사 측이 당사에 감정을 의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A씨 측이 제기한 고RPM 주행에 따른 파손 가능성에 대해선 “각 단수별 최고 회전 속도가 설정돼있어 그 이상으로는 올라가지 않는 구조”라며 “설령 변속이 제한되는 상황이라도 높은 RPM만으로 곧바로 엔진 내부 파손으로 이어진다고 보긴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제조사 공식 매뉴얼에도 문제 소지가 있는 부분은 별도 안내가 포함돼있다”며 “예를 들어 반자율 주행 기능 설명에 ‘핸들을 잡을 의무는 운전자에게 있다’는 문구가 함께 들어가는 식”이라고 부연했다.

이 기술사는 “정비 현장에서도 고객이 차량을 끌고 들어올 때까진 별다른 문제가 드러나지 않다가, 점검 과정에서 엔진 이상이 확인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일종의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격’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이번 사안을 소비자 분쟁 조정 절차로 풀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A씨 차량이 법인 명의 리스 차량이고, 트레이드 인 역시 회사의 자산 처분 성격을 띠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소비자원도 피해구제 대상에서 ‘영리 활동과 관련해 발생한 분쟁’이나 ‘소비자와 사업자 사이의 분쟁이 아닌 경우’ 등을 제외하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사안을 단순히 탁송업체와의 분쟁으로만 볼 게 아니라, 딜러사 측의 책임 범위까지 함께 따져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제기된다. 차량 인도와 후속 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라면, 결국 명의자인 A씨와 트레이드 인 서비스를 주도한 B사 사이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의미다.

민법 제680조에 따르면 위임은 계약 당사자 일방이 사무 처리를 위탁하고 상대방이 이를 승낙함으로써 효력이 발생한다. 같은 법 제682조는 수임인이 위임인의 승낙이나 부득이한 사유 없이 제3자에게 위임 사무를 처리하게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별도 계약서가 없었더라도 절차 진행에 관한 의사 합치가 있었다면 법률상 위임 관계로 평가될 수도 있으며, A씨 주장대로 외주 업체 이용에 대한 사전 동의가 없었다면 B사 측이 차량 이동을 맡긴 경위 자체가 쟁점이 될 수 있다.

다만 B사 측 역시 ‘알아서 처리해 달라’는 요청에 묵시적 승낙이 포함돼있었다거나 당시 부득이한 사유가 있었다는 논리로 맞설 가능성은 있다.

<일요시사>는 이날 B사 해당 지점에 ▲최종 책임 판단의 근거 ▲서비스 제공 주체로서 자사 책임이 없다고 보는 이유 ▲유사 사고 방지를 위한 개선 계획 등을 묻고자 연락을 취했으나 “지점장이 현재 부재 중이며 연락처 제공은 어렵다”는 답변만 받았다.

<kj4579@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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