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명동·강남 가짜 논란

2026.02.26 13:51:41 호수 1572호

한 브랜드 다른 두 매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명동과 강남역 인근에 프랑스 브랜드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를 표방한 매장들이 버젓이 운영되고 있어 소비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외관상 정식 브랜드 매장과 구분하기 어렵다. 사실상 프랑스 본사와의 계약이 해지된 유통업체가 운영하는 ‘가품 매장’인 셈이다.



가품 매장은 브랜드 제품을 정상가보다 50% 이상 할인한다는 문구를 앞세워 국내 고객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까지 끌어들였다. 이면에는 복잡한 라이선스 분쟁과 법적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 프랑스 패션계에서 1970년대부터 명성을 쌓아온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이하, 마리떼)는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면서 재기했다.

뭐가 진짜?

2019년 국내 전개사인 레이어(대표 신찬호)가 현지 독점 라이선스를 확보하고 규모가 빠른 브랜드 성장세를 보였다. 연 매출 규모가 수천억원대까지 오르는 성과를 내며 국내를 넘어 아시아 시장 확장까지 추진했다.

브랜드 인지도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클레비를 비롯한 복수의 유통업체들이 정식 라이선스가 없음에도 불명확한 방식으로 상품을 생산·유통하고 있다. 일부 업체는 SNS 공동구매, 오픈마켓, 오프라인 행사 등을 통해 로고만 같은 상품을 정품으로 둔갑시켜 판매했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 피해는 물론 브랜드 가치 손상 우려가 커졌다.

레이어는 이에 대응해 2025년 3월, 클레비를 상대로 상표 전용사용권 침해금지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같은 해 7월28일 이 신청을 받아들여, 마리떼 상표를 붙인 제품의 판매 및 유통을 금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후 클레비의 이의신청도 9월 기각되며 레이어는 국내에서 마리떼 상표의 유일한 전용사용권자로서 법적 지위를 명확히 인정받았다.

법원 가처분 결정 이후라도 현재 및 장래의 침해 행위까지 금지하는 효력이 발휘된다는 점에서, 마리떼 상표가 사용된 제품의 생산·유통·판매 행위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업계와 법조계는 해석한다. 때문에 가처분 이후 판매가 이뤄지는 유통 행위는 상표권 침해에 해당할 공산이 크다.

서울 명동과 강남 거리에는 여전히 두 개의 마리떼 매장이 존재한다. 명동의 경우 도보 2분 거리에 레이어가 운영하는 공식 FSS(Factory Store & Sale) 매장이 있는 반면, 클레비가 운영하는 비공식 매장도 나란히 자리한다. 외부 간판과 인테리어만 보면 일반 소비자가 두 매장을 구분하기 어려운 형태다.

특히 클레비 매장들은 “전 상품 50% 할인” 등의 홍보 문구를 전면에 내세워 정상가 대비 높은 할인율로 소비자를 유인한다. 제품 태그에 표기된 정상가에서 임의 할인하는 이벤트 형태라는 설명만 있을 뿐, 실제로 정품인지 아닌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문제가 크다.

상표권 분쟁 패소 뒤 ‘50% 세일’
법적 판단 이후에도 혼선 지속

물론 두 매장은 내부 상품 구성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레이어 매장은 새로운 시즌 컬렉션과 다양한 디자인 제품을 선보이는 반면, 클레비의 매장은 로고를 크게 넣은 기본 아이템 위주로 판매하며 가격 경쟁력을 강조한다. 후드티, 맨투맨, 모자 등 일반 상품군의 가격은 비슷하지만, 할인율이 크게 표시되면서 소비자들의 혼란을 부추긴다.

유통 현장의 혼선이 남아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법적 판단 이전에 형성된 유통 구조다. 클레비는 가처분 결정 이전에 본사와의 계약을 근거로 영업을 진행했다는 점을 내세워 왔다. 당시에는 레이어와 클레비가 공존하는 ‘동시 전개사’ 형태로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있었다.

이 시점에서는 클레비 제품을 법적으로 곧바로 가품으로 단정하기 어려운 구조였던 것이다.

이처럼 법적 판단 이전에 이미 형성된 유통 경로와 소비자 인식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법원이 판단을 내린 상황과 현장의 분위기는 달랐다. 법적 판단이 직접적으로 라이선스 분쟁을 정리하지 못해 구조적 문제가 존재한다.

레이어는 가처분 결정 이후에도 클레비의 판매가 이어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 추가 소송을 진행 중이다. 기존 소송은 상표권 침해를 중지시키는 목적이었지만, 이번 추가 소송은 양사 간 권리·의무 관계를 확정하는 본안 소송이라는 점에서 분쟁이 장기화될 조짐이다.


레이어 측은 “법원의 가처분 인용 결정은 당사가 등록상표에 대한 전용사용권을 보유함을 확인받은 것으로, 이를 침해하는 무단 상표 사용에 대해 민·형사상의 법적 대응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법률적 해석이나 대응 방향에 대해서는 시기상 보도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법조계 관계자들도 클레비의 매장을 통해 3자 유통업체에 해당 물품이 판매되는 행위 자체가 불법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클레비가 생산한 상품을 제3자가 매장에서 판매하는 경우 또한 상표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마리떼 사태는 패션업계에서 반복되는 상표권·가품 유통 문제의 또 다른 사례로도 해석된다. 국내에서도 명품·캐주얼 브랜드를 중심으로 유사한 사례가 과거에도 여러 차례 보고됐다. 특히 서울 명동, 신촌, 홍대, 동대문 등 외국인 방문객이 많은 쇼핑 거리에서는 브랜드 로고가 부착된 정상 제품과 유사하지만 라이선스가 없는 비공식 상품이나 복제 상품이 판매되는 일이 흔하다.

관세청 집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가품·위조품 적발 건수는 매년 수십만점에 이르는 수준이며, 일부 품목은 유통망을 통해 원활히 외국으로 재수출되기도 한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법원이 상표 사용에 대해 판단을 내렸다고 해도, 현장에서의 실제 정품 인증 방법과 소비자 인식 체계가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제대로 된 정품 확인 시스템, 지도 앱 등 디지털 유통 플랫폼의 정비, 상인 교육 등의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레이어와 클레비 법적 공방
‘마크 곤잘레스’도 동일 사례

마리떼 라이선스 분쟁과 비슷한 사례로 스포츠 브랜드인 ‘마크 곤잘레스’도 재조명됐다. 라이선스 관련 공식 위탁관리 기업 툴루마이즈(Tulumize Inc)는 패션 기업 비케이브를 상대로 한 마크 곤잘레스 지식재산권(IP)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툴루마이즈는 국내 법원에 미국 아티스트 마크 곤잘레스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비케이브를 상대로 저작권침해금지 등 소송에 나섰다. 이에 대해 1심, 2심, 3심 법원에서 모두 승소했다. 비케이브가 정당한 사용이라고 주장하며 제조, 판매해 온 의류 등의 물품은 마크 곤잘레스의 저작권을 침해한 불법행위로 판결됐다.

대법원 민사1부(재판장 대법관 신숙희)는 지난해 7월3일, 서울중앙지방법원 1심 판결 및 서울고등법원 2심 판결에 불복해 피고 비케이브와 독립 당사자 참가인 ‘사쿠라인터내셔날’이 공동으로 청구한 상고심 사건에 대해 대법원 제1부 관련 대법관 4명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상고인의 주장을 모두 배척하고 원심 판결을 관련 법리와 기록에 따라 인용하는 판결을 내렸다.


앞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비케이브에 상표 사용 라이선스를 제공했던 일본의 사쿠라인터내셔널이 창작자인 마크 곤잘레스와의 라이선스 계약이 2021년 종료되자, 등록상표인 ‘엔젤 도형’과 출원 상표인 ‘와릿이즌(What it iSNt)’을 기반으로 비케이브에 새로운 계약을 체결해 줬다.

그러나 마크곤잘레스 측이 두 회사에 대해 상표등록 무효 소송과 저작권침해 소송을 제기해 두 가지 소송에서 1, 2, 3심 모두 승소했다.

사쿠라인터내셔날은 마크곤잘레스 IP의 소유자라고 주장하며 한국 내 공식 라이선스 사용권자인 더네이쳐홀딩스와 제이플레이스튜디오를 상대로 IP 침해금지 및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으나 소송의 근거가 된 등록상표가 무효화됐다.

가품 유통 문제

일본 법원에서도 역시 원고인 사쿠라인터내셔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는 판결을 지난해 1월30일에 내렸다. 일본에 등록한 상표권 및 저작권 일체를 저작권 창작자이자 보유자인 마크 곤잘레스에게 반환하고 불법적인 사용을 금지하라는 결정을 지난 1월21일 내린 바 있다.

한국 법원과 일본 법원 모두가 “사쿠라인터내셔날과 비케이브가 마크곤잘레스 IP의 정당한 소유권자 또는 사용권자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타인 소유의 IP를 사용하는 것은 불법행위”라고 판결했다.

<smk1@ilyosisa.co.kr>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