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신용협동조합(이하, 신협)이 부실 대출로 800여억원 넘게 손해를 봤다. 신협의 투자관리팀장, 조합여신평가지원팀, 여신투자본부장 등은 평택 프리미엄 아울렛의 담보인정비율(LTV)이 88%에 달하는 고위험성을 인지하고도 대출을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평택 프리미엄 아울렛(이하, PPO)의 백화점 부문 운영사인 ‘베스트원’은 1순위 대출권자인 농협은행, MG새마을금고에 이어 신협을 포함한 9개 기관투자자로부터 총 4650억원을 대출받았다. 하지만 개발 지연 등으로 연체가 발생하면서 최저 낙찰가인 약 2710억원에 공매가 진행 중인 상황이다.
담보 팔아도
2100억 손해
앞서 농협은행은 지난해 2월 선 순위로 1700억원을 대출했으나, 지난해 5월부터 대출 이자를 받지 못했다. 새마을금고도 함께 1000억원을 대출해주고 못 받은 상황이다. 이어 신협을 포함한 9개 투자기관은 1800억원을 후순위로 투자했다. 이 가운데 신협이 800억원을 투입해 가장 큰 손실을 본 것으로 파악됐다.
총 3개동을 신축하기로 한 PPO는 1차 사업장이 이미 준공된 상태로, 2차는 지난 1월, 3차는 2026년 6월 준공 예정이었다. 분양이 완료된 오피스텔과 달리 상가는 미분양 상태였다. 이에 신협 등 후순위 투자기관들은 1~4층 상가를 담보로 대출 투자를 실행했다.
당초 평가액은 총 6003억원으로 제시됐으나, 대출 누적액(5280억원)을 합산하면 LTV(담보인정비율)은 88%에 달했다. 이 수치는 상업용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에서 위험신호로 간주되는 수준이다. 여신 대출로 추진된 이 사업은 직접 여신 구조가 아닌 ‘펀드 신탁 구조’로 변경됐다.
대출을 직접 실행하지 않고, 신협을 비롯한 2순위 기관들은 펀드를 설립해 간접 투자를 진행한 것이다.
한 투자금융 전문가는 “후순위 기관에서 대출이 아닌 펀드는 건전성 분류로 반영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라고 의심했다. 다시 말해 손실을 예상했기 때문에 대출이 아닌 펀드로 변경했다는 것이다.
투자 기간은 37개월(2024년 1월~2027년 1월)로 예상 수익률은 11.9%였다. 당초 11.9%의 수익률을 기대했던 이 프로젝트는, 불과 1년여 만에 이자 지급 중단(EOD)에 직면했다. 지난해 5월 농협 등 1순위 대출에서 이자 지급이 중단되며 EOD가 발생했고, 2순위 펀드 또한 이자 지급이 중단되면서 8월부터 신탁부동산에 대한 공매 절차가 시작됐다.
호재 노렸지만···3개월째 이자도 못 받아
‘프리미엄 아울렛’ 담보의 꿈, 88% LTV 덫
이후의 경과는 참담했다. 낙찰가 5130억원으로 설정한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1월까지 1차 공매에서 4회 연속 유찰됐다. 낙찰가 3013억원으로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2차 공매를 진행했으나 8회 유찰됐고, 지난 7월 2711억원에 3차 공매를 진행했으나, 2회 유찰됐다.
결국 신협을 비롯한 투자기관들은 낙찰을 받아도 총 투자금 2160억원 전액 손실이라는 최악의 결말을 맞았다. 최초 낙찰가 대비 47% 이상 가치가 증발한 셈이다.
감사와 감리도 늦게나마 가동됐다. 2024년 2월, 인사이동으로 감리 담당자가 교체된 뒤 내부 수시 감사가 시작됐다. 2025년 1월, ‘한국리얼에셋 평택 PPO 투자 건’ 감사 결과가 내부 결재로 보고됐지만, 이후 투자관리팀이 ‘LTV 산출 오류 문제’를 제기하면서 사태는 다시 흔들렸다.
감사실은 김앤장 법무법인에 법률 검토를 의뢰했으나 “펀드투자에 대한 LTV 계산 방법에 별도 규정 없음”이라는 모호한 회신을 받았다고 한다. 결국 명확한 책임소재 규명 없이 감사는 일시 중단됐고, 공매 결과 확인 후 재감사 여부만 검토 중이다.
이처럼 과도한 LTV와 불완전한 펀드 구조에 대한 경고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감사보고서에는 “대출을 연체 시 공란으로 건전성 분류에 반영해야 하지만, 펀드 구조상 건전성 분류 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리스크 관리가 누락됐다”는 지적이 포함돼있다.
이미 주요 투자자들은 전액 손실을 확정 짓고 감사와 책임규명은 ‘LTV 산출 오류’ 논쟁 속에 표류 중이다.
김윤식 신협중앙회장은 <일요시사>와 통화에서 “평택 프리미엄 아울렛 대출은 전혀 몰랐던 일이고, 관여한 바 없다”며 “중앙회장 선거철이라 이상한 제보들이 많다. 투자에 따른 손실은 아예 없을 수 없다. 적법한 검토를 통해 진행됐을 것”이라고 답했다.
후순위 부실 대출, ‘펀드형 신탁구조’ 변경
연쇄적 공매 2160억 전액 손실
지난 21일 김 회장은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조직의 내부 통제 부실과 관련한 전수조사와 고발 등 엄정 조치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정무위 국감에서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제보를 받았는데 대전의 한 신협 임원이 가족회사에 총 100억원 대출을 실행했다”며 “처음에는 (금리를) 정상적으로 7~8%를 받다가 고의로 추정되는데 연체하고, 연체를 했더니 금리를 서너 번 낮춰줘 8%짜리가 1%대로 내려갔다”고 지적했다.
신 의원은 “750개 전체 신협의 10억원 이상 대출 건을 보니 현재 금리가 0%인 건수가 4건이고, 최초 1%로 대출해준 데가 15건이 있다”면서 “금리가 7~8% 하다가 2%나 1%로 5%포인트 이상 금리를 인하한 건이 12건”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같은 60여건이 정식 채무조정 트랙에 들어가지 않고 누락됐다”며 “전수조사가 필요한데 해당 대전 신협은 내부 제보자를 면직 징계 처리했다”고 부연했다.
그는 “올해 상반기 상호금융에서 자체 내부감사로 적발된 비리 건수를 보면 신협이 68건으로 제일 많다”면서 “새마을금고는 39건, 농협 28건, 수협 22건인데 (신협은)너무 많다”고 질타했다.
이 같은 지적에 김 회장은 “채무조정 관련 저리 대출은 금융권에서 흔히 보통 하는 일”이라며 “경매가 넘어가기 전에 부도 나면 최소한의 원금이라도 받기 위해 저리로 대출을 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몇몇 조합에서 일탈이 있는 것 같다”면서 “전수조사해서 의심될 만한 것은 적발해 고발 등 엄중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한편, 농협은행은 베스트원 관계사이자 골프연습장 운영사인 ‘베스트탑’에도 200억원의 담보 및 신용대출을 집행했다. 이 역시 잔액 166억원이 연체되고 있다. 농협은행만 1900억원에 육박하는 대출 부실이 벌어진 것이다.
이에 농협은행 본사는 부실 여신 발생과 관련해 내부감사에 착수했다. 이외에도 지역 새마을금고 35곳에서도 1000억원의 대출이 집행됐고 기관투자자에서도 1800억원이 대출됐다.
대규모 부실 여신이 불거지면서 금융감독원에도 보고가 된 상황이다. 금감원은 은행이 자체 검사를 마치면 내용을 파악해 검사 여부 등을 따질 예정이다.
결재 구조와
감독체계 붕괴
금감원 관계자는 “부실 대출 같은 경우는 은행이 보통 자체적으로 검사를 해서 부책심의에 회부한다”며 “횡령이나 배임 같은 금융사고가 될지 여부는 감사 결과를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밖에 베스트원의 관계사인 베스트원 프리미엄, 베스트원 골드는 오피스텔·쇼핑몰이 결합된 주상복합시설 조성을 위해 금융기관에서 두 차례에 걸쳐 1조3175억원의 PF 대출을 시행했다. PF 대출에 참여한 금융사는 NH농협은행, NH캐피탈, 국민은행, 새마을금고, 메리츠증권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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