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김문수·이준석 ‘단일화 군불’ 때는 노림수

2025.05.26 14:50:04 호수 0호

‘비화학적 결합’이 가져올 파열음 기대?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 간의 ‘단일화 필연론’을 제기하며 보수 진영 흔들기에 나서고 있다.



이준석 후보는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전혀 없다”며 여전히 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이재명 후보는 “거의 확실하다”며 ‘내란 단일화’라는 자극적인 표현까지 써가며 압박 공세를 높이는 모양새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25일 여의도 당사서 열린 기자간담회서 김문수·이준석 후보의 단일화에 대해 “정치적 이해관계를 따지면 쌍방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단일화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거의 확실하다고 생각한다”고 예측했다.

이 같은 예측을 내놓은 배경으로는 “결국은 개혁신당도 국민의힘 아류”라며 “이준석 후보도 국민의힘 대표를 했고, 밀려나왔을 뿐이지 스스로 나왔다고 보기 어렵다. 다시 합쳐서 보수 정당의 주도권을 갖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더군다나 큰 미끼도 있는 것 같다. 당권을 준다든지 총리 이런 이야기도 있었다는 설도 있다”며 “그런 걸로 보면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후보는 양측의 정치적 성향이 유사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경제 문제를 이념적으로 갈라치거나, 정책을 대놓고 ‘친중(친 중국)’으로 보는 측면은 극우적인 극단적 세력의 생각이 관철되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로 대표되는 전통 보수 세력과 이준석 후보가 추구하는 보수 개혁이 사실상 같은 뿌리라는 점을 부각하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재명 후보는 지난 23일 2차 대선 TV 토론회서도 이준석 후보를 향해 “내란 세력 후보와 단일화할 것이냐. (당권을 주겠다는 국민의힘과) 거래하면 불법 아니냐”고 추궁했다. 이에 이준석 후보는 “단 한번도 예외 없이 단일화에 관심없다고 이야기했다”고 일축했다.

이준석 후보는 이날도 개혁신당 당원들에게 보내는 문자메시지에 “우리는 처음부터 완주해 당선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며 “그런데도 그들은 우리 결심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더니, 이제는 급기야 ‘모든 것이 너희 책임이다’ ‘정치권서 매장될 줄 알라’는 적반하장의 위협까지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만약 단일화가 있다면 그 당(국민의힘)의 후보가 사퇴하는 것뿐”이라며 단일화 제안에 대해 재차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처럼 이준석 후보가 단일화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음에도, 이재명 후보가 ‘군불 때기’에 나서는 이유는 단순한 예측을 넘어, 보다 복합적인 정치적 셈법이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 첫 번째 셈법은 이재명 후보가 선거 유세 내내 국민의힘을 ‘내란당’이라고 규정해 온 연장선서, 개혁신당마저 ‘국민의힘의 아류’라는 강성 표현으로 묶어 이준석 후보가 주장하는 ‘제3지대’ 또는 ‘개혁 보수’로서의 정체성을 훼손하려는 전략이라는 점이다.

특히 최근 이준석 후보의 지지율이 두 자릿수에 오르는 등 성장세가 눈에 띄는 만큼, 이 같은 프레임은 그의 지지층 중 국민의힘에 반감을 품고 있는 유권자를 효과적으로 흔들 수 있는 핵심 포인트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만약 개혁신당이 결국 보수 세력에 흡수될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된다면, 이준석 후보의 지지세 확장을 저지하는 데 중요한 전략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단일화가 실제로 성사될 경우, 이재명 후보는 이를 ‘정치적 야합’으로 규정하며 비판 여론을 조성할 수도 있다. 이재명 후보는 이날 “국민들이 단일화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릴지는 일부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난다”며 단일화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이미 존재함을 암시하기도 했다.

가장 큰 노림수는 ‘비화학적 결합’으로 인한 표 분산 가능성이다. 이재명 후보는 단일화가 “시너지가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는 견해를 내놨다. 이는 단일화가 성공하더라도 지지층이 온전히 결합하지 못할 수 있다는 셈법에 기반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최근 여론조사 결과는 이 같은 이재명 후보의 계산을 뒷받침한다. 여론조사 전문회사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 의뢰로 지난 22~23일 실시한 3자 대결 구도서 이재명 후보는 46.6%를 기록했고, 김 후보(37.6%)와 이준석 후보(10.4%)의 지지율을 단순 합산하면 48%로 오차범위 내 이재명 후보를 앞서는 결과를 보였다.

여론조사는 무선 100%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9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3.1%p(95% 신뢰수준), 응답률은 8.3%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다만, 조사에서 이재명 VS 김문수 가상 양자 대결을 가정한 결과, 이재명 후보가 51.1%, 김 후보가 43.9%로 이재명 후보가 더 높은 지지율을 보였는데, 주목할 부분은 개혁신당 지지층의 40.1%만이 김문수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답했고, 무려 15.6%는 이재명 후보를 선택하겠다고 응답한 점이다.

심지어 ‘지지후보가 없다’는 응답도 43.1%에 달했다.

이재명 후보 측은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를 주목하며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이준석 후보의 지지층 중 특히 기존 보수와 성향이 다른 2030 세대나 중도층 일부는 국민의힘에 대한 반감이나 이준석 후보의 정치적 선택에 실망해 투표를 기피하거나, 오히려 이재명 후보를 차선택으로 지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재명 후보는 김문수·이준석 단일화가 실제로 이뤄지든, 이뤄지지 않든 손해 볼 것 없는 게임을 하고 있다”며 “단일화라는 이슈 자체를 통해 보수 진영의 약한 고리를 계속해서 흔들고, 그 과정서 발생하는 균열을 통해 반사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jungwon93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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