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불안’ 대선 테마주 민낯

2025.05.13 13:58:06 호수 1531호

‘한철 장사’ 과열된 단타 베팅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거대 양당 대통령선거 후보가 추려진 가운데, 양 후보와 관련한 정치 테마주의 주가가 치솟고 있다. 금융 당국은 과열된 투자심리를 주목하며 조심스럽게 경고하는 상황이다. 대선후보 테마주 기업들의 리스크 유무도 눈길을 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이 대선 이후로 연기되면서 ‘이재명 테마주’가 일제히 상한가로 치솟았다. 이번 급등은 서울고등법원이 이 후보의 첫 공판기일을 기존 오는 15일에서 대선 이후인 6월18일로 연기한 영향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상지 리스크

지난 7일 오후 1시 기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 테마주로 분류되는 오리엔트바이오는 전 거래일 대비 21.93% 오른 1679원에 거래됐다. 오리엔트정공(18.76%)과 형지I&C(11.61%), 형지글로벌(7.19%)도 강세다.

다음 날에는 이재명 테마주로 분류되는 코나아이, 웹케시, 상지건설, 오리엔트바이오, 포바이포 등 5개 종목이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어 오리엔트정공(24.44%), 동신건설(18.03%), 이스타코(20.00%), 형지I&C(13.98%), 형지글로벌(11.60%) 등 다른 관련주들도 강세를 보였다.

코스닥 상장사 코나아이는 지역화폐 플랫폼 ‘코나카드’를 운영하는 기업으로, 이 후보의 지역화폐 공약과의 연관성이 부각됐다. 웹케시 역시 지자체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전자금융 설루션을 공급한 이력이 있어 관련주로 편입됐다.


상지건설은 임무영 전 사외이사가 2022년 대선 당시 이 후보 캠프에 참여한 이력이 부각되며 테마주로 분류됐다. 지난달 초 3000원대 초반에 머물던 주가는 10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이어가며 4만3400원까지 급등했다. 오리엔트바이오는 계열사인 오리엔트시계서 이 후보가 청소년 시절 일한 경력이 알려지며 주목받았다.

포바이포는 인공지능(AI) 기반 콘텐츠 솔루션 기업으로, AI 반도체 기업 퓨리오사AI와 협력 중이다. 이 후보가 최근 퓨리오사AI를 방문한 사실이 알려지며 관련주로 묶였다. 형지그룹주는 이 후보가 과거 성남시장 재임 시절 추진한 무상 교복 정책과 맞물려 테마주로 분류됐다.

다만, 상지건설 임원의 과거 행적이 드러나면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금융 당국의 지적도 나왔다. 상지건설의 전환사채(CB)를 매입한 뒤 전환청구권을 행사한 투자사 중 한 곳에서 과거 무자본 인수합병(M&A) 및 횡령 혐의로 조사를 받았던 임원 위모씨가 재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위씨는 과거 건실한 코스닥 상장사를 무자본 M&A 한 뒤 회삿돈을 횡령해 상장폐지와 파산으로 이끈 기업사냥꾼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상지건설은 지난달 4일 투자사 4곳에 240만주에 해당하는 CB를 135억원에 매도했다. 이는 현재 발행 주식 수 398만1814주의 60.3%에 달하는 규모로, 주가를 3만4100원(5월 7일 종가)으로 계산하면 818억원 수준이다.

투자사들은 CB에 대해 전환청구권을 행사, 이달 22일 신규 주식이 시장에 풀린다. 상지건설이 CB 매도 당시 공시한 ‘자기전환사채 매도결정’ 보고서에 따르면 CB를 매수한 투자사 4곳 중 한 곳인 A사는 최대주주 2명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파기환송 연기로 치솟는 ‘이 관련주’
기대 속 등락 반복…당국 예의주시

그런데 A사의 법인 등기에는 이 두 최대주주와 별개로 사내이사로 등록된 위씨의 이름을 찾을 수 있다.

또 위씨 일당은 사채업자를 동원해 과거 코스닥 상장사였던 디지텍시스템스를 무자본 M&A한 뒤 회삿돈으로 대출금을 갚고, 일부는 횡령한 혐의로 2014년 구속됐다. 디지텍시스템스는 한때 삼성전자에 터치스크린을 납품하며 연매출 2000억원, 당기순이익만 100억원을 넘겼던 건실한 회사다.

하지만 이 사건 이후 상장폐지와 함께 파산 절차를 밟았다. 당시 사건에는 위씨 일당과 함께 주가조작에 참여한 펀드매니저, 회계 감리를 무마해주겠다며 금품을 받은 금감원 부국장 등이 연루됐다.


위씨가 이번에는 상지건설 CB 인수자로 등장한 것이다. 상지건설이 아무리 유동성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해도 굳이 위씨가 포함된 투자사에 CB를 매도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들이 어떤 사유로 CB 매매 계약을 맺었는지는 드러나지 않았다.

지난 7일 기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테마주로 묶이는 평화홀딩스는 24.61% 올라 5620원을 기록했다. 평화산업(14.89%)과 대영포장(13.60%)도 급등세다. 평화홀딩스는 김종석 회장이 김 후보와 같은 경주 김씨인 데다 계열사 피엔디티 공장이 김 장관 고향인 경북 영천에 공장을 두고 있어 테마주로 묶인다.

골판지 상자 제조기업 대영포장은 김 후보가 경기도지사 시절 추진했던 유니버셜 스튜디오 사업 부지와 가까워 테마주로 묶였다. 김 후보의 관련주가 급등하는 반면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관련주, 테마주는 급락하고 있다.

지난 8일 오전 9시25분 기준 한 전 총리의 테마주인 아이스크림에듀 주가는 5.72% 하락한 5110원에, 시공테크는 7.05% 하락한 7380원에 거래 중이다. 일정실업 0.19%, 태영건설 1.82%, 포메탈 4.18%, 삼륭물산 0.89% 등으로 각각 하락하고 있다. 

숨은 리스크 ‘기업 사냥꾼’ 연루설
단숨에 200억원 번 슈퍼개미 실체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관련 주식인 대상홀딩스(-12.39%)도 주가가 떨어지고 있다. 시공테크 주식을 전부 매각해 200억원을 손에 쥔 ‘슈퍼개미’가 주목받기도 했다. 박기석 시공테크 대표가 과거 한 후보와 국민경제자문회 민간위원으로 활동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테마주에 해당됐다.

지난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임기석씨는 한 전 총리 테마주인 시공테크 주식을 지난달 17일부터 28일까지 총 6차례에 걸쳐 나눠 매도했다. 매도 단가는 9200원에서 1만원대 초반 사이로 총 130만여주를 처분하면서 약 125억원 규모의 자금을 회수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매도로 임씨는 6.49%의 지분을 전량 정리했다.

임씨의 부인인 한경숙씨도 보유 주식을 모두 매각해 거액을 손에 쥐었다. 한씨는 지난달 17일 주당 1만59원에 시공테크 주식 40만주를 장내 매도했다. 같은 달 28일에는 남아있던 44만 7209주를 전량 팔아치웠다. 매각액은 총 79억6619만원이다. 이들 부부가 지난달 확보한 현금은 204억원에 달한다.

임원들도 주식 매도 행렬에 동참했다. 통상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임원들의 주식 매도 행렬은 시장서 악재로 인식된다. 실제로 시공테크는 10% 넘게 급락했다. 4월 초만 해도 3700원대에 머물던 시공테크 주가는 한 후보 테마주로 묶이면서 보름 만에 1만원에 육박할 만큼 급등했다.


이 과정서 임씨는 사실상 ‘고점 탈출’에 성공했고 뒤따라 진입한 일반 투자자들만 하락장의 충격을 고스란히 받게 됐다.

지난달 21일 김승태 시공테크 대표는 보유 중인 자사주 1만1657주를 주당 9843원에 장내서 매도해 1억1474만원을 확보했다. 남경우 부사장도 같은 날 보유 주식 1만107주를 주당 9905원에 팔아 1억여원을 거머쥐었다.

정치 테마주가 널뛰자 금융감독원은 특별 단속에 나섰다. 7월 말까지를 테마주 불공정 거래 집중 제보 기간으로 잡고 현재 가동 중인 특별 단속반을 확대 운영한다. 이상 급등 종목, 민원·제보가 많은 종목, 대주주 대량 매도 종목, 최근 대규모 전환사채(CB) 전환 종목을 집중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다.

고점 탈출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일부터 지난달 22일까지 정치 테마주 60종목의 주가 등락률은 코스피의 세 배에 달했다. 지난 19대 대선 때도 정치적 상황 변화에 따라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하다가 선거일 전후 원래 수준으로 회귀했다. 이처럼 대선 시기에는 주가 예측이 어렵고 변동성도 높아 투자 위험성이 매우 높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금감원은 “정치 테마주는 기업의 실적 등 본질적 가치와 무관하게 단순히 정치인의 학연과 지연 등 인적관계에 따라 주가가 급등락할 수 있다”며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투자자를 현혹할 수 있으니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smk1@ilyosisa.co.kr>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38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