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 창업 트렌드> “미묘한 가격 차이가 브랜드 운명 바꾼다”

2025.05.12 13:49:34 호수 1531호

2025년, 외식업 창업시장에 또 한 번 커다란 물결이 밀려오고 있다. 바로 가성비다. 단순한 저가 전략이 아닌, 소비자의 가심비까지 충족시키는 전략이 브랜드의 생존은 물론 유의미한 성장을 좌우하는 시대다. 일본 시장을 강타한 국내 수제버거 브랜드 맘스터치는 그 대표 사례다.



한때 수제버거는 도시 중심 상권서만 찾아볼 수 있었고, 가격대도 7000원에서 1만원을 넘나들었다. 학생이나 젊은 직장인들에게는 ‘가끔의 사치’에 불과했다. 그러나 ‘맘스터치’는 이 모든 공식을 깼다. 3000원대 싸이버거를 들고 골목상권으로 진입하면서 “가까운 곳에서 저렴하게 수제버거를 즐길 수 있다”는 파괴적 메시지로 소비자를 사로잡았다. 그 결과, 중심 상권까지 역으로 잠식하며 이제는 일본 등 해외시장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가끔의 사치

반면, 고가 수제버거의 대명사였던 ‘크라제버거’는 고급화를 고수하다가 결국 시장서 사라졌다. 이는 소비자가 외식 브랜드에 원하는 본질이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근에도 수제버거 브랜드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중고가의 수제버거 시장은 벌써 레드오션이라 불리고 있지만, ‘프랭크버거’는 그 안에서 가격을 살짝 낮춰 품질과 가격 경쟁력으로 630여개 점포를 확보했다.

살얼음 생맥주와 다채로운 안주로 젊은 층의 절대적 지지를 받은 ‘역전할머니맥주’도 마찬가지다. 초기엔 살얼음 맥주라는 차별화된 아이템으로 고객을 유인했다면, 재방문을 유도한 결정적인 요인은 가성비였다. 3500원짜리 맥주 한 잔과 7000~8000원대의 소형 안주는 MZ세대가 다양한 메뉴를 부담 없이 즐기게 만든 핵심 요소였다.


점포당 소주 판매량이 맥주를 넘어선다는 이색적인 소비 패턴도 이 브랜드의 혁신성을 뒷받침했다.

최근 뜨고 있는 ‘누구나홀딱반한닭’도 치열한 맥줏집 창업시장서 미묘한 가격 차이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내며 경쟁 브랜드를 따돌리고 있다. 다양한 안주 메뉴와 함께 불황에 찌든 고객의 소비심리를 잘 간파한 가성비 전략이 고객의 마음으로 스며들고 있다.

이와 유사한 전략을 구사하며 성장한 브랜드는 수없이 많다.

국민 도시락 브랜드 ‘한솥’은 1993년 창업 당시부터 가격에 초점을 맞췄지만, 이후 맛과 품질에 집중 투자해 브랜드의 신뢰를 확보했다. 매월 신메뉴를 출시하고, 국내산 식자재를 엄선해 공급하며 ‘믿고 먹는 도시락’으로 자리매김한 한솥은 저가 브랜드의 장수 비결을 가장 뚜렷이 보여준다.

리빙 업계의 절대 강자인 다이소도 창업 전략서 시사점을 준다. 1000원 균일가 전략으로 출발했지만, 상품 품질과 다양성, 그리고 강력한 소싱 능력을 확보하며 경쟁자 진입을 차단했다. 단순히 ‘싼 맛’이 아니라 ‘좋은 걸 싸게’ 제공한다는 인식을 심어준 것이 성공의 핵심이었다.

단순한 저가 전략 아닌
소비자 가심비까지 충족

최근 주목받는 ‘덤브치킨’은 이 흐름을 가장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국내산 9호닭을 사용한 프라이드 치킨을 9900원에 판매하며, 국내 최저가 타이틀을 내세웠다. 양념, 갈릭소이, 치즈스노우, 딥치즈화르륵치킨 등 다양한 인기 치킨 메뉴도 1만1900원~1만3900원대로 구성돼있다.

이 브랜드는 ‘치킨 한 마리에 2만원은 너무 비싸다’는 소비자의 정서를 간파하고, 가격 혁신으로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았다.

덤브치킨의 또 다른 성공 비결은 치밀한 원가 설계다. 본사 수익이 아닌 가맹점 수익을 우선 설계하며, 점주 수익률을 20~ 25%선에 맞춘 것이 장기적 파트너십을 가능하게 했다. 메뉴별 구성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고객은 싸게 배부르고, 점주는 수익을 남기는 구조가 ‘윈윈’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가성비 전략은 단기적 유행이 아니다.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맛, 품질, 서비스의 내실이 전제돼야 한다. 한솥도시락처럼 품질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맘스터치처럼 원가를 효율화하거나, 다이소처럼 탁월한 소싱 능력을 확보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저가는 시작점일 뿐, 브랜드의 영속성을 보장하는 것은 결국 신뢰다.


고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가 말한 파괴적 혁신의 핵심은 여기서 출발한다. 기존의 시장 질서를 깨뜨릴 수 있는 가격과 콘셉트를 내세우되, 시간이 지나면서 그 영역 자체를 확장해 기존 강자를 위협하는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커피 전문점의 경우, 스타벅스·커피빈이 지배하던 하이엔드 시장을 이디야가 침투했고, 그 이디야조차 최근에는 빽다방, 메가커피, 컴포즈커피, 더벤티 등 저가 빅사이즈 브랜드에 점유율을 내주고 있다.

외식 창업시장은 지금, 제2의 파괴적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극심한 경기 불황은 소비자의 지갑을 닫게 만들지만, 바로 그때 ‘싸고 좋은 브랜드’는 새로운 기회로 도약한다. 그 열쇠는 ‘미묘한 가격의 차이’에 있다. 수십 년간 살아남은 브랜드는 단순히 싸서가 아니라, 싸면서도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제2의 혁신

브랜드의 고급화 전략은 한계에 다다랐다. 지역 상권마다 소비력의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가성비는 상권의 벽을 넘는 무기다. 브랜드를 대중화시키려면, 소수의 고소득층보다 다수의 실속파를 사로잡아야 한다.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성패는 더 이상 ‘비싸야 잘된다’는 공식서 결정되지 않는다.

오히려 고객이 미소 지을 수 있는 가격에서, 그 브랜드의 운명은 갈린다.

2025년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이라면, 화려함보다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 가성비와 가심비를 겸비한 브랜드야말로 오늘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지금, ‘누구나홀딱반한닭’을 비롯한 ‘미묘한 가격의 차이로 승부하는 브랜드’들이 그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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