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최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수감 생활 여건 개선에 에어컨 설치 요구 등의 진정서가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40건 이상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7일 인권위에 따르면,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윤 전 대통령 방에 에어컨 설치와 외부 의료기관 진료 허용을 요청하는 진정서가 이날까지 총 43건 제출됐다. 현재 수용된 2평대 독방엔 에어컨이 없고 선풍기만 설치돼있다.
앞서 윤 전 대통령 측도 당뇨와 안과 질환 약을 제대로 복용하지 못한다며 인권 침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내란 특검팀이 요청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지난 10일 이후 서울구치소에도 항의성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 한 지지자는 팩스를 보내 “에어컨도 없는 곳에 사람을 내버려두는 행위는 살인이나 다름없다. 당장 인권을 보장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18일 인권위 관계자는 조치 계획을 묻는 <일요시사> 질의에 “진정서가 제출된 것이기 때문에 절차대로 담당 부서에 이관돼 조사할 예정”이라며 “최종적으로 소위원회 심의 후 인용되면 서울구치소로 조치 권고가 나가게 되고, 기각된다면 권고 없이 통지문만 보내게 된다”고 답변했다.
정가에선 윤 전 대통령 독방에만 에어컨을 설치할 경우, 다른 수용자와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4일, 김학성 전 법무부 교정본부장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에어컨을 설치하려면 전국 모든 교도소에 다 설치해야 한다”며 “윤 전 대통령 방에만 설치한다면, 그건 또 다른 문제의 소지가 된다”고 지적했다.
김 전 본부장은 지난 2016년 7월부터 2018년 6월까지 교정행정을 총괄했던 바 있다.
수용공간에 에어컨이 설치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그는 “사실 몇 년 전부터 여름나기가 힘들어 에어컨 설치를 시도했으나 ‘국민 정서’를 고려해 추진되지 않았다”며 “죄를 짓지 않은 사람들도 에어컨의 혜택을 못 받는 경우가 많은데 죄 지은 사람에겐 과한 혜택 아니냐는 게 국민 정서”라고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이 독방을 쓰는 것이 ‘특례’라는 지적에 대해선 “아무래도 전직 대통령이다 보니 일반 수용자들과 공동 수용하게 되면 오히려 여러가지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 우려가 있다”며 “이건 특혜 차원이기보다 수용 관리 차원”이라고 선을 그었다.
법무부 역시 지난 13일, 설명자료를 통해 “다른 수용자들과의 불필요한 접촉을 차단하기 위해 일부 처우에 대해 다르게 관리하고 있으나, 윤 전 대통령은 원칙적으로 교정관계법령에 따라 일반 수용자들과 동일한 처우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의 건강 문제에 대해선 “혹서기 수용 관리를 위해 수용동 온도를 매일 확인하며 관리 중”이라고 설명했다. 의료 여건에 대해서도 “소장이 필요한 경우 의무관 의견을 고려해 외부 진료를 허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직 대통령이 에어컨 없는 구치소 생활을 한 사례는 윤 전 대통령뿐만이 아니다. 앞서 같은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던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2평 독방에서 생활했고, 당연히 냉난방 시설은 갖춰져 있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구치소는 여름과 겨울을 지내기가 특히 어렵다. 바깥보다 냉·난방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다”며 “난 더위를 많이 타지는 않지만 반대로 추위를 심하게 타는 체질이라 겨울을 나는 게 상당히 고통스러웠다”고 술회했다.
지난 2018년 당시 신식 시설이었던 동부구치소 12층 독방에 수감됐던 이명박 전 대통령도 천장이 직사광선에 노출돼 얼린 생수와 선풍기로 견뎠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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