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드시던 국물 데워 드리지 않아요. 혼자 오신 손님, 대화 걸지 마세요. 이리 와라, 가라 하지 마세요. 주문은 그냥 말씀하시면 됩니다. 영업 시간, 휴무일, 입구에 써 있어요.”
허기를 배를 달래기 위해 음식점 안으로 들어가 빈 식탁에 앉아 ‘어떤 음식 메뉴들이 있을까?’ 하는 마음에 주변을 살린다. 식당 한쪽 내벽 위에는 “1인 1메뉴 주문해주세요. 고기 국수가 어떤 음식인지 모르시면 뒤편에 설명을 읽어 보세요(시계 왼쪽). 김치는 매콤한 김치로 종류는 한 가지입니다. 안 매운 거 없어요”라는 손글씨가 눈에 들어온다.
그 옆쪽에는 “제주도에서 안 왔고 제주도 사람 아니에요. 반말하지 말아 주세요. 곧 고등학생 학부모입니다. 수저는 둘 중 하나만 사용하시길 부탁드려요. 식사 후 빠른 이동 조치 부탁드립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여 있다.
지난 4일,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천안 모 음식점 안내문구’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글 작성자 A씨는 위의 문구가 담겨 있는 사진 한 장을 올리며 불쾌했던 당시를 떠올렸던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사진 외에는 그 어떤 내용도 추가하지 않았다. 그날의 불쾌감을 최대한 자제한 것이다.
해당 게시글을 접한 보배 회원들의 의견은 ‘찬반’ 양쪽으로 갈렸는데, 가장 많은 추천 수를 받은 (베스트)댓글은 “오죽 시달렸으면 저렇게 붙여 놨을까?”로 음식점 편을 들어줬다. 두 번째로 추천을 많이 받은 댓글 역시 “글 보면 평범한 질문부터 반말하는 손놈들 때문에 다소 예민해진 거 아닌가 싶다”는 의견이 달렸다. 세 번째 역시 비슷한 뉘앙스의 댓글이 달렸다.
또 “과거엔 블로그 한다고 설쳐 대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유튜브 한다고 너도나도 카메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서 이해는 간다”는 댓글도 눈에 띈다.
반면 “굳이 저런 데 가서 밥 먹을 이유가…” “배가 불렀네” “진상이 많아서 스트레스 많은 건 알겠는데 그렇다 해도 저렇게 써 놓으면 아무 잘못도 안 한 손님조차 거부감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어디 겁나서 가겠나?” “저 글 보는 순간 밥맛은 바로 떨어질 것 같다. 식당 접고 최대한 사람 적게 상대하는 직업 찾는 게 좋겠다. 식당에 어쩌다 찾아오는 진상 때문에 일반 사람들까지 기분 잡치게 하는 글인 듯” 등의 동조 댓글도 다수 달렸다.
20년째 식당 업주라고 밝힌 한 회원은 “식당도 서비스업에 속한다고 생각한다”며 글 쓴 회원에 동감했다.
고기집 및 음식 장사 20년째라는 다른 회원은 “손님 중에 특히 아저씨들은 메뉴판에 있는 가격은 음식값인데 쥐꼬리만한 돈 내고 밥 먹으면서 직원들에게 아랫사람인 양 반말에 무리한 요구를 한다”며 “조금이라도 젊고 착한 여직원 있으면 툭 치고 장난하거나 ‘연락처 달라’ ‘술 한잔하자’ 등등 생각보다 피곤한 손님들이 많다. 저 음식점이 이해가 된다”고 거들었다.
회원 ‘폭OOO’는 “맘에 안 들면 안 가면 그만이고 식당에서 제발 시끄럽게 떠들지나 않았으면 좋겠다. 전세라도 냈는지 시끌벅적한데 선진국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품위를 좀 지켰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회원 ‘또O’는 “왜 저러는지 이해 못하는 건 아닌데 앞접시, 수저는 서비스 마인드도 없이 장사하겠다는 사람 아니냐. 저게 맘에 안 들면 그냥 안 가면 된다”고 지적했다.
A씨의 주장과는 달리 해당 음식점은 충남 천안이 아닌 공주에 위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회원은 “언제부터 공주가 천안에 편입됐나?”고 반문했다. 천안에 거주 중이라는 다른 회원도 “우리 동네에 이런 집이 있었나?”고 의문을 제기했다. 천안 산다는 다른 회원도 “오늘 직원들과 점심 식사하려고 찾아봤는데 공주네요”라며 지적 댓글도 달렸다.
5일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해당 음식점은 공주 소재의 한 칼국수집이었으나 현재는 운영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지난달에 촬영된 네이버 지도에도 래커 차량이 가게 앞에 주차돼있는 모습이 목격된다. 이날 해당 음식점 옆 건물에서 자동차 배터리를 운영하고 있다는 업주도 취재진과 전화 통화에서 “칼국수집은 영업을 하지 않은 지 2년도 넘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음식점이 나간 이유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는 업주는 “음식점이 폐업한 후 그 자리를 저희가 창고로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A씨는 2년도 훨씬 넘은 식당 사진을 올린 셈이다. <일요시사>는 A씨에게 직접 촬영한 사진인지, 해당 음식점이 영업을 접은 지 2년도 넘은 상황에서 굳이 사진을 올린 이유가 뭔지 등 취재를 위해 연락했으나 닿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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