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훈련 도중 교통사고를 낸 육군 모 부대 운전병에게 전역한 소대장이 합의금으로 1000만원을 요구했다는 사연이 입길에 올랐다. 자신을 ‘현역 군인 아들을 둔 엄마’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지난 2일,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운전병인데 훈련 중 교통사고로 합의금 1000만원을 요구하네요’라는 호소글을 게재했다.
작성자 A씨는 “하도 답답해 글을 올린다. 아이는 이제 제대를 앞둔 말년 병장이다. 육군 운전병으로 입대해 잘 근무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지난해 10월 경 외박을 나온다고 했다가 ‘부대에 일이 이다’며 못 나왔던 적이 있었다”고 운을 뗐다.
A씨에 따르면 이후 11월에 아들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외박을 나오지 못했던 이유가 부대서 훈련 중에 교통사고를 냈기 때문이라는 말을 들었다. 부대서 5톤 트럭을 몰았던 아들은 혼자 후진으로 주차하다가 트럭 뒤에 있던 소대장 B씨를 치는 사고를 냈다.
해당 사고로 B씨는 국군수도병원에 입원 후 수술을 받고 있고 치료 중인 상황이며 ‘개인 합의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A씨가 아들에게 ‘왜 집에 연락을 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부대서 다 알아서 해주시는 줄 알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B씨와 전화 통화했다는 A씨는 “현재 치료 중이라고 들었다. 저희 아이도 놀랐을 거라면서 ‘자신도 왜 거기에 있었는지 모르겠다. 너무 걱정 마시라’고 했다”고 말했다.
A씨는 “마음 졸이면서 아이의 제대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B씨가 6월30일자로 군생활을 마무리했다는 얘기를 아이를 통해 듣게 돼 ‘다행이다. 다 끝났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놓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아들의 부대 내 교통사고 문제는 일단락되는 듯싶었다.
그러던 중 지난달 20일, A씨는 B씨로부터 “교통사고 합의금으로 1000만원을 달라”는 요구를 들었다. 부대 내에서 발생했던 교통사고에 대해 전역 후 민간인이 된 B씨가 군인인 아들을 상대로 합의금을 요구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던 A씨는 부랴부랴 해당 부대에 연락했다.
A씨 주장에 따르면 사정을 들은 부대 대대장은 ‘수사와 관련해 말해줄 수 있는 게 없고 합의 부분은 합의 종용이 될 수 있어 어렵다’고 했다.
A씨는 “이게 말이 되는 건가요? 1000만원이면 군대 가서 18개월 고생해서 적금 들어 모아 나오는 돈인데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시는 분들 계시면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전역한 B씨의 합의금 요구 논란의 핵심은 ▲A씨 아들의 교통수칙 위반 여부 ▲‘나 몰라라’며 은폐에만 급급한 소속 부대 ▲군인을 상대로 한 민간인의 교통사고 합의금 요구 적절성의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 번째로 A씨 아들은 왜, 사고 당일에 대형트럭을 유도자 없이 단독으로 후진했는지다.
육군 운전병 출신들은 해당 부대서 5톤 트럭 운행 당시 후진 유도병을 배정했는지 여부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운전병 출신이라는 한 회원은 “자대 배치 후 수송부서 차량 보험에 대해 설명을 들었는데 확실한 것은 군 차량 보험에 가입돼있었다”며 “민간인 사고만 내지 않으면 괜찮다고 강조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2002년 운전병 출신이라는 다른 회원은 “선탑자가 내려 수신호를 해줘야 후진이 가능하다. 사고 난 소대장이 선탑자였을 경우 운전병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직접 내려서 확인하거나 수신호 봐줄 사람을 찾아 데려온다던지 해서 후진한다”며 “혼자 후진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혼자 후진하다가 걸리면 엄청 깨진다”고 증언했다.
다른 회원은 “소대장이 후진 차량에 치었다면 그의 역할이 뭐였을지 궁금하다. 부대 내 운행은 허가나면 선탑자 없이 이동하지만 일반병도 아니고 소대장이 후진하는 차에 사고당할 확률이 얼마나 되겠느냐? 선탑자나 관리·감독자 역할이지 않았을까?”라고 의심했다.
두 번째는 군부대의 미온적은 응대 부분이다. 해당 사고가 발생했던 것은 지난해 10월 무렵인데 대대장의 ‘수사와 관련해 말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발언은 궁색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해당 교통사고 후 상급자에게 보고가 됐는지, 보험 처리는 잘됐는지, 적정한 절차를 밟았는지의 여부 등은 얼마든지 공개가 가능하다.
게다가 ‘보고가 생명’인 군대라는 특성상 해당 부대의 최상급자인 대대장이 사고 이후로 새로 부임한 경우가 아니라면 사고를 인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또 A씨가 해당 사건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던 점을 감안할 때 “해당 부대서 최소한 사고를 냈던 운전병 및 B씨의 가족에게 어떤 식으로든 알렸어야 했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육군 출신의 한 회원은 “모든 부대들은 ‘무사고 OOO일’이라는 타이틀을 엄청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운전병이 사고 내고 보험처리 들어가면 그동안의 무사고 일수가 0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부대에선 보험처리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세 번째는 사고 당시 군인 신분이었던 B씨가 전역 후 민간인 신분으로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군인을 상대로 교통사고 위자료를 요구할 수 있는지의 적절성 부분이다.
한 회원은 “군대서 일어난 공무 중 사고인데도 개인적 합의 종용하는 거 보면 한국 군대는 아직 멀었다. 이등병 민간인 접촉사고 때 행정보급관이 돈 보내달라고 해서 대물 처리해줬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한 회원은 “모든 차량은 평상시에도 보험이 들어있지만 훈련 중에는 더욱 더 모든 차량 및 전투장비는 보험을 들어놓는다. 제가 군생활하는 동안 교통사고가 났지만 운전병이 개인적인 보상을 해준 적이 없다”며 “대대장도 어이없는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현직에 종사한다는 한 회원은 “군인(운전병)이 사고내면 대물은 보험이 되지만, 대인과 합의금, 위자료 등은 보험이 아닌 ‘국가배상신청(국배심)’을 해야 한다”며 “국가에서 먼저 배상하고 만약 운전병의 과실이 있다면 구상권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이어 “B씨는 후진하던 차에 치인 온전한 피해자로, 민간인으로 치면 후진하다가 보행자를 친 것”이라며 “보험 처리가 되더라도 형사상 과실치상(업무상과실치상)에 대한 형사 합의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부상의 정도나 보험, 피해보상의 내용 등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B씨가 6월30일 전역한 게 만기전역일 경우, 중상해가 아니므로 공소권이 없을 가능성이 높고, 입건이나 기소된다 해도 벌금형에 그칠 것”이라며 “만약 벌금형도 받기 싫다면 입건 여부를 확인한 다음 형사 합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반대로 B씨가 민간인일 경우 대인보험으로 치료비, 일실손해, 위자료, 합의금 등을 받을 수 있지만 군인이 군인에게 피해를 입으면 군병원 치료 외 별도의 위자료나 보상금은 없어 별도의 위자료나 합의금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군대서 임무수행 중 벌어진 사고라고 해도 운전병이 안전수칙이나 교통법규를 지키지 않는 등의 과실이 있다면 당연히 이에 대한 처벌과 책임이 따라오고, 후진 중 사고는 일반적으로 운전자의 100% 과실”이라며 “군대에선 운전 보조자나 후진 유도자 없이 단독으로 대형 차량의 후진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요시사>는 3일, A씨와의 연락을 시도했으나 끝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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