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금 울린’ 임민혁 “정정당당 임했다” SNS 은퇴글 화제

2024.03.06 16:31:24 호수 0호

6일, 보배드림에 회자되면서 응원 글 쇄도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K리그가 개막했던 지난 1일, 천안시티FC서 골키퍼로 그라운드를 누볐던 임민혁 선수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저는 오늘, 프로와 아마 총 18년 동안 이어온 축구선수의 삶을 폐막하려 한다”며 올린 은퇴글이 뒤늦게 화제를 모으고 있다.



임민혁은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를 통해 “세상에는 간절히 원해도 이뤄지지 않는 것이 있다는 것을 서른 즈음 되면 대충 안다”고 운을 뗐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끝내 쟁취하는 것도 훌륭한 일이지만 훌륭함만이 삶의 정답은 아니기에 한 치의 미련 없이 떠나본다”며 “제 축구 인생은 완벽하지도, 위대하지도, 아주 훌륭하지도 않았지만 정정당당하게 성실히 땀흘려 노력하는 사람이 대접받는 멋진 세계서 멋진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며, 내 삶에 자부심을 갖고 살아온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언젠가부터 느꼈던 저보다 열정 있고 성실한 후배들의 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자기 비하의 감정을 느끼지 않을 수 있어 속이 후련하고, 적어도 추한 선배는 되지 않겠다는 스스로의 약속 하나는 지키고 그만두는 것 같아 다행이기도 하다”고 털어놨다.

아울러 “저는 더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면서 새 인생을 살아갈 것이다. 3월1일, 새로 시작하기에 날짜도 딱 좋다. 여기저기 축하 만세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해당 SNS 은퇴글은 6일,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어느 무명 프로선수의 은퇴글’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되면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보배 회원들은 “프로선수면 그 분야서 이미 탑 수준이다. 글쓴 거 보니 나중에 뭐를 해도 잘하실 분” “프로구단에 들어갔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국내에선 최상급 선수들로 잘한 게 분명하다. 서울대학교는 전교 1등들만 겨우 가지만, 거기에도 1등과 꼴등이 존재한다. 프로에 간 것만으로도 정말 대단한 것이다” “제2의 인생항로에 순풍이 가득하길 응원한다” 등 응원 댓글들이 달리고 있다.

회원 ‘JAPSOOOO은 “K1은 제껴두더라도 K2만 가도 대단한 것”이라며 “조카가 축구선수인데 K1 선수라는 건 넘사벽이라고 하더라. 윗글 중 마지막에 ‘잘 머물다 갑니다’는 말…정말 멋지다”고 임민혁 선수를 추켜 세웠다. 회원 ‘풀옵OOO’도 “당신은 위대한 선수다. 프로 축구선수는 무명 선수가 아니다. 은퇴 축하드리고 앞으로의 삶도 프로가 되시길 기원드린다”고 맞장구쳤다.

회원 ‘rkfOOO’는 “정말 멋지고 좋은 글이다. 글 속에서 임민혁 선수님의 훌륭한 인성, 지금까지 어떤 마음으로 살아왔었는지, 후배들을 어떻게 대했었는지 안 봐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겠다”며 “다시 한번 임민혁 선수의 이름을 기억하고 새로운 앞날을 응원하겠다. 그동안 수고하셨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프로에 무명이 어디 있습니까?” “그대 이름 기억할게요. 그래도 공만 차지 않았네요. 글이 좋소” “많은 프로선수들의 글은 누가 대필해줬을 가능성이 높지만, 그중 가장 멋진 글이 아닌가 싶다. ‘저는 더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면서 새 인생을 살아갈 것입니다’라니…멋진 선수다. 지도자로 다시 보고 싶다” “프로선수로 데뷔하는 것만 해도 상위 0.1% 아니겠습니까? 고생하셨다” 등 응원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부정적인 댓글도 눈에 띈다.

회원 ‘도널OO’은 “서른 즈음 되면 대충 안다고? 정말 간절하면 마흔에도 꿈을 이룰 수 있는데 그만큼 간절하지 않았던 것 같다”며 “스스로 포기하는 걸 좋은 말로 포장해둔 듯한 느낌이다. 전 멋지다로 해줄 수 없을 듯”이라고 반응했다.

대한축구협회(축협)에 등록된 축구팀은 대학 87개, 프로 140개로 확인된다. 또 성인 남성으로 등록된 프로선수는 4513명이다(2023년 8월4일 기준). 축협에 따르면 현재 K리그1에 등록된 성인 프로축구팀은 서울, 인천, 대전 등 12개, K리그2는 13개로 구성돼있다. 세미프로인 3부 리그에 해당하는 K3에는 17개, K4엔 11개팀, 대학엔 87개팀이 등록돼있다(2023년 4월6일 기준).

이 중 서울FC, 인천FC, 대전FC 등 TV 중계를 통해 볼 수 있는 K리그에 소속된 선수는 1889명에 불과한 수준이다. 게다가 K리그에 소속돼있다고 하더라도 경기력에 따라 주전선수로 뛸 수도, 벤치만 지킬 수도 있는 게 현실이다.

임민혁은 2012년 포항제철공업고등학교 졸업 후 프로행을 추진했으나 무산됐다가 동아대학교 축구부에 합격했다. 하지만 2일 만에 동아대 축구부가 해체되면서 울산 현대미포조선에 입단했다가 2014년, 고려대학교에 입학해 활약했다.

2017년 전남 드래곤즈에 입단했으나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고 이듬해 대전 시티즌으로 임대 이적했다가 지난해 천안시티FC서 골키퍼로 활약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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