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떠러지 옆에 집…” ‘쇠사슬 시위’했던 서산 주민 근황

2022.11.03 08:31:37 호수 0호

피해자 아들 “건설사·시청 공무원 고발하겠다”

[일요시사 취재2팀] 강운지 기자 = 최근 충남 서산시에서 아파트 공사로 낭떠러지가 생기자, 자택을 지키기 위해 쇠사슬 시위를 감행했던 주민의 사연이 전해져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지난 2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아버지가 목에 쇠사슬을 감고 전기톱을 들이대고 있다”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자신을 ‘충남 서산에 사는 25살 청년’으로 소개한 글 작성자 A씨는 “아파트 건설로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아파트 건설사와, 이를 승인한 서산시청을 고발한다”며 운을 뗐다.

게시글에 따르면 4년 전 한 건설사가 서산시 예천동에 아파트를 짓기 위해 서산시에 사업 승인을 요청했고, 서산시는 ‘건설사가 아파트 단지에 접한 도로를 개설해 기부채납(공공시설을 무상 설치해 국가나 공공기관에 소유권을 이전하는 것)’하는 조건으로 사업을 허가했다.

문제는 승인된 공사 영역이 A씨의 집에서 불과 30c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A씨의 가족을 포함한 인근 주민과 건물주들은 “아파트 공사가 거의 끝나고 도로공사가 진행된 후 이 사실을 알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건설사는 설계대로 공사를 진행했다는 입장으로, 사람 한 명 지나갈 정도의 좁은 통로만 남긴 채 지반을 수직으로 파냈다.

결국 A씨의 집 바로 옆에는 낭떠러지가 생기고 말았다.

A씨는 “절토 구간이 집의 유일한 통로”라면서 “내진설계도 안 된 건물인데, 매년 장마와 태풍에 가슴 졸이며 살아야 한다. 또 아파트 주민들은 그런 위험한 건물 밑을 지나 아파트 출입구로 들어가야만 한다”고 호소했다.

해당 게시글에는 A씨의 부친 B씨가 공사 관련 인물들에게 강력히 항의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 두 개가 첨부됐다.

지난달 18일 촬영된 영상에는 B씨가 서산시청 도시과 공무원 및 건설사 직원을 상대로 “이걸 서산시에서 승인해 준 건가. 그러고도 피해에 대해 나 몰라라 할 수 있나” “사람이라면 최소한의 상식이 있지 않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B씨는 지난달 21일 촬영된 영상에선 자택 근처 도로를 허무는 포클레인을 앞에 두고, 목에 쇠사슬을 감은 후 전기톱을 갖다 대며 1인 시위하는 모습도 담겼다.

A씨는 이 사태에 대해 “아버지에게 눈물로 호소하며 만류했으나, 그 절망과 분노를 어쩔 수가 없다”고 한탄했다.

지난 1일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건설사 측은 지난달 25일 공사 중단 후 A씨의 집 통로 옆에 임시 난간을 설치했고, 현재 인근 주민들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

B씨도 ‘전기톱 1인 시위’를 중단한 상태지만, 만약 건설사가 또다시 무리한 공사를 강행할 경우 시위를 재개할 의지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건설사 관계자는 “공사가 완료된 후 옹벽 폭을 70cm까지 확보할 수 있으며, 출입로 쪽을 최대한 넓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누리꾼들은 “서산시청이 저걸 허가하다니 제정신인가” “저 정도면 무조건 건물에 금이 가고 부서질 거다” “건축법만 따를 것이 아니라, 경계 지역주민들의 안전한 통행권도 생각해줬으면 한다” “저 동네 사람들은 무슨 날벼락이냐” 등 안타까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uj0412@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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