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VS 트럼프 관전 포인트

2025.07.14 12:45:53 호수 1540호

제멋대로 외교전 제대로 휘둘리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 조기 대선을 넘어 새 정부가 출범했다. 이재명정부는 국민 통합과 민생 회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문제는 ‘무정부 상태’였던 지난 6개월 동안의 외교 공백이다. 특히 ‘혈맹’으로 여겨졌던 한미 동맹에서 자꾸만 엇박자가 나고 있다.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하루가 멀다고 말이 바뀐다. 그의 말 한마디에 세계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전 세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에 놀아나는 모양새다. 문제는 한국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손바닥 위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식 외교’에 휘둘리고 있다.

정상회담

지난 7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을 수신자로 한 ‘관세 서한’을 보냈다. 다음 달 1일부터 미국으로 수출하는 모든 한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이다. 모든 품목별 관세와는 별도라고도 했다. 관세율 25%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2일 한국에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상호 관세 25%와 같다.

한국은 지난 4월9일 트럼프 대통령이 정한 상호 관세를 90일 유예한 뒤 지금까지 10%만 부과한 상태로 무역 협상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다음 달 1일 전까지 한미 간에 새로운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관세 25%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부과 이유로 무역적자를 들었다.

그는 서한에서 “우리는 한국과의 무역 관계를 논의할 수년(간의 시간)이 있었으며 우리가 한국의 관세와 비관세 정책, 무역 장벽이 초래한 이런 장기적이고 매우 지속적인 무역적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에 관세로 보복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하면서 한국이 관세를 회피하려 할 경우에는 25%보다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비슷한 내용의 서한이 한국과 일본을 비롯해 14개국에 전해졌다. 서한에 명시된 관세는 25~40% 등 국가별로 상이했다.

방위비 분담금도 언급했다. 한국이 부담하는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추가로 부담하라는 압박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현지시각) 한국을 부유한 나라라고 언급하면서 “한국은 자국의 방위비를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너무 적게 지불한다고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에도 한국의 주한미군 주둔 비용에 대해 불만을 표한 적이 있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한국을 ‘머니 머신(Money Machine)’이라 칭하면서 방위비 분담금으로 100억달러를 내야 한다고 여러 차례 주장했던 바 있다. 앞서 1기 트럼프 정부 시절인 2019년에도 50억달러(당시 약 5조7000억원) 인상을 요구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한국과의 통상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발언으로 읽히고 있다. 한국은 다음 달 1일까지 3주간 유예 기간을 얻었다는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짧은 시간 동안 ‘국익 최우선’ 원칙을 갖고 치열하게 협상에 임했으나 현실적으로 모든 이슈에 대해 합의를 도출하기까지 시간이 부족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관세로 인한 불확실성을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 남은 기간 상호 호혜적인 협상 결과 도출을 목표로 박차를 가할 예정이라고 했다.

‘관세 25%’ 부과 서한 받아
‘3주 유예’ 통상 협상 될까?

하지만 협상 기간이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담도 늘어 분석도 제기된다. 3주 만에 협상을 타결하기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는 물론 비관세 장벽(관세 이외의 모든 형태의 무역 규제 수단)까지 협상 테이블에 올려두면서 정부 입장에서는 신경 쓸 게 많아졌다.

농산물 개방, 디지털 규제 완화 등이 대표적이다.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 허용, 한국 정부가 추진을 검토하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법 등이 관심사로 떠올랐고 인터넷 기업 구글이 희망하는 정밀지도 반출 허용 여부도 거론되고 있다.

이 문제들은 국내에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는 이슈다. 농산물 분야는 농민의 반대, 구글 정밀 지도 사안은 안보 우려 등이 나온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방식이 ‘제멋대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시시각각 변한다는 점이다. 당장 하루 전에 한 발언이 다음 날 180도 달라지기도 하고, 모호한 발언을 던진 뒤에 바로 행동으로 이어진 일도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쪽에서는 ‘트럼프식 협상’이 먹히고 있다고 자찬하지만 상대국 입장에서는 그외 예측불허의 행보에 긴장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한국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6개월 가까이 외교 공백이 있었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이 확실시된 때부터 지난 1월 정식 취임까지 한국은 계엄의 늪에서 허우적댔다. 또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부과를 공표하며 무역 전쟁을 일으킬 때도 한국은 정치적 혼란기를 겪고 있는 상태였다.

다른 나라가 미국 대선 전부터 트럼프 대통령과의 접점을 늘리기 위해 공식, 비공식 루트를 찾았던 것과 비교하면 늦어도 한참 늦은 셈이다. 실제 한미간 외교 접촉면을 늘리는 작업이 생각보다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관세 협상은 물론 고위급 인사와의 만남, 더 나아가 한미 정상회담까지 가야 할 길이 멀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일단 이재명 대통령은 첫 외교 데뷔 무대인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 문제를 이유로 조기 귀국하면서 계획이 틀어졌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는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대신 참석했다.

국내 현안과 중동 사태로 인한 불확실성을 고려해 이 대통령이 불참을 결정하면서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방한을 닷새 앞두고 취소하는 일도 있었다.

당시 대통령실은 “한미는 루비오 장관의 방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협의해 왔으나 미국 내부 사정상 조만간 방한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한미는 고위급 인사 교류에 대해 지속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루비오 장관은 지난 10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 장관 회의 참석에 앞서 8일 한국 방문을 추진해 왔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면서 한미 정상회담이 늦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언제쯤?

지난 8일 대통령실은 위 실장이 루비오 장관과 한미 관계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또 대통령실은 한국 측이 “조속한 시일 내에 한미 정상회담 개최를 통해 모든 현안에서 상호 호혜적 결과를 진전시켜 나가길 희망한다”고 강조하자 미국 측이 공감을 표했다고 전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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