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선대위로 본 6·2 파워게임

2010.05.18 09:30:00 호수 0호

사공이 없어도 고민 많아도 고민 ‘어쩌나’



여야가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발족을 시작으로 지방선거전에 뛰어들었다. 한나라당은 정몽준 대표를 원톱으로, 민주당은 정세균 대표를 비롯해 당의 역량있는 이들을 대거 투입해 선대위를 완성시켰다. 서로 너무도 다른 모습의 선대위지만 공통점은 있다. 각 당의 ‘권력관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여야 중앙선대위 구성을 통해 여야 내부의 함수관계를 알아봤다.

선대위 안에 당내 계파, 세력구도 고스란히 포함됐다?
한나라당 친이계만의 지방선거,  민주당 6인 공동체제



여야가 몸집이 바뀐 선대위를 출범시켰다. 거대여당인 한나라당이 단독 위원장을 맡은 정몽준 대표 주변에 당 지도부를 포진시키는 것으로 선대위의 몸집을 줄였다면, 소수야당인 민주당은 정세균 대표 외에도 손학규 전 대표와 정동영 의원, 한광옥·김근태 상임고문, 장상 최고위원 등 당의 역량있는 인사들을 공동위원장 삼아 선대위의 덩치를 불렸다.

이른바 여당 소수 정예부대의 출격에 야당이 인해전술로 맞서고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리고 여야의 전혀 다른 선대위 체제는 각 당의 권력구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공통된 목소리다.

두나라호 반쪽선장?

한나라당의 경우 정 대표가 단독 위원장을 맡게 된 데는 박근혜 전 대표의 역할이 컸다. 지방선거와 거리를 둬왔던 박 전 대표가 “선거는 당 지도부 위주로 치르는 게 맞다고 여러 번 말했다”며 지원유세 가능성을 잘라내면서 ‘박근혜 선대위원장 추대론’이 수그러들었기 때문이다.

친이계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가 꼭 직책을 맡아야 할 위치는 아니”라며 “어려운 상황을 좌시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에 힘이 빠지지 않고 있다. 지방선거 출마자들의 읍소가 계속되면 박 전 대표가 개별지원에 나설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최근 사석에서 “세종시 문제 등 당의 입장에 변화가 없는데 내가 (지원 유세에서) 무슨 얘길 하겠느냐”고 했다. 선별지원 여부에 대해서도 “계획없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결국 당을 양분하고 있는 친박계의 수장인 박 전 대표가 지방선거에서 발을 빼면서 친이계의 지원을 받고 있는 정 대표가 단독으로 지방선거의 맨 앞에 서게 됐다는 것이다. 선거 때마다 이뤄졌던 외부 인사 영입도 하지 않았다.

정병국 사무총장은 이와 관련, “당 지도부 위주로 선대위를 꾸려 이른바 ‘3S(심플·슬림·스피드)’ 기조 하에 현장 중심으로 운영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라며 “여당이 여러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에 야당과는 차별화를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로 인해 이번 지방선거는 친이계만의 선거가 됐다”며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소재 역시 친이계로 몰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정 대표의 당 장악력은 친이계에서 권력을 위임받은 정도로 보인다”면서 “그가 지방선거의 책임을 지게 된 만큼 그 결과가 7월 초로 예정된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고스란히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6인 공동위원장을 앞세워 한나라당의 원톱체제를 압박하고 나섰다. 정 대표가 상임위원장을 맡기는 했지만 손학규 전 대표와 정동영 의원, 한광옥·김근태 상임고문, 장상 최고위원 모두 정 대표 못지않은 파워를 자랑하고 있다.

민주당 선대위는 ‘6인 위원장 체제’라는 점 외에도 당의 차기 대권주자들이 대거 참여한데다 당내 계파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으로 꼽힌다. 이와 관련 정치권 일각에서는 “지방선거를 뛰는 것인지, 대선을 뛰는 것인지 모를 정도”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 안팎에서는 “6인 공동위원장 체제는 필연적인 선택이었다”는데 동의하는 이들이 상당수다. 비주류 모임인 쇄신모임에 참여하는 이가 당의 다수를 차지할 정도로 ‘주류 실종상태’에 처한 민주당이 수적 열세에도 불구, 지방선거를 치러내기 위해서는 각 계파를 대표할 만한 이들을 선대위원장으로 끌어안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복당 후 빠른 속도로 조직을 재정비한 정 의원과 이번 지방선거에서 한시적인 정계 복귀를 한 손 전 대표가 당내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정 대표를 압도하고 있다는 것도 ‘사공 많은 배’가 만들어진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여기에 동교동계인 한 상임고문과 시민사회와 연결되는 김 상임고문의 역량도 무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정 대표는 직접 이들을 만나 지방선거 지원을 약속받았다. 지난달 26일 손 전 대표와의 회동에서 지방선거 지원을 청했으며, 지난 3일에는 “지혜도 빌리고 지방선거에서 힘이 되어 주십사 하는 당부의 말도 하고자” 김 상임고문과의 자리를 마련했다.

야당 인해전술 통할까

또한 7일에는 정 의원과 만나 “많은 사람들이 둘 사이의 관계에 대해 이런 저런 말을 하는데”라는 말로 ‘불화설’을 거론하면서도 “우리는 항상 협력할 대상이지 반목할 대상은 절대 아니라는 것을 확신한다. 꼭 힘과 지혜를 모아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때문에 민주당은 이번 선대위 구성과 관련, “한나라당이 친이·친박계로 나눠진 것과 달리 민주당은 이번 선대위 구성을 통해 통합과 화합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며 “당내 모든 세력이 힘을 모아 공동의 노력을 통해 선거 승리를 이끌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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