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MB와 회동 후 ‘현 정권 임기내 개헌’ 주장
‘개헌론’ 공론화하는 국회의장까지 삼박자 ‘딱딱’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가 현 정부 임기 내 개헌을 강하게 주장하고 나오면서 그 배경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18대 국회 들어 개헌 논의가 활발해지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논의 중’이라는 푯말을 치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총재에 이어 김형오 국회의장까지 개헌을 주장하면서 자연스럽게 ‘개헌론’에 대한 화두가 국회로 넘어가는 모양새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제시한 ‘근본적인 처방’으로 개헌이 언급되고 있는 상황에서 확산된 개헌론에 대한 의혹이 커지고 있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가 개헌론에 불씨를 당겼다. 이 총재는 “우리가 21세기에 살아남고 세계 속에 도약하는 길은 중앙집권제에서 벗어나 획기적인 지방분권국가로 가는 연방제 수준의 국가 대개조의 길밖에 없다”면서 개헌론을 폈다.
평소 주장해온 지방분권형 강소국 연방제로의 개헌에 대한 목소리에 힘을 실은 것이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현 정권 임기 내’ 추진을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총재는 개헌에 대해 “21세기형 국가구조의 대개조를 위한 것이 돼야 하며 이것이 현재 우리나라의 최우선 과제”라면서 “이 정권 임기 내에 개헌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힘 받는 ‘개헌론’
그는 “20세기형 중앙집권제의 틀 속에서 4년 연임 대통령제냐 내각제냐를 따지는 개헌론은 너무나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사고”라며 “21세기에 국가의 생존 에너지와 경제력 강화는 지방분권, 지방 살리기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미 일본은 미합중국 제도를 본 딴 지방분권제인 도주제에 착수했다”며 “지금 일본에서는 전통적인 중앙집권제의 붕괴와 지방분권제로의 이양에 관해서는 혁명전야와 같은 예감이 전해지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총재에 이어 김형오 국회의장도 개헌논의 공론화에 나섰다. 개헌론자인 김 의장은 오는 17일 제헌절을 전후해 “개헌 논의를 공론화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미 국회 미래한국헌법연구회가 토론회와 역대 국회의장 초청 개헌 간담회, 중진 의원 개헌 토론회 등을 통해 개헌 논의를 활발히 펼치고 있어 공론화는 어렵지 않다는 반응이다.
김 의장은 오는 16일 개헌 관련 국제학술대회를 통해 대통령제의 권력구조 개편과 상 하 양원제 도입 등 구체적인 개헌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도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있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의원도 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이 말한 현 정국에 대한 ‘근원적 처방’으로 개헌이 오르내리면서 의혹어린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 대통령이 “임기 내 대운하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도 미심쩍은데 이에 대해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대운하) 백지화라는 표현은 맞지 않고 임기 중에 추진하지 않겠다”라고 설명한 것은 개헌을 통한 재집권 후 대운하를 추진하겠다는 시나리오가 진행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어차피 4대강 살리기의 추진 상황을 봤을 때 이 대통령 임기 내 대운하 추진은 불가능하다”면서 “재집권을 한 후 여세를 몰아 4대강 사업을 한반도 대운하로 이어나가려는 속셈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현 정권 임기 내 개헌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일정이 촉박하다. 개헌은 국회 재적의원 2/3의 찬성으로 국민투표에 붙인 뒤 유권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해서 시간이 적지 않게 소모된다. 18대 국회 들어 논의가 활발해졌지만 국민투표까지 가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내년 6월에는 지방선거 일정까지 잡혀 있어 빠르면 올해, 늦어도 내년 초까지는 개헌 논의가 마무리돼야 하는 촉박한 일정이다.
모양에 실리까지 한번에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개헌에 대해 직접 언급하면 온갖 정치적 공세에 휘말리는 데다 자칫 개헌 일정이 틀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원활한 개헌 추진을 위해서는 여권보다는 야권에서 개헌론을 채찍질하고 ‘중립’인 국회의장이 이를 받아 추진하는 모양새로 꾸려지지 않았겠느냐”고 이 대통령과 이 총재의 ‘밀약설’을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