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문 백년가약 들춰보니

2009.06.16 10:28:49 호수 0호

정치인들의 ‘백년가약’은 화제를 뿌린다. 현역에서 활동하는 정치인의 경우 ‘세 결집’을 방불케 할 정도로 많은 동료 의원들과 지지자들이 몰려들기 때문이다. 화환이 넘쳐나고 수백에서 수천을 헤아리는 하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이들이 낸 ‘축의금’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한때 힘 꽤나 썼던 정치인의 결혼식도 마찬가지다. 너무 조용하게 치러도 화제가 되기는 마찬가지다. ‘드문’ 일이기도 하거니와 ‘눈도장’ 찍을 기회를 잃은 이들의 하소연이 빗발친다는 이유에서다.



‘백년가약’은 부부가 되기 위한 식이다. 하지만 정치인들의 결혼식은 ‘주인공’보다는 ‘부모’에 시선이 모아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최근 한나라당 박순자 최고위원의 딸 결혼식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난 7일 자신의 지역구 인근인 한양대 안산캠퍼스 내에서 열린 결혼식에 몰린 수많은 인파 탓이다.

주례를 선 박희태 대표를 중심으로 정몽준·허태열·공성진 최고위원, 안상수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총출동했다. 김정훈 원내수석부대표, 박진 외교통상통일위원장, 김성조 정책위의장, 윤상현·조윤선 대변인도 참석했다.

당 지도부 결혼식, 문턱 닳아

이상득 의원과 이재오 전 의원 등 당내 ‘실세’라 꼽히는 이들도 결혼식을 찾았다. 김형오 국회의장과 김경한 법무장관, 현인택 통일장관, 김관용 경북도지사 등도 식장을 찾아 축하했다.


박 최고위원이 당내 ‘실세’인지의 여부를 떠나서 당 지도부의 결혼식에 ‘눈도장’을 찍으려는 이들의 발길이 분주했던 것. 박 최고위원의 지역구 인사들과 결혼식을 찾은 ‘실세’ 정치인들을 만나기 위해 온 이들까지 몰리면서 ‘미니 전당대회’를 방불케 했다는 평이다.

각계에서 보내온 화환들이 건물 밖으로까지 이어졌으며 하객들이 박 최고위원과 악수를 하고 축의금을 내기 위해 길게 줄을 서는 모습도 포착됐다.

‘호화 결혼식’ 논란이 일자 박 최고위원은 해명 보도자료를 내고 “당일 하객에게 제공된 음식 또한 뷔페, 스테이크 등의 호화로운 음식이 아닌 ‘갈비탕’ 또는 ‘국수’로 화려하다는 표현이 무색하다. 청첩장의 경우 평소 친분관계를 고려해 애경사를 서로 나누던 동지들에게만 보냈고 문자도 개인적 친분 관계로 문의를 해 온 경우에만 알려줬다”고 해명했다.

또한 “이번 딸 결혼식과 관련, 국가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검소하고 소박하게 치르기 위해 노력했다. 그 무엇보다 소중했던 딸을 시집보내는 엄마의 마음”이라며 “논란이 된 점에 대해서는 너무나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은 “반성하고 자중하는 것이 마땅할 텐데 도리어 억울함을 호소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면서 “집권 여당의 최고위원이라면 더욱 신중하고, 모범을 보이는 것이 마땅한 일”이라고 질타했다.

‘부모’가 아닌 ‘주례’를 보러 온 팬들이 많았던 경우도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주례를 서 화제를 모았던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 딸과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아들의 결혼식이다. 지난해 9월 충북 충주시 시그너스 골프장에서 열린 결혼식은 전 대통령의 외출인 동시에 전 권력의 결집이라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노 전 대통령 내외뿐 아니라 임채정·김원기 전 국회의장, 이해찬·한명숙 전 국무총리,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문재인 전 비서실장, 민주당의 안희정 최고위원과 이광재 의원 등 친노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주례를 하게 된 이유는 혼주들과의 특별한 관계 때문”이라며 “오늘 결혼식은 친지뿐 아니라 주례 팬도 좀 많이 왔다”고 농을 던졌다.

그러나 이후 ‘위장서민들의 초호화 결혼식’이라는 한나라당의 비판을 받아야 했다. 또한 국정감사에서도 결혼식이 열렸던 충주 시그너스 골프장에 대한 과세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한나라당 이종구 의원은 “보통 웨딩홀이나 사찰 등에서 결혼식을 치를 경우 과세가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골프장에서 예식을 치를 경우 과세 문제는 어떻게 하느냐”면서 “부가가치세의 경우 매출액의 10%를 징수하도록 돼 있는데 이들이 먹은 음식값에 대해 세무신고가 어떻게 돼 있느냐”면서 골프장에 대해 정당한 과세가 징수되지 않았다고 따졌다.


반면 야당은 한나라당이 정치 공세를 벌이고 있다고 반박하는 등 소란이 일었었다.

‘정치적 결집’이나 축의금 등으로 정치인들의 결혼이 논란거리가 되면서 오히려 조용히 결혼식을 치르는 이들이 화제가 되기도 한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자녀들을 ‘비밀결혼’ 시키기로 유명하다. 반 총장은 외교부 장관으로 재직할 당시 큰딸과 막내딸 결혼식을 비밀리에 치러 화제가 됐으며 지난 5월9일 외아들 우현씨의 결혼식도 조촐하게 치렀다.

우현씨는 유엔 사무총장의 외아들인데다 신부는 대한변협 부회장인 유원석 변호사의 맏딸 제영씨여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가족끼리 조용하게 혼례를 치르고 싶다”는 반 총장의 뜻에 따라 유엔측은 이를 극비리에 부쳐왔다.

너무 조용해서 “죄송”

뉴욕 맨해튼의 한 성당에서 열린 결혼식에는 양가 가족과 친지, 극소수의 지인 등 초청장을 지닌 150명 안팎의 하객만 참석했으며 축의금도 받지 않았다. 흔하게 볼 수 있는 화환의 행렬도 없었다. 이명박 대통령과 이용훈 대법원장,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보낸 축하 화환 3개만 놓였을 뿐이다.

이에 대해 정치권은 “반 총장의 영입을 바라는 이들은 조용하게 치러진 결혼식에 아쉬움을 표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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