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화>건설사 자린고비 경영 <천태만상>

2009.04.21 10:52:00 호수 0호

“외부인 대접 ‘김밥○○’서…”

재계에 경기 회복 훈풍이 불고 있지만 건설업계는 여전히 싸늘하다. 건설 현장 곳곳에서 들려오는 공사중단 소식은 더 이상 새롭지 않다. 임금삭감에 희망퇴직, 유·무급휴직 얘기가 나오더니 급기야 감원, 해고 등 인력 구조조정까지 가시화되고 있다. 그야말로 ‘줄도산 대열’에서 어느 한 곳 자유롭지 못한 형국이다. 각 건설사가 한 푼이라도 아낄 심산으로 허리띠를 바짝 조인 채 마른 수건도 쥐어짜는 이유다. ‘불황 한파’를 뛰어넘기 위한 건설사들의 눈물겨운 사투를 조명해 봤다.

 

건설사들은 어느 한 곳 할 것 없이 모두 어렵다. 미분양 증가와 유동성 위기 등으로 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시중엔 건설사의 ‘연쇄부도 시나리오’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른바 ‘줄도산 괴소문’.
실제 여의도 증권가와 명동 사채시장 등에선 지난해 연말부터 부도 가능성이 높은 건설업체 명단이 담긴 ‘건설업 블랙리스트’가 나돌고 있다. 그만큼 일부 대형 건설사를 제외한 지방·중견 건설사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대한전문건설협회와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건설업체 부도 건수는 2007년 314건에서 2008년 443건으로 늘었다. 올해 들어 1월말까지 부도 처리된 전문건설업체만 총 34개사에 이른다. 1월 들어 매일 1개 업체가 사라진 셈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90%가량(18개사) 증가한 수치다. 건설업계는 “올해 내내 고비일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건설업체들은 고사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주택시장이 다소 호전되고 있지만 지방 분양시장은 여전히 최악의 상태기 때문에 금융권에서 자금줄을 더 조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급해진 건설사들은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미분양 털어내기, 무이자 융자, 이자 후불제, 분양가 할인 등 파격적인 아이디어로 ‘쩐 잡기’에 혈안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자구책은 ‘자린고비 경영’이다. ‘쥐어짜기’식 초긴축 경영으로 경비 절감에 돌입한 건설사가 거의 대부분이다. 임직원들의 골프 금지, 판관비 등 업무추진비 삭감, 해외출장 억제, 조명·전원 끄기 등 원초적인 비용절감에 발 벗고 나선 것. 일부는 경조사비, 식대비 등 복지비용도 과감히 축소했다.
하지만 허리띠를 졸라 매고 마른 수건도 쥐어짜는 과정에서 적잖은 에피소드나 뒷말도 새어나온다.
부도 직전에 몰린 A사는 어려운 회사 재정을 감안해 천신만고 끝에 마련한 사옥을 재분양하고 있다. 처음엔 꽤 짭짤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젠 애물단지가 된 지 오래다. 새 사옥은 구입금액에서 반토막이 난 상태다. 당초 기대를 모았던 임대수익도 엉망이다. 현재 A사 사옥의 입주율은 50%도 안 돼 텅텅 비어있는 실정이다.
 
건설업 경기회복 훈풍에도 여전히 ‘싸늘’
 ‘마른수건 쥐어짜기’ 초긴축 경영 일상화


유동성 위기가 생각보다 심각한 것으로 알려진 B사는 알짜 자회사들을 잇달아 매각하는 것도 모자라 회장까지 나서 여기저기 돈 꾸러 다니느라 정신이 없다는 후문이다. 급기야 임직원 숙소 용도로 신축한 건물까지 팔아야 하는 처지까지 내몰렸다.
서울시내에 자리 잡은 이 건물은 B사 이름을 딴 오피스텔형 아파트로 주거와 사무가 가능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B사 회장은 한때 잘나갈 때 임직원들에게 선심을 쓸 생각이었지만 눈물을 머금고 매물로 그것도 급매물로 내놓았다.
문제는 경기 악화로 매입자가 없다는 점이다. B사는 지역 부동산과 심지어 ‘떴다방’업자들까지 총동원해 층별로 또는 각호로 쪼개 분양 작전을 벌이고 있다.
C사는 몸집에 걸맞지 않게 그럴싸한 기자실까지 운영하면서 요리급 점심을 제공할 만큼 외부 서비스(?)가 좋았다. 최소한 지난해 연말까지는 그랬다.
그러나 지금은 기자실이 사실상 ‘개점휴업’ 중이다. 외부 손님 접대도 ‘김밥○○’ ‘○○분식’등에서 간단하게 해결하는 처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C사 역시 ‘전셋집’을 구하고 있지만 사옥이 팔리지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편이다.
D사는 일부 임원을 제외한 직원들 손에 쥐어 있던 법인카드를 압수했다. 출장이 잦은 건설사 직원들로선 여간 불편한 게 아니라고 한다. 아침마다 영수증 챙기기에 정신이 없을 지경이란 볼멘소리도 들린다. 일부 직원은 ‘영수증 노이로제’에 걸린 것 같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D사엔 직원들끼리 돈 대신 ‘영수증을 꿔 달라’는 부탁이 오고간다고 한다. D사는 또 업무차량도 최대한 정리했다. 때문에 차량을 배정받기 위해 부서간 ‘눈치작전’까지 벌인다는 얘기도 나온다.

대신 회사 측은 시내 외근의 경우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직원들에게 독려하고 있다. 다만 택시는 금지다. 이에 D사 직원들은 머리를 짜내 행선지가 비슷한 팀끼리 업무차량 ‘카풀제’를 비밀리에 시행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E사는 임직원들에게 당분간 골프 금지령을 내렸다. 그래서인지 E사 주변 실내 골프연습장이 요즘 만원이라고 한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불똥이 국내 실물경제로 옮겨 붙은 만큼 다양한 비용절감 방안들이 쏟아지고 있다”며 “각 기업들은 IMF 당시처럼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만은 피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건설사 워크아웃 현황
거세진 구조조정 회오리에 ‘악소리’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된 건설사들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속속 착수하고 있다. 1차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된 6개 건설사들은 채권단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수건설, 동문건설, 신일건업, 월드건설 등 4곳은 정상화 계획을 마련해 이미 채권단과 MOU를 체결했거나 곧 체결할 예정이다.
풍림건설과 우림건설 채권단은 최근 경영정상화 계획을 마무리 짓고 이달 말까지 회사 측과 MOU를 체결키로 했다. 경남기업 채권단도 이번 주말까지 정상화 계획을 마련할 계획이며 삼호채권단은 2012∼2013년까지 채권행사를 유예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이다.
금융감독 당국과 채권단은 2차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된 건설사에 대해선 다음달까지 실사 등을 거쳐 정상화 계획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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