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버그 버거’ 먹방 유튜버, 실제 맛 보니…

2025.07.01 15:28:08 호수 0호

“특유의 나무 썩는 냄새⋯고소한 맛”
익충 VS 해충 경계⋯대응 마련 시급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최근 수도권 도심 곳곳에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가 대규모로 출몰하며 시민 불편이 커지는 가운데, 한 유튜버가 러브버그 수천 마리로 햄버그 스테이크를 만들어 먹는 영상을 공개해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달 30일 유튜브 채널 ‘이충근’에는 ‘수천만 마리 러브버그로 버거 만들어 먹었습니다…진짜 먹습니다(※충격주의)’라는 제목의 영상이 게재됐다.

곤충 등 괴식 콘텐츠를 주로 업로드하는 이 유튜버는 러브버그로 뒤덮힌 인천 계양산에서 직접 채집한 벌레로 요리하는 모습을 영상에 담았다.

그는 “작년에는 햄버거 위에 토핑 형태로 올려서 먹었고, 재작년엔 볶음밥으로 먹었다”며 “잡힌 양이 아주 적다 보니 햄버거나 이런 걸 만들지 못했는데 올해는 양이 많아 햄버거를 한번 만들어 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영상에서 그는 채집한 러브버그 수천 마리를 냉동한 뒤 달걀, 전분가루, 소금 등을 넣어 반죽해 햄버그 스테이크 형태로 구워냈다.

완성된 ‘러브버그 버거’를 맛본 그는 “산에서 맡은 러브버그 특유의 나무 썩는 냄새가 난다”며 “고소하다는 것 말고는 딱히 그럴싸한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해당 영상은 공개된 지 하루도 안 돼 조회수 25만회를 넘기며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유튜버를 꿈꾸던 청년인데 바로 다른 일 알아보겠다” “진짜 광기 그 자체다” “내가 뭘 보고 있는 거지?” “야식 땡겼는데 이 영상 덕분에 다이어트에 도움 됐다” 등 대체로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는 반응이었다.

이처럼 이색적인 ‘먹방’까지 등장할 정도로 러브버그는 최근 몇 년 사이 여름철의 불청객으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서울시가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2024 유행성 도시 해충 확산 실태와 대응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86%가 “이로운 곤충이라 하더라도 대량 발생하면 해충으로 인식한다”고 답했다. 또 러브버그는 바퀴벌레와 빈대에 이어 세 번째로 ‘보기만 해도 싫은 곤충’으로도 꼽혔다.

이 같은 인식 때문에 SNS에선 러브버그를 피하기 위한 ▲야간 조명 밝기 낮추기 ▲출입문 틈 및 방충망 점검 ▲외출 시 어두운 색 옷 착용 등의 행동요령도 공유되고 있다.

러브버그는 독성이 없고 사람을 물거나 질병을 옮기지 않으며, 유충은 흙 속 유기물을 분해하고 성충은 식물의 수분을 돕는다는 점에서 생태학적으로 ‘익충’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문제는 폭발적으로 늘어난 개체수다. 떼를 지어 다니며 사람에게 불쾌감과 혐오감을 주고, 자동차 유리에 달라붙어 운전 시야를 방해하기도 한다. 심지어 사체가 쌓이면 산성을 띤 체액이 건물 외벽이나 차량 도장 면을 부식시키기도 한다.

러브버그는 특유의 산성 체액과 신맛 때문에 작은 곤충을 잡아먹는 새나 개구리 같은 천적들의 공격을 받지도 않는다. 방제 또한 쉽지 않다. 화학약품을 무분별하게 사용할 경우, 다른 곤충까지 함께 죽이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이 경우 ‘익충’으로 분류되는 러브버그가 아닌 ‘해충’으로 분류되는 또 다른 곤충의 개체수가 대거 늘어나 생태계를 파괴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과거 삼림을 파괴하는 ‘해충’으로 분류된 대벌레가 대량으로 창궐했던 2020년에도 박멸을 위해 대량 살충제를 살포한 지역에서 러브버그 출몰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는 관찰 결과도 있다.

한 생태계 전문가는 “미국 플로리다주 같은 경우엔 러브버그를 ‘불쾌 해충’으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러브버그를 ‘유행성 도시 해충’으로 지정해, 시민들에게 불쾌감을 주는 곤충까지 관리 대상으로 포함하는 새로운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jungwon93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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