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양산 뒤덮은 러브버그, 원인과 해법은?

2025.07.03 13:32:56 호수 0호

“골치 아픈 사랑” 시민 불편 호소 급증
전문가들 “생태적 접근법 모색해야”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최근 인천 계양산을 중심으로 일명 ‘러브버그’로 불리는 곤충 떼가 창궐하며 시민들의 불편이 극심해지고 있다. 등산객들은 물론 인근 주민들도 검은색 곤충 떼의 습격에 골머리를 앓고 있으며, 차량 운행에도 지장을 초래할 정도다.



일시적인 현상으로 치부하기에는 매년 그 규모가 커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러브버그의 정확한 발생 원인과 효과적인 해결 방안에 대한 관심도 함께 증폭되고 있다.

최근 계양산에 창궐하고 있는 러브버그는 통상적으로 미국 플로리다 등지에서 대량 번식하는 러브버그(Plecia nearctica)와는 다른 종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주로 ‘붉은등우단털파리(Bibio rufiventris)나 ’검정날개버섯파리‘ 등 우단털파리과에 속하는 파리 종류가 대량 발생하는 현상을 통칭해 러브버그라고 부른다.

이 곤충은 암수가 짝짓기 상태로 함께 비행하는 모습이 마치 사랑을 나누는 것처럼 보여 이 같은 별명이 붙었다.

다행히 사람을 물거나 질병을 옮기지 않는 무해한 곤충으로 알려져 있으며, 유기물을 분해해 토양을 비옥하게 하는 데 기여하는 이로운 역할을 수행하기도 해 익충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그 수가 너무 많아지면 불쾌감을 주고, 의류나 차량에 달라붙어 미관을 해치며 심지어 차량 전면을 가려 시야를 방해하는 등 일상생활에 상당한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특히 빛에 강하게 이끌리는 습성 때문에 저녁 시간대에는 가정집 거실이나 상점 안으로 들어오는 등 존재 자체만으로도 인근 주민들을 괴롭히고 있다.


계양산에서 유독 러브버그가 대량 출현하는 원인으로는 복합적인 환경 요인과 생태적 특성이 지목된다. 가장 유력한 원인 중 하나는 외래종의 유입과 성공적인 정착이다.

관련 업계에는 2022년 서울 은평구와 경기도 고양시를 시작으로 러브버그 출현이 보고되기 시작했으며, 이는 국제 물류 및 사람의 이동을 통해 국내에 유입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외래종은 새로운 환경에 정착할 경우, 해당 지역에 천적이 없거나 생태계 교란 요인이 적어 폭발적으로 개체 수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국내의 기후와 환경이 이들 곤충의 생존 및 번식에 매우 적합하다는 방증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는 곤충의 생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러브버그는 따뜻하고 습한 환경, 특히 낙엽이나 부엽토가 풍부한 곳에서 알을 낳고 유충이 자라기 좋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지는 따뜻한 겨울과 이른 더위는 러브버그의 번식기를 앞당기고 개체 수를 늘리는 데 유리한 조건을 제공하고 있다.

계양산의 경우 울창한 숲과 습한 토양 환경이 이들의 번식에 최적의 조건을 제공한다. 게다가 울창한 산림과 풍부한 식생을 자랑하며, 도심과 인접해 있다. 이런 환경은 러브버그가 서식하고 번식하기에 이상적인 조건을 제공한다.

특히, 주변 도심의 불빛은 밤이 되면 러브버그를 유인하는 강력한 요소로 작용해 산림에서 번식한 개체들이 인근 주택가나 상업 지역으로 이동하게 만든다.

부엽토가 풍부하고 습기가 유지되는 산림의 특성상 유충들이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이 충분하다.

국내에 유입된 외래종일 경우, 기존 생태계 내에 러브버그의 개체 수를 효과적으로 조절할 만한 천적이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일반적으로 곤충의 개체 수는 다양한 포식자나 기생 생물에 의해 조절되지만, 외래종은 이 같은 자연적 제약이 없어 급격히 번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도시화와 개발로 인한 생태계 파괴와 단순화는 곤충 다양성을 줄이고, 특정 종의 과도한 번식을 유발하기도 한다.

환경보호를 위해 무분별한 살충제 살포를 지양하는 정책 또한 러브버그의 대량 발생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물론 생태계 보전을 위한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특정 해충이 창궐할 경우 즉각적인 개체 수 조절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생태 전문가들은 러브버그가 인체에 무해하며, 생태계에서 유기물 분해라는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무조건적인 박멸보다는 불편을 최소화하고 생태적 균형을 고려한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러브버그는 물에 닿으면 움직임이 둔해지거나 죽는 특성이 있다. 창문이나 벽에 붙은 러브버그는 물을 뿌려 제거하거나, 차량에 달라붙은 경우 물청소를 자주 해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또 주거 공간으로 유입을 막기 위해 방충망을 꼼꼼히 점검하고, 문단속을 철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빛에 강하게 이끌리므로, 저녁 시간대에는 불필요한 실외등을 끄거나 불빛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으며 외출 후 옷이나 몸에 붙은 러브버그를 털어내 제거하도록 한다.

차량 전면이나 실내에 들어온 러브버그는 진공청소기 등을 이용해 빨아들이는 것이 효과적이다. 해당 지자체는 시민들의 불편이 극심한 지역이나 공공시설 주변에 한해 환경 친화적인 방역을 고려할 수 있다. 단, 살충제 사용은 생태계 교란 가능성을 최소화하도록 신중해야 한다.

국내에 창궐 중인 러브버그의 정확한 종을 규명하고, 그들의 번식 주기, 서식 환경, 천적 등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보다 근본적이고 효과적인 방제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일각에선 천연 살충제 개발이나 천적을 활용한 생물학적 방제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전문가는 “외래종 천적의 도입은 또 다른 생태계 교란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매우 신중한 검토와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며 “국내에 이미 존재하는 천적들을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러브버그 유충의 서식지인 부엽토나 낙엽 더미 등을 주기적으로 관리하는 방안도 제기됐지만 이는 광범위한 산림 지역에서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른다.

또 러브버그가 인체에 무해하며 일시적인 현상임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시민들의 과도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올바른 대처법을 안내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확산될 수 있으므로, 관련 부처 및 지자체 간의 정보 공유와 협력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공동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러브버그 창궐은 도시화와 기후 변화 속에서 인간과 자연이 어떻게 공존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당장의 불편을 해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분별한 방제는 또 다른 환경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러브버그는 그 자체로 해로운 곤충이 아니며, 생태계의 한 구성원임을 인지하고, 그들의 생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단기적인 불편 해소와 더불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외래종 관리 시스템을 강화하고,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생태적 접근법을 모색해야 한다. 과학적 연구를 기반으로 한 지혜로운 대응과 시민들의 이해와 협조가 어우러질 때, 우리는 계양산의 ‘골치 아픈 사랑’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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