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응급차라지만…” ‘옆 차선서 불쑥’ 직진 차주의 호소

2023.09.01 16:24:22 호수 0호

“2차로서 4차로 훅 들어와” 추돌사고
당일 응급환자 탑승 여부가 쟁점일 듯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서울 소재의 한 도로서 직진하던 도중, 급작스런 사설 구급차량의 차선 변경 으로 추돌사고가 발생했는데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호소글이 게재됐다.



글 작성자 A씨는 지난달 31일,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지난 16일, 4차선 주행 중이었는데 사설 구급차가 지하차도를 2차선으로 빠져 나와 4차선으로 사선으로 차선 변경하다가 사고를 냈다”고 운을 뗐다.

그는 “당시 (사설 구급차는)싸이렌은 울리지 않았으며 상대 차는 블랙박스 녹화가 안 돼있었다고 했다”며 “제 차 운전석 문 경첩 부분을 추돌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아무리 응급환자가 타고 있다고 해도 막무가내로 들어오면 어떻게 피하느냐?”며 “상대 보험사에선 구급차고 응급환자가 타고 있었기 때문에 과실비율을 8:2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저는 억울한 상황인데 구급차라서 제가 과실이 8이 되는 게 맞나요?”라고 자문을 구했다. A씨가 함께 올린 블랙박스 영상에는 약 7초 후 좌측 차로서 주행 중인 구급차량의 모습이 보인다. 상단의 녹색 경광등은 작동하고 있지만, 차량 내부 소음이나 다른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이후 6초 후에 구급차량은 직진 중이던 A씨 차량과 추돌했다.

이날 추돌사고로 인한 충격으로 A씨는 대인 신청 후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해당 글에 달린 댓글들은 사설 구급차가 피해자 아닌 가해자라는 분위기다. 그 이유는 크게 ▲싸이렌 미작동 ▲응급상황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상태서의 무리한 차선 변경 정도로 요약된다.

가장 많은 추천 수를 받은 베스트 댓글 1위는 “아무리 그래도 피해자에게 너무 뭐라고만 한다”며 “사이렌 울려도 저런 식으로 들어오는 건 아니라고 본다. 사이렌 켜면 무조건 다 박으면서 가면 되는 거냐?”는 댓글이 올랐다. 

또 “긴급차가 싸이렌도 없이 저렇게 들어오면 긴급인 걸 누가 아느냐? 싸이렌 울리고 왔다면 블박 차량이 가해자지만 그 반대이기에 상대가 가해자다. 긴급임을 알 수 없기에 일반 과실로 들어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2위), “설령, 구급차 안에 중증환자가 있었다고 해도 가피(가해자와 피해자)는 바뀌지 않는다. 피해자 맞다. 인정 못한다고 하고 보험사에 소송을 요청하시라”(3위)는 조언들이 뒤를 이었다.

일부 몇 몇 회원들은 A씨가 첨부한 블랙박스 동영상에 영상만 재생되고 음성이 나오지 않는 부분을 의심하기도 했다.

회원 ‘보배OOO’은 “싸이렌이 울리는 소리가 블박에 들리지 않는다. 그거 있으면 빼박인데, 안 울렸다는 증거가 있느냐?”고 물었고 회원 ‘스티븐OOOOO’도 “소리까지 나온 거 같이 올려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A씨는 “제 차 블박에 녹화된 영상 그대로 올린 것이다. 상대 구급차는 영상 녹화가 안 돼있다고 영상을 제출하지 않았다고 한다”고 답했다.

다른 회원도 음성이 재생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싸이렌 울림 여부는 상관이 없다. 그 정도로 응급이었다면 본인들이 증거를 제출했을 것”이라며 “응급이 아니었는데 싸이렌을 울렸다면 더 불리하다. 당시 응급이었다는 증거를 제출하라고 하면 된다. 불리할 게 없다”고 반박했다.

다만 A씨의 블박 영상에 아무런 소리도 녹음돼있지 않은 부분에 대해선 다툼의 여지는 있어 보인다. 경우의 수는 두 가지로 하나는 구급차가 싸이엔을 작동하지 않았을 경우이고 나머지 하나는 싸이렌을 켰지만 A씨가 듣지 못했거나 블박 오작동으로 인해 녹음이 되지 않은 경우다.

전자라면 A씨가 피해자가 될 수도 있지만, 후자의 경우라면 오히려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 

반면, A씨의 방어운전을 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는 의견도 나왔다.

회원 ‘POO’는 “그냥 좀 답답하다. 오늘 내일 하는 일 아니면 웬만하면 긴급차량은 먼저 좀 보내줍시다. 먼저 보내고 가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고 회원 ‘kellOOOO’은 “자주 다니시는 길인 것 같은데 도로 상황은 잘 아실 것”이라면서도 “왼쪽의 구급차량 지하차도서 나오는 거 보이고 3차선으로 차선 변경하는 거 보인다. 저라면 구급차 보이자마자 속도 줄였을 것 같다. 내가 아무리 잘못한 거 없더라도 피해자가 될지라도 사고 나면 무조건 손해라는 생각을 갖고 계셔야 한다”고 조언했다.


A씨는 “2주나 지났고 억울하게 가해자라고 하는데도 원본 영상을 확보할 생각은 없었느냐”는 질문에는 “이런 사고를 처음 겪다보니 보험사에만 의존했는데 일이 점점 커지는 것 같아 이제야 불안함이 들어 글을 올렸다”고 답했다.

현행법(도로교통법 제1장 제2조 22호)상 구급차는 긴급자동차에 속한다. 긴급자동차는 촌각을 다투는 긴급한 용도로 사용되는 자동차로 소방차, 구급차, 혈액 공급 차량 및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동차가 해당된다.

이들 차량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경우 골든타임 확보를 위해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후진‧횡단‧유턴, 안전거리 확보 의무, 앞지르기 방법 준수, 주정차 금지, 보도 통행금지, 고장 등 상황 발생 시 특례가 허용돼있다. 즉, 긴급하고 부득이한 경우엔 신호는 물론, 차도 외 인도 주행 등 일반적인 교통법규가 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고속도로 갓길서 주로 볼 수 있는 사설 레커차의 경우는 개인의 영업이익을 목적인 만큼 긴급차량에 속하지 않는다. 이들 긴급차량의 우선통행에 피해를 줬다고 인정될 경우엔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물론, 긴급차량이라고 해서 무조건 특례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소방차나 구급차가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서 또는 응급환자를 이송하기 위해서 이동할 때는 긴급차량의 지위를 얻으면서 일반 교통법규의 적용받지 않으나 긴급 상황이 아닐 경우는 상황이 달라진다. 소방차나 응급차라고 해서 ‘언제나’ 무조건 신호를 위반할 수 있고 인도를 달릴 수는 없다는 얘기다.

이번 차선 변경 추돌사고 쟁점의 핵심은 차선 변경 당시 차량 안에 응급환자가 있었는지의 여부다. A씨 주장대로 싸이렌이 울리지 않았다면 긴급자동차로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따라서 응급환자의 탑승 여부가 해당 사건의 스모킹건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근을 자주 왕래한다는 한 보배 회원은 “자주 다니는 길인데 위험한 구간”이라며 “저곳 우회전 금지 실선으로 바꾸자고 요청했는데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며 “블랙박스 차량이 피해자”라고 조언했다. 직진 주행하는 차량과의 추돌을 막기 위해서라도 일정 구간까지는 갑작스런 차선 변경을 하지 못하도록 실선 처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해당 도로 노면에는 지하차도 일부 출구부터 시작된 안전봉은 50m가량 세워져 있는데 봉이 끝나는 지점서부터 실선이 아닌 점선으로 표시돼있다. 이는 지하차도서 나온 차량들의 차선변경을 감안해 실선이 아닌 점선 처리한 것으로 추측된다.


앞서 과거에도 응급환자 없는 빈 구급차들이 싸이렌을 울리며 신호를 무시하는 등 부정 이용하는 사례가 발견되면서 경찰은 이들에게 20만원 이하의 범칙금을 물리도록 했다. 2013년엔 한 연예인이 공연에 늦었다며 사설 구급차를 이용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입길에 오르기도 했다.

<haewoong@ilyosisa.co.kr>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