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게이트’ 수사 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면서 정치권의 거센 사퇴 요구를 받아온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 전 부장은 “검사로서 소임을 다했고 조직이나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이젠 비켜주는 게 맞다”며 “정치권의 요구에 떠밀려 사표를 낸 게 아니라 스스로 떠날 때가 됐다는 판단에서 사표를 낸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사퇴하라고 요구했던 정치권에 대해서는 아무런 섭섭한 마음이 없다”면서 “정말 복 많고 운 좋은 검사였다”고 소회를 전했다.
그러나 정치권은 이 전 부장의 사퇴를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중수부 존폐와 검찰 책임론을 덜어줄 ‘카드’로 보고 있다.
이 전 부장도 중수부 존폐에 대해서는 “자동차가 사고 나면 운전자가 잘못한 것인지 차에 결함이 있는 것인지 따져 보고 원인을 파악하면 될 일을 차사고 났다고 차를 없애자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사퇴를 계기로 이 전 부장과 전 현직 대통령의 특별한 인연도 새삼 주목되고 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는 질긴 ‘악연’이다. 2003년 서울중앙지검 형사9부장 시절 SK그룹 비자금을 수사하면서 노 전 대통령의 측근인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SK로부터 당선 축하금을 받았다는 단서를 확보, ‘노무현 측근비리 수사’의 단초를 만들었다. 또한 2004년 원주지청장으로 재직할 땐 노무현 대선 캠프의 대선자금을 추적했다.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인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 참여정부 인사들이 연루된 ‘박연차 게이트’ 조사를 진두지휘했으며 조사 중 노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
이명박 대통령과는 깊은 ‘인연’이다. 이 대통령이 지난 1999년 조지워싱턴대학에서 객원연구원으로 일하던 시절 검찰 파견직으로 워싱턴 영사관에서 일하며 가까워진 것. 이후 이 대통령 측근 그룹인 워싱턴 골프 클럽 3인방의 하나로 활동할 정도로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