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에 팽 당한 이상득 암중모색 내막

2009.07.14 11:36:11 호수 0호

가지치기 당했다고 뿌리까지 죽을쏘냐?


이상득 의원이 2선 퇴진을 선언한 후 당정청에서 ‘형님’이 사라졌다. 당 요직이 이상득계에서 이재오계로 빠르게 바뀌었고 청와대 인선에서도 형님과 관련된 이들이 대거 자리를 옮길 것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이 의원도 정치 현안에는 입을 다문 채 지역구와 한일 외교, 자원외교 등에만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이 의원이 ‘완전히’ 뒷방으로 물러났다는 데 동의하지 않고 있다. 이 의원은 2선으로 물러났지만 여전히 현역 의원으로 활동 중인데다 핵심 측근들은 요직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4월까지만 해도 막후에서 한나라당을 움직이던 ‘형님’이 여의도에서 자취를 감췄다. 때문에 이상득 의원이 한나라당 행사에 참석하자 모두 깜짝 놀라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1일 국회도서관 지하대강당에서 열린 희망국민연대 창립대회에 이 의원이 참석했다. 희망국민연대는 지난 대선 때 이명박 캠프의 전국 조직이었던 직능정책본부가 중심이 돼 발족한 기구로 이명박 대통령의 친위세력으로 분류되고 있다.

꼬리 감춘 이상득
여의도 문패엔 ‘근신 중’

이날 창립대회를 찾은 박희태 대표는 “좀처럼 안 보이던 이 부의장(이상득 의원)도 여기에 나온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창립대회가) 그런 정도구나”라고 놀라워했다.

이에 이 의원은 “식전에 (인사) 시간을 달라고 한 것은 요새 내가 조금 기피인물이 됐기 때문”이라고 말 속에 뼈를 심었다.

그는 “선거가 끝나도 우리나라 선진화, 갈등 해소, 나라발전을 걱정하기 위해 발족한 희망국민연대에 나도 당연히 멤버로서 뜻은 함께한다. 하지만 혹시 나 때문에 밖에서 오해가 생기면 여러분의 고귀하고 순수한 뜻이 왜곡될까 봐 공식적으로 절차에 참여하지 않고 먼저 인사하게 된 것을 이해 바란다”고 현재 자신의 처지를 전했다.


이 의원은 다음 날인 2일 국회 의원회관 로비에서 열린 전국장애인바둑대회 ‘국회의원과 장애인이 나누는 수담의 만남’에 참석, ‘훈수’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2선 후퇴 선언에서 “포항의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 한-일의원연맹 회장으로서 경제와 자원외교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던 것처럼 보통은 지역구와 한일 외교에 중점을 두고 움직이고 있다.

국회 의원회관 내 사무실에도 전화 연락을 받고 실무를 처리할 최소 인원 외에는 두지 않고 있으며 그마저도 사무실 문을 닫아둬 ‘방문객 사절’이라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2선 퇴진의 진정성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한 노 정객은 “친동생인 이명박 대통령이 대통령직에 올랐음에도 18대 국회에 들어온 것부터 자기 정치에 대한 ‘욕심’이 있었음을 생각하게 하지 않냐”면서 “18대 국회 들어서 그가 ‘권력의 독’에 빠졌다는 말이 많다”는 말로 이 의원이 이렇게 물러나지 않을 것임을 짚었다.

친박계 한 관계자도 “이 의원이 막후로 물러난 것은 앞으로 들키지 않고 막후에서 조정하겠다는 말과 다름없다”고 날카로운 시선을 던졌다.

이 의원의 2선 후퇴를 믿지 않는 이들은 당정청에 이른바 ‘SD라인’이 살아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 의원이 2선 후퇴를 선언하기는 했지만 김주성 국정원 기조실장, 장다사로 청와대 민정비서관,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등 핵심 인사들은 여전히 요직을 굳게 지키고 있다는 것.

이 의원의 보좌관 출신인 박 차장은 ‘왕 비서관’으로 불리며 1기 내각의 밑그림을 그렸다. 정두언 의원의 ‘권력사유화’ 발언 후 청와대에서 물러났지만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으로 화려하게 재기에 성공했다. 총리실의 업무 조정으로 이명박 정부의 역점 사업인 ‘4대강 살리기 태스크포스(TF)’도 그에게 맡겨졌다.


축소된 범SD계
핵심 인사는 활발

총리실로 자리를 옮겼지만 청와대에서의 영향력도 살아있다는 평이다. 이 의원의 국회부의장 시절 비서실장이었던 장다사로 비서관과 인사비서관실 이동헌 행정관이 그의 ‘인맥’이기 때문이다. 원래 인사 업무는 박 차장에게서 이상휘 행정관으로 이어졌으나 그가 춘추관장으로 승진하면서 이동헌 행정관이 맡게 됐다.

이 외에도 청와대 행정적 실무는 한나라당 보좌관 출신으로 박 차장과 가까운 인사들이 장악했다. 또한 지난 대선에서 이 대통령의 친위 외곽단체로 활동한 ‘선진국민연대’ 출신 10여 명이 청와대 비서관 행정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때문에 이 의원이 최고위원 중진연석회의에서의 2선 후퇴 선언 전 정두언 조해진 김영우 권택기 백성운 이춘식 의원 등 안국포럼 멤버들에게 이를 미리 알릴 때에도 SD라인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됐다.


정두언 의원이 “박영준 장다사로 김주성 등은 다 놔두고 퇴진한다고 하면 국민들이 믿겠냐”고 지적한 것. 이 의원은 “그 사람들도 먹여 살릴 가족이 있는데 내가 어떻게 마음대로 물러나라 마라 하느냐”고 말한 뒤 자리를 떴다고 한다.

당에서도 이 의원과 가까운 인사들이 상당수 포진해 있다. 박희태 대표와 강석호 김영우 이춘식 임태희 주호영 장제원 의원 등이다.

이 중 이병석 강석호 이춘식 의원은 이 의원이 탄탄한 세를 구축하고 있는 지역구 포항과 가까이에 자리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포항 출신으로 비례대표인 이춘식 의원 외에 이병석 의원은 포항 북구, 강석호 의원은 경북 영양 영덕 봉화 울진이 지역구다.

이병석 의원은 이 대통령의 초등학교, 중학교, 대학교 후배다. 그는 18대 국회에서 국토해양위원장을 맡은 후 한국철도공사 등의 국토해양부 산하 기관에 동해안 도로 철도망 낙후 문제를 제기, 포항 지역 관련 예산을 두둑하게 얻어냈다.

정치 상황에 대한 언급이 적었던 이병석 의원은 이 의원의 2선 후퇴 후 매주 정치칼럼을 통해 중도강화론과 당내 화합, 4대강 살리기에 대한 주장을 펴고 있다.

강석호 의원의 정계 진출에는 이 의원이 힘이 작용했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강석호 의원이 18대 총선 공천을 받은 데는 17대 국회 경북 영양 영덕 봉화 울진 국회의원이었던 친이계 김광원 전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주효했다. 그리고 김 전 의원의 불출마 선언 뒤에는 이 의원이 있었다는 것.

강석호 의원은 국회로, 김광원 전 의원은 한국마사회 회장이 되면서 “이 의원의 구상대로 된 것 아니냐”고 해석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임태희 의원의 경우 박희태 대표-임태희 정책위의장-주호영 원내 수석부대표로 이어지는 한나라당 핵심 라인의 중추에 있었다. 최근에는 2기 내각에서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춘식 의원은 최근 형성된 범친이, 비이재오계 인사들의 모임 ‘마포 춘식이파’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마포 춘식이파’는 SD계열 초선 의원과 안국포럼 인사 중 일부 당내 중립성향 의원들이 구축한 친이 중도 실용연대다.


이 모임에는 ‘선진화를 추구하는 초선모임(선초회)’ 강석호 김동성 배은희 안효대 이은재 장제원 조전혁 의원과 ‘민본21’ 신성범 의원, 비례친목모임 김소남 원희목 이애주 이정선 이춘식 임동규 의원, ‘48인 모임’ 고승덕 강용석 박영아 박준선 진성호 의원 등 30여 명이 함께하고 있다.

무너지지 않는 핵심
다시 재기 기회 노린다

‘형님’의 권위가 약해지면서 요직에 앉은 SD인사들에 대한 압박이 심해지고 있다. 청와대는 이달 내 있을 비서관 행정관 인사에서 서울시 출신, 지난 대선에서 이 대통령의 외곽 단체였던 ‘선진국민연대’ 출신, 이 의원 측근 인사를 상당수 퇴진시킨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 의원의 역할론은 아직도 살아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여러 복합적인 이유로 이 의원이 2선으로 물러났지만 자원외교에 매진하는 등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다. 또한 당정청에 넓게 퍼진 범SD계가 상당한 힘이 되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의원과 오랜 친구 사이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최 위원장의 서울대 정치학과, 동아일보 정치부장 후배인 이동관 대변인, 류우익 전 비서실장,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이주호 교과부 차관 등 이 대통령과 가까운 이들을 짚으면서 “시간이 문제지 복귀는 언제든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인사에 관여하는 등 문제점이 나타났던 만큼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를 우려해서라도 강한 압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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