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감정 실린 이재명 구속영장 해부

2023.02.27 12:21:56 호수 1416호

‘찍어 누르기식’ 격양된 표현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검찰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다만 이 대표가 현직 의원이기 때문에 체포동의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 현재 민주당이 의석수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가결될 가능성은 매우 적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 대표 구속영장 청구서를 두고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객관·법률적 팩트보다 감정적이고 격양된 표현이 많다는 지적이다.



“‘이재명 수사’가 편향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굳이 영장에 감정을 드러내야 했는지 의문이다.” 최근 기자와 만난 재경지검 부장검사의 말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를 보면 신조어와 감정적인 문장이 수두룩하다. 이 때문에 대장동과 쌍방울, 성남FC 등의 의혹과 관련해 물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에 더 무게가 실린다. 

민간인
같으면…

검찰의 자신감일 수도 있다. 그러나 ‘찍어 누르기식’ 표현으로 정치 수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은 중앙지검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이 지난 16일 청구한 이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이례적인 표현들이 등장한다. ‘시정 농단’ ‘내로남불’ 등 일반적인 수사기관의 수사기록과 공소장,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찾아볼 수 없는 표현들이다. 객관적 사실과 증거, 법리로 법원을 설득해야 할 검찰이 법원에 제출하는 공식 서류에 원색적 표현을 적시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법원에 제출된 구속영장 청구서를 보면, 검찰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지방자치 권력을 사유화한 시정 농단 사건’으로 규정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불러온 ‘국정 농단’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표현이다.


또 검찰은 이 대표가 “‘내로남불, 아시타비’의 전형을 보여줬다”고 썼다. ‘아시타비’는 ‘나는 옳고 다른 사람은 그르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실체 진실 은폐 시도가 지속될 것이라는 점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명백하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이 대표에게 징역 11년을 훨씬 넘는 형이 선고될 것이 명백하다고도 적시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와 검찰 안팎에서는 “정치 수사를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 섞인 우려가 나온다. 지난 20일 기자와 만난 재경지검 부장검사는 “이 대표에 대한 수사가 편향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법과 원칙에 따른 정상적 과정이지만 재판 결과가 나오기 이전부터 구속영장 청구서에 감정을 드러낼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도 “객관과 법리로 법원을 설득하려 해야지 잘못된 표현이 많다. 누가 보면 이 대표에게 원한이 있는 검사가 작성한 줄 알 것”이라며 “이 대표가 무죄가 나올 것이라 보진 않는다. 그러나 대통령실과 중앙지검이 ‘한 몸’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법조계 “이례적이다” 목소리 왜?
일반적 관행서 벗어난 표기 수두룩

이원석 검찰총장도 이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 직후 “(대장동 사업은)지방 권력과 부동산 개발업자 간의 불법적 정경유착, 지역 토착 비리”라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앞서 이 대표의 핵심 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재판에 넘길 때도 ‘공소장 일본주의’ 원칙 위배 논란에 휩싸였다.

공소장 19쪽 중 혐의 사실은 3쪽에 그쳤으나 김 부원장과 이 대표의 관계 등을 설명하는 데 할애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와의 공모관계를 과대하게 부풀리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헌정사상 처음 제1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인 만큼 검찰총장이 직접 나서 공식입장을 내비치는 데 무리가 없다는 시각도 있지만 ‘정치 수사’를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은 중앙지검 내부에서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중앙지검 한 검사는 “이 총장이 입장을 밝힌 것은 개인이 아닌 검찰을 대표한 입장이기에 뭐라 할 수는 없지만 쉽게 볼 수 없는 광경이다. 기자들 간의 ‘티 타임’에서도 저런 입장은 밝히지 않는 게 관행”이라면서 “(이재명 대표)구속영장 청구서에 감정적 표현이 들어간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의 태도를 두고 이 대표를 구속해야 한다는 대통령실의 의지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야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에 이 대표에 대한 수사를 재빠르게 마무리 지으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검찰이 입증해야 할 이 대표의 주된 혐의는 배임이다. 검찰이 산정한 배임 액수는 약 4895억원로 이는 재판 과정에서 다툼이 클 전망이다. 이 때문에 검찰이 기소 전부터 증거와 법리가 아닌 이 대표를 향해 감정적 발언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 검찰의 자신감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검찰 내부서도 사실관계가 확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거친 태도로 일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견해가 있다. 검찰이 이 대표의 배임 혐의를 적용한 주요 근거는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팀이 작성한 대장동 사업 공모지침 검토의견서다.

지나친
자신감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해당 의견서에는 ‘사업 수익이 클 경우 공사의 이익을 개선할 여지를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의견서는 사업자 선정 과정에 공사에 사업 이익을 70% 이상 제공하는 경우 만점을 주는 등 배점을 달리해야 한다고 적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성남도개공 관계자 A씨가 2015년 2월 작성한 ‘대장동 공모지침 검토의견서’에는 당시 정민용 공사 투자사업파트장(변호사)이 작성한 공모지침서의 사업적 이익 배분 문제점 등을 표 형식으로 정리한 10여장 분량의 의견서가 참부됐다.

A씨는 ‘신청자가 제안한 이익 분배 방법은 사업계획이 변경돼도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는 조항에 대해 “수익이 예상치보다 못할 경우 무방하나, 기대치를 훨씬 상회할 경우 공사의 수익도 개선될 여지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A씨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게 검찰이 판단한 이 대표의 배임 혐의 논리다.

A씨는 공사에 제공하는 이익 비율에 맞춰 평가점수를 차등 배분하자는 의견을 냈다. A씨가 ‘예시’로 제시한 기준은 사업 수익 중 공사에 배분되는 이익이 70% 이상인 경우 만점(60점), 65~70%인 경우 50점 등 5%포인트마다 10점씩 점수를 줄여 35% 미만인 경우 0점을 매기는 방식이다.

기존 공모지침서엔 임대주택용지 제공 여부와 용지 종류에 따른 배점 기준만이 제시돼있었다. A씨는 공사가 임대주택사업으로 수익을 내기 어렵고, 사업적 이익이 과도할 경우를 대비해 이 같은 검토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A씨의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은 당시 이견을 제시한 A씨를 불러 ‘업자의 청탁을 받고 이의 제기한 게 아니냐’며 손으로 직접 이의 제기 내용을 써보라는 등 압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공사는 사업협약 등의 과정을 거쳐 원안대로 임대주택용지 금액에 상당하는 1830억원의 확정이익을 받았다.


검찰은 A씨의 의견을 바탕으로 이 대표의 배임 액수를 산정했다. 이 대표가 대장동 사업 전체 이익 중 70%를 공사가 가져가도록 했다면 6725억원의 이익을 얻을 수 있었는데, 확정이익 1830억원만 챙겨 4895억원가량 손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불구속 기소
가능성 크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의 배임 액수 산정방식이 성급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성남도개공 일부 의견일 뿐이다. 공사 측 이익을 최대한 반영한 참여자에 높은 점수를 주자는 의견은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며 “그 기준대로 배임액을 산정하는 것 자체가 오류”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재판부가 검찰의 배임 산정방식을 지적하게 되면 공소장 내용이 바뀌거나 심할 경우 다시 수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돼있다. 체포동의안은 지난 24일 본회의 보고를 거쳐, 27일 열리는 본회의서 무기명 표결에 부쳐진다.

민주당 지도부는 ‘압도적 부결’을 자신하고 있다. 169개 의석과 김진표 국회의장, 민주당 출신 무소속 의원(6명),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등을 모두 더하면 최대 177명이 반대표를 던질 수 있다는 계산이다.

지난 16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같은 사태가 반복될 가능성도 크다. 특히 최근 민주당 지지율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어 친명(친 이재명)계서도 체포동의안 정국 장기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체포동의안이 가결될 수도 있다. 민주당 계열 의원 중 28명 이상이 찬성표를 던지는 경우다. 무기명 투표의 특성상 어느 의원이 찬성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시정 농단, 아시타비…보기 어려운 신조어
거친 문장들 태반...법리 및 증거 부족 지적

민주당의 한 수도권 의원은 언론을 통해 “당 대표를 지키는 것보다 민주당이 국민의 지지를 모아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게 중요한 것 아니냐”며 “침묵하는 의원 하나하나가 고심하는 만큼 표결 결과는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간 대질조사를 추진했다. 이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아직 쌍방울과 관련된 구체적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 전 부지사 측 변호인 현근택 변호사는 지난 20일 낸 입장문에서 “검찰이 22일 오전 10시에 출석하라고 통보했다”며 “이 전 부지사는 출석해 성실하게 조사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현재 이 전 부지사 측 요청에 따라 1대1 조사 방식 등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1차 조사 이후 전 부지사에게 두 차례 소환통보를 했으나, 이 전 부지사 측은 소환 시기와 다자간 대질신문 방식 등을 문제로 출석을 미뤘다.

이 전 부지사 측은 다음 대질신문서 1대1 방식을 원한다는 입장을 강경하게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4자 대질 당시 김 전 회장과 방용철 쌍방울 부회장 등은 이 전 부지사에게 “대북송금 사실을 알고 있지 않았냐”며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김 전 회장이 “왜 나를 모른다고 하느냐”며 고성을 지른 후 이 전 부지사는 극도의 스트레스를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재판에서 그의 변호인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치아가 빠졌다고 한다. 치료가 필요하다”고 요청해 오후 재판 절차가 연기되기도 했다.

검찰은 이번 조사에서 이 전 부지사가 김 전 회장의 800만달러 대북송금 사실을 알았는지, 김 전 회장과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표의 통화를 주선했는지 등을 집중 추궁할 계획이다. 검찰은 북한에 건네진 800만달러가 쌍방울그룹의 대북 경제협력 사업권이 아닌, 경기도와 이 대표를 위한 자금이었다고 보고 있다. 이 과정에 김 전 회장이 알고 지내던 이 전 부지사가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한다.

대북송금
입증될까?

이 전 부지사는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경기도는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 사실을 전혀 몰랐고, 대북사업 역시 따로 진행했다는 것이다. 반면 김 전 회장은 “경기도를 대신해 북한에 돈을 보냈다”며 “이 전 부지사도 모두 알았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의 수행비서 박모씨로부터 압수한 휴대전화 6대의 비밀번호를 풀어 정밀 분석작업을 하고 있다. 이 중 2대는 김 전 회장이 사용했던 휴대전화고, 2대 중 1대는 한국서 사용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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