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 게이트 의혹’ <일요시사> 단독보도 이후…

2023.01.16 14:13:14 호수 1410호

휘휘 젓다 끝난 핀셋 수사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검찰이 ‘가평 게이트’ 수사 마침표를 찍었다. 결과는 썩 나쁘지 않다. 핵심 인물 5명과 전·현직 가평군청 공무원, 지역 언론사 기자 등 10명이 넘는 인물을 대거 기소했다. 다만 과거부터 사건을 파악해온 경찰과 가평군수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에 연루는 됐으나 불법적인 일에는 가담하지 않았다는 결론이다.



“검찰이 수사를 잘했다고 생각해요. 권성문과 커넥션이 있던 경찰과 군수들에 대해서 기소가 이뤄지지 않은 건 아쉽습니다만, 이젠 함부로 움직이지 못할 겁니다.” ‘가평 게이트 의혹’ 핵심 제보자의 말이다. 그의 말대로 대부분의 핵심 인물들은 구속 기소됐다. 지방자치 권력을 사유화하고 선거개입 논란까지 일었던 전모에 대해 검찰은 대거 기소라는 성과를 냈다.

성과

의정부지검 남양주지청은 지난해 3월 신설됐다. 2개 형사부와 사무과, 집행과, 수사과 등으로 구성된다. 검사 23명, 일반직 87명 등 정원 110명으로 운영되고 있다. 사실상 특검 규모의 작은 검찰청에서 지난해 10월 가평군청을 10시간 가까이 압수수색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석 달간의 수사를 마무리한 남양주지청 형사2부(부장검사 한문혁)는 지난 9일 권성문 전 KTB투자증권 회장 등 5명을 구속 기소, 가평군 공무원 등 1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캠프통 아일랜드 측이 불법영업으로 벌어들인 약 100억원의 수익 등 범죄수익을 환수할 방침이다.

검찰 수사 결과 가평군의 인허가 과정에서 전직 군수 비서실장 등 토착 브로커와 지역 언론인까지 동원된 전방위적 외압 및 금품 살포에 지자체의 허가 불허 입장이 180도 뒤집힌 것으로 드러났다.


가평군청은 불법 공사·영업행위가 전혀 시정되지 않았는데 불법이 없는 것처럼 허위의 출장복명서를 작성해 사실을 은폐하고, 해당 지역 출신 공무원들이 허가에 반대한 다른 지역 출신 상관을 결재 라인에서 배제했다.

권 전 회장은 개발행위가 제한된 청평호에 초대형 수상레저시설을 지으려 막강한 재력으로 브로커, 기자 등을 동원한 로비를 벌였다.

캠프통은 청정지역에서 대규모 수상레저영업을 하면서 무단 벌목, 불법 하천 준설, 무허가 음식점 운영 등 불법행위를 자행해 한강 식수원 수질이 오염되고 수자원 환경이 훼손되는 등의 결과를 초래했다.

권 전 회장은 2019년 5월 캠프통 허가를 위해 군청 공무원 등을 협박하고 브로커·지역 언론인을 통해 공무원을 회유한 의혹, 금품을 제공해 허가를 받아 불법영업 및 단속 무마한 혐의(제3자뇌물교부, 강요, 공무집행 방해, 배임증재, 청탁금지법위반 등)를 받는다.

캠프통 대표이사인 A씨는 불법 건축, 무허가 영업, 하천법 위반 등 11건의 행정법규를 위반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전·현직 공무원 등 관련자 대거 기소
검찰 수사 아쉬운 결말…뒷말 많아

지역지 기자 B씨는 2019년 5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공무원 등에게 뇌물을 전달하고, 인허가 청탁·알선, 기사 청탁 명목성 광고비로 위장한 1억1000만원 상당 금품을 수수한 혐의(배임수재, 청탁금지법 위반,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를 받는다.

가평군 공무원을 비롯해 수상레저업체 임직원 등 11명은 브로커들로부터 청탁·회유를 받고 불법 공사 및 불법영업 사실을 묵인한 채 수상레저시설을 허가한 혐의(허위 공문서 작성·행사, 직무유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건이 벌어지던 초기 가평군은 ‘불법 구조물 설치’를 이유로 하천점용허가신청을 불허하면서 불법공사 원상복구명령을 내리고, 불법구조물 철거 행정대집행까지 계획하는 등 강경한 입장이었다. 그러나 개발업체의 전방위 로비에 넘어간 담당 공무원들은 불법사항이 시정되지 않은 데다 기존 원상복구명령의 이행기한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기존 입장을 뒤집었다.

내부 논의 과정에서 다른 지역 출신의 부군수가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자, 로비를 받은 국장 이하 실무자들은 불법 공사 사실이 없는 것처럼 허위 공문서를 만들어 부군수 몰래 국장 전결로 허가를 강행했다.


권 전 회장의 비리와 문제는 과거부터 언급돼왔다. 지난해 10월 <일요시사>가 입수한 녹취록에는 권 전 회장이 캠프통 직원들에게 “(담당 공무원)죽이고 같이 몽둥이 들고 경찰한테 가서 기물 파손이나 이런 걸로 해도 되잖아. 하여튼 간에 박살 내든지 해야지 그건. 입원시키면 다른 사람이(영업허가) 결재할 거 아니야. 그 사람 출근 못 하면…”이라며 “화염병이라도 들고 가서라도 같이 죽자라고 하든가. 아니 진짜로 화염병 가지고 가서 집 일부 태우면 되잖아. 나중에 뭐 경찰이 나오면 간단한 그 처벌받으면 되는 거고”라고 했다.

또 “옛날 (당신이)어떤 식으로 해결했는지 모르겠지만 상대가 진짜 공포심을 느끼게 해야 해. 적어도 불안감이 있어야지”라고도 강조했다.

군수는 칼끝서 배제, 왜?
“연루됐어도 불법 없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경기도지사 시절 캠프통에 대한 철거 지시를 내린 바 있다. 행정대집행법상 경기도청이 지시한 업체 철거는 시·군 지자체가 이행해야 하지만 캠프통 철거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가평군청과 권 전 회장 간 뇌물이 오간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는 가평 지역 인사가 많았다.

한 지역 인사는 “이번 검찰 수사를 통해 정경유착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게 됐다. 권 전 회장이 수십억원이 넘는 불법 수익을 냈고 그 과정에서 공무원들이 일조한 것 외에 전·현직 군수에 대한 수사도 이뤄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일요시사> 입수한 녹취록에서도 전·현직 군수들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권 전 회장은 캠프통 한 직원에게 “(담당 공무원)돈 주면 받을 눈치지? 그렇지?” “둘 중 하나야. 우리 밑으로 들여오든지, 확실하게 월요일에 같이 죽든지”라고 했다.

권 전 회장의 지시를 받은 한 직원은 가평군청 공무원에게 “내가 김성기 군수가 무슨 잘못을 했고… 여태 군청서 했던 업무들 내가 다 자료 드렸죠? 그거 갖고 변호사 데리고 들어올까요?” “과장님 공무원 생활 30년 동안 깨끗했다 했죠? 왜 깨끗이 했다고 거짓말하셨어요?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세요. 정말 깨끗한지. 내가 힌트 드렸죠. (내가)여기 18년 있었다고 18년” “과장님, 혼자 안 죽습니다. 월요일에 변경 허가내주세요. 월요일에 (허가 안 나면)나 죽습니다.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권 전 회장은 캠프통 직원에게 “정XX는 확실하게 이야기를 해서 조치해, 정XX가 군수 움직여서”라며 “군수가 부군수한테 전화해서 그거 문제없는 건이니까 바로 결재해주라고 지시를 하게끔 해. 지금 그거 정XX가 그거 안 하면은 경찰에 고발하겠다고 그래, 차용증 있으니까”라고 말했다.

한계


검찰 수사 직전까지 권 전 회장과 여러 차례 연락을 취한 서태원 가평군수는 현재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불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가평군 공무원 출신이었던 서 군수는 국민의힘 당원들이 라운드할 수 있는 골프장 예약을 부탁받고, 후배 공무원을 통해 골프장을 예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골프장에 서 군수는 없었다. 서 군수는 이후 식사 자리에 참석했으며, 당시 현직 군수였던 김성기 전 군수도 함께 자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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