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4.05.09 17:59
해질 무렵, 인천 송도국제도시 풍경은 운치 있다. 센트럴파크에 불이 하나둘 켜지면 도시는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굳이 먼 곳까지 발품을 팔지 않아도 송도국제도시서 도심 바캉스를 즐길 수 있다. 해풍이 불고, 보트가 떠다니고, 물길과 어우러진 카페 거리는 여름 휴식을 돕는다. ‘송도국제도시’는 인천시 연수구 해안에 모래를 쌓고 다져서 만들었다. 여의도 넓이의 17배쯤 되는 간척지에 빌딩 숲이 들어서 이국적인 분위기가 난다. 지하철로 빠르게 연결되는 것도 반갑다. 도시의 허파이자 여행의 랜드마크는 ‘센트럴파크’다. 수년 전만 해도 황량하던 간척지는 센트럴파크가 활기를 띠며 분주해졌다. 이국적인 분위기 공원 산책이나 수상 레포츠를 즐기기 위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아이들이 뛰노는 예능 프로그램도 한몫했다. 센트럴파크를 가르는 수로는 길이 1.8km, 최대 폭 110m에 이른다. 공원 주변으로 빌딩 숲이 에워싸고, 한쪽에는 현대 조형물과 한옥 호텔 등 단아한 건축물이 채워졌다. 센트럴파크에는 국내 최초로 바닷물을 활용해 수로를 만든 해수 공원이 있다. 주말이면 수로를 빼곡하게 메운 아마추어 뱃사공을 만날
비둘기낭폭포는 포천의 ‘은밀한 폭포’다. 현무암 침식으로 형성된 폭포는 독특한 지형과 함께 청량한 비경을 보여준다. 비가 내리면 비둘기낭폭포는 굵직한 아우성을 만든다. 현무암 절벽과 동굴에 휩싸여 감춰진 폭포가 운치를 더한다. 포천 영북면에 자리한 비둘기낭폭포는 천연기념물 537호로 지정됐으며, 한탄·임진강 지질공원의 주요 명소로 유명하다. 한탄·임진강 지질공원은 국내서 처음 강을 중심으로 형성된 지질공원이다. 선입견과 달리 폭포는 산자락 깊은 계곡 사이에 자리하지 않았다. 비둘기낭폭포서 10여분 걸어가면 농사짓는 마을이 있고 그 마을서 시골 체험이 진행되는 일상의 삶이 펼쳐진다. 폭포는 불무산서 발원한 불무천의 말단부에 현무암 침식으로 형성됐다. 길을 걷다가 숲 속 절벽 아래로 내려서면 폭포가 불현듯 모습을 드러내고 협곡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폭포 주변으로 하식 동굴과 절리 등 수직 절벽이 채워졌다. 천연기념물 지정 비둘기낭이라는 독특한 이름은 두 가지 사연서 비롯됐다. 예부터 비둘기들이 폭포 협곡의 하식 동굴과 수직 절벽에 서식했다는 얘기도 있고, 동굴 지형이 비둘기 둥지처럼 움푹 들어간 주머니 모양이어서 명
차분하게 깊어진 궁궐의 색다른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비가 오면 줄어드는 발길 덕분에 궁궐의 고즈넉함이 더해지기도 한다. 도심에 자리한 궁궐을 홀로 거니는 것, 상상 이상의 즐거움이다. 비는 산수풍경을 그리는 붓이다. 장대비로 계곡물을 그리고, 궁궐 낙숫물은 단단한 돌에 홈을 파낸다. 빗물은 초목의 갈증을 해소하고, 차갑게 열린 하늘 아래 포근한 흙냄새를 풍긴다. 도심에 내리는 비는 빼곡한 공간에 여백을 만들어 청량한 빗소리로 그 풍경을 채운다. 34만490㎡(10만3000여평)에 달하는 창덕궁 후원의 자연은 그렇게 깨어난다. 비 오는 날 창덕궁을 걷고 싶은 것도 그 때문이다. 199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창덕궁은 주변 지형과 어우러진 가장 한국적인 궁궐이다. 정문인 돈화문을 지나 오른쪽으로 꺾으면 이내 금천교와 만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금천교는 1411년(태종 11) 박자청이 축조했는데 궁궐에 남은 돌다리 중 가장 오래됐다. 궁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을 흐르는 물에 씻어 바르게 하길 바라는 뜻으로 세웠다. 요즘 금천교 아래 물길에는 초여름이 흐른다. 창덕궁서 정치의 중심이 된 곳이 인정전과 선정전, 희정당이다. 인정문을 통과하면 &
7월 장마철에는 우리 전통이 살아 숨 쉬는 안동 농암종택으로 떠나보면 어떨까. 구름이 내려앉은 청량산 줄기가 수묵화를 그려내고, 낙동강 물소리는 더욱 세차다. 농암 이현보 선생의 손때가 묻은 긍구당에서 하룻밤 묵어보자. 넓은 마루에 앉아 빗소리, 강물 소리, 새소리에 귀 기울이면 몸과 마음이 깨끗해진다. 농암 이현보는 조선 중기 때 문신이자 시조 작가다. 1498년(연산군 4) 식년 문과에 급제하고, 32세에 벼슬길에 올라 예문관검열, 춘추관기사, 예문관봉고 등을 거쳐 38세에 사간원정언이 된다. 그러나 서연관의 비행을 논하다가 안동에 유배되고, 나중에 중종반정으로 복직돼 30년 이상 조정을 위해 일한다. 1542년 벼슬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와 시를 벗삼아 지낸다. 전통이 살아 숨쉬는 곳 조선시대 자연을 노래한 대표적인 문인으로, 국문학 사상 강호 시조 작가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작품으로 전해오는 ‘어부가’를 장가 9장, 단가 5장으로 고쳐 지은 것과 ‘효빈가’ ‘농암가’ ‘생일가’ 등 시조 8수가 남았다. 농암종택에 도착하니 비가 그쳤다. 단비를 뿌린 구름은 청량산
비 오는 날 진도에 있다면 운림산방으로 가야 한다. 구름 숲 속 화가의 방, 쓸쓸한 툇마루에 앉아 눈을 감으면 연못에 물 듣는 소리, 상록수림 속 휘파람새 소리, 이웃 절집의 목탁 소리가 들린다. 비를 맞으며 피어오른 수련을 보노라면, 100여 년 전 이곳에서 지낸 화가가 죽을 때까지 붓을 놓지 못한 이유를 알 것 같다. 구름 운(雲)에 수풀 림(林). 진도 최고봉 첨찰산 자락에 아침저녁으로 피어오르는 안개가 구름 숲을 이룬다는 운림산방은 조선 후기 남종화의 대가 소치 허련(허유)이 말년을 보낸 집이다. ‘남종화’의 중심지 1808년 진도읍 쌍정리서 태어난 허련은 어려서부터 그림에 뛰어난 재주를 보였다. 20대 후반에는 해남 대둔사의 초의선사에게 가르침을 받았고, 30대 초반에는 그의 소개로 한양에 가서 추사 김정희의 제자가 됐다. 추사는 “압록강 동쪽에는 소치를 따를 만한 화가가 없다”며 허련을 아꼈고, 그 또한 스승의 기대에 부응해 왕실의 그림을 그리고 관직을 받는 등 조선 제일의 화가로 이름을 떨쳤다. 하지만 당쟁에 휘말린 추사가 유배를 거듭하다 세상을 뜨자, 허련은 고향으로 돌아와 첨찰산 쌍계사 옆에 소박한
여행을 떠나려고 하니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한다. 김이 빠진다. 괜히 짜증도 난다. 하필이면 오늘 같은 날 비라니. 하늘을 원망한다. 하지만 여행에 비가 꼭 나쁜 것은 아니다. 비 오는 날 분위기가 더 근사해지는 여행지가 있다. 보슬비가 내려도 좋고, 주룩주룩 장대비가 내려도 좋다. 제천 정방사가 그런 곳이다. 비 내리는 날이면 운치가 더 살아난다. 법당 마루에 앉아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노라면 세상 시름이 말끔히 씻겨 내려가는 느낌이다. 멀리 보이는 청풍호도 꿈처럼 아련하게 비에 젖는다. 정방사는 금수산 의상대라는 까마득한 절벽 아래 자리한 사찰이다. 속리산 법주사의 말사로, <동국여지승람>에는 산방사라고 소개됐다. 비 오는 날 ‘운치 OK’ <청풍읍지>에는 “정방사는 도화동에서 오 리허에 있으며 전해오길 신승 의상대사가 세운 절이다. 동쪽에 큰 반석이 있는데 동대 혹은 의상대라 부른다”고 나온다. 전하는 이야기에 따르면 정원스님이 부처님 설법을 널리 펴고자 의상대사에게 절터를 알려주십사 청했다고 한다. 의상대사가 지팡이를 내주며 이 지팡이가 멈추는 곳에 절을 세우라 했고, 그곳이
화천의 7월은 물빛, 하늘빛, 연꽃 빛이 어우러진 풍경화다. 화천과 춘천의 경계쯤 자리한 서오지리는 북한강을 끼고 있는 마을이다. 춘천에서 5번 국도를 타고 사북면 소재지를 지나 현지사 입구에서 오른편 길로 접어들면 서오지리다. 7월이면 강변에 조성한 드넓은 연꽃단지에 연꽃이 피어 날이 맑으면 맑은 대로 좋고, 비가 오면 연꽃에 물방울이 맺혀 운치가 있다. 서오지리는 옛날 이곳에 살던 세 노인이 ‘자신[吾]이 호미[鋤]로 약초[芝]를 캤다’는 의미로 붙인 이름이다. 1965년 춘천댐이 생기면서 건넌들이라고 부르는 마을 앞들 일부가 물에 잠겼는데, 쓰레기가 쌓여 악취가 나고 물고기가 죽었다. 오염된 습지를 살리기 위해 2003년부터 연을 심어, 지금은 꽃향기가 온 마을을 감싸는 연꽃단지가 됐다. 북한강과 어우러진 곳 6월부터 꽃을 피우는 수련과 손톱만 한 노란 꽃이 고운 왜개연꽃, 연꽃의 대명사인 백련과 홍련, 가시 돋은 큰 잎사귀가 인상적인 가시연, 작지만 사랑스러운 어리연꽃 등이 어우러진 연꽃단지는 넓이가 15만㎡에 이른다. 주변에 방죽, 징검다리, 관찰 데크, 벤치 등이 마련되어 연꽃과 습지의 수생식물을 관찰하며 쉬기 좋다. 백련과
산과 들이 짙은 초록빛으로 물들고, 바람에 실려 오는 향기마저 싱그러운 6월. 삼림욕하기 좋은 계절이 돌아왔다. 이맘때는 숲 여행이 제격이다. 자연 속 힐링과 짜릿한 모험을 두루 즐기고 싶다면 전남 보성 제암산자연휴양림으로 가자. 온 가족이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제암산자연휴양림은 1996년에 정식 개장했다. 제암산은 해발 807m 정상에 임금 제(帝) 자를 닮은 바위가 우뚝 솟아서 붙은 이름이다. 산세가 수려하고 주변 경치가 아름답다. 휴양림 안에 숲속의집과 휴양관 등 숙박 시설 47실과 계곡 물놀이장, 야영장, 등산로와 산책로, 모험 시설 등 다양한 휴양 시설을 갖췄다. 대표 힐링 주자 ‘더늠길’ 이곳을 대표하는 힐링 주자는 더늠길이다. 능선을 넘나들며 울창한 숲길을 걷는 무장애 산악 트레킹 코스로, 5.8km 전 구간이 평평한 데크로 만들어졌다. 경사가 완만하고 유모차나 휠체어 이용이 가능해, 노인과 아이는 물론 장애인도 편하게 숲길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이른 아침, 나뭇가지 사이로 내리쬐는 초여름 햇살을 받으며 느긋하게 숲길 산책에 나서본다. 온통 초록빛 세상인 데크를 따라 걸으면 발걸음이 가볍고 편안하다. 하늘로
“숲, 숲, 숲 대문을 열어라. 나, 나, 나~무를 심어라. 나~무를 심으면 숲이 커진다.” 싱그러운 초여름 숲 속에 아이들의 발랄한 노랫소리가 울려 퍼진다. 용봉산자연휴양림에 온 어린이집 친구들이 숲해설가 선생님과 기차놀이를 한다. 숲 체험 프로그램은 평일에 예약제로 운영되는데, 늘 예약이 꽉 찰 만큼 인기다. 용봉산은 해발 381m로 야트막하고, 기슭에 자연휴양림이 있어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 인기다. 아이들이 숲에서 마음껏 뛰고 만지고 보고 체험하며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자연 체험 공간도 갖췄다. 휴양림 입구 산림전시관에는 홍성의 역사와 문화, 용봉산의 민속과 전설, 용봉산서 자라는 나무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료를 전시한다. 충남 최장거리 도보 트레일로 역사와 문화가 함께하는 내포문화숲길의 일부 구간이 용봉산을 지난다. 사랑받는 등산코스 용봉산은 충남 홍성군 홍북면과 예산군 덕산면·삽교읍에 걸쳐 있다. 규모는 작지만 산 전체가 기묘한 바위와 봉우리로 이루어져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용봉산이라는 이름은 산세가 용의 몸과 봉황의 머리를 닮은 데서 유래했다. 일부 구간을 제외하면 험하지 않아 등산객에게 사랑받는다. 등
6월의 뜨거운 태양을 피해 숲으로 들자. 청정한 계곡이 펼쳐진 강원도 첩첩 산골은 어떨까. 백두대간 구룡령 아래 자리한 미천골자연휴양림은 은둔하기 좋은 곳이다. 울창한 숲길을 지나 신비로운 불바라기약수터서 목을 축이고, 얼음처럼 차가운 계곡에 발 담그고 세상을 잠시 잊어보자. 미천골자연휴양림은 가는 길 자체가 여행이다. 수도권서 멀고 먼 첩첩 산골에 자리한 까닭이다.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서 조침령터널을 통과하기보다 홍천군 내면서 구룡령을 넘는 방법을 추천한다. 구불구불 이어진 구룡령 꼭대기에 오르면 차를 세우고 둘러보자. 양양 이정표가 반기는 곳에 서면, 양양 쪽으로 거대한 산맥이 물결친다. 백두대간이 우람한 근육을 자랑하며 흘러가는 모습은 언제 봐도 감동적이다. 첩첩 산줄기 중에 가장 높은 곳이 설악산 대청봉이다. 신비의 계곡 구룡령서 내려와 미천골자연휴양림 안내판을 보고 우회전하면 비로소 미천골이 시작된다. 반질반질한 암반이 펼쳐진 수려한 계곡 덕분에 왠지 신비의 땅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미천골은 백두대간 약수산(1306m)과 응복산(1360m) 사이서 발원해 남대천으로 흘러가는 후천의 최상류다. 계곡물은 가물어도 마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어디서든 그냥
전남 곡성과 구례를 잇는 17번 국도는 섬진강과 나란히 달리는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하다. 곡성에 들어서자마자 읍내로 진입하는 오른쪽 도로에는 우람한 메타세쿼이아가 1km 남짓 늘어섰다. 지난해 인기를 끈 영화 〈곡성〉서 주인공 종구가 딸을 오토바이에 태우고 달리는 장면을 촬영한 곳이다. 곡성 읍내를 지나면 ‘한국 관광 100선’에 3회 연속 선정된 섬진강기차마을이 나온다. 증기기관차나 레일바이크를 타고 섬진강을 즐기는 곳이다. 증기기관차는 시속 30~40km로 달려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만큼 여유롭다. 가정역까지 10km 거리를 30분 만에 도착하며, 30분간 정차한 뒤 섬진강기차마을로 돌아온다. 더 느리게 즐기려면 침곡역에서 가정역까지 5km 남짓한 섬진강레일바이크를 타보자. 오르막이 약간 있지만 섬진강의 봄 풍경을 감상하기에 제격이다. 영화 속 장소 가정역서 섬진강출렁다리를 건넌 뒤 두가세월교 건너 돌아오거나, 가정역 주변에서 자전거를 빌려 타고 섬진강을 달려도 좋다. 가정역서 시간을 보내다가 다음 증기기관차로 돌아오거나, 4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곡성행 버스를 타고 17번 국도 풍경을 구경하는 방법도 있다. 섬진강기차마을을 지나면 1
금산 방우리와 적벽강을 잇는 길은 금강 물줄기가 동행이 된다. 청정한 금강 상류 마을서 시동을 걸어, 전북 무주를 거쳐 다시 충남 금산의 금강을 만나는 독특한 드라이브 코스다. 방우리에서 적벽강으로 향하는 길은 금강 다리를 여섯 차례 건너는 이채로운 여정이다. 37번 국도와 601번 지방도를 경유하며 호젓한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금산의 오지 마을인 부리면 방우리는 ‘육지의 외딴섬’으로 불린다. 금강을 끼고 금산 끝자락에 방울처럼 매달려 방우리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금산군을 통해서는 갈 길이 막막하다. 마을 앞은 금강이, 마을 뒤편은 산줄기가 가로막기 때문이다. 자동차로는 전북 무주를 에돌아 강변 둑길을 지나야 비로소 방우리를 만날 수 있다. 최고의 청정 지역 방우리로 가기 위해 고속도로에서 나올 때도 무주 IC를 이용한다. 무주읍에서 내도리 앞섬다리(내도교)를 지나 좌회전하면 금산 방우리 가는 길이다. 구불구불한 강변길을 따라 5km 정도 달리면 방우리에 닿는다. 무주 군내버스는 앞섬다리까지 연결될 뿐이다. 대중교통도 제대로 없는 조그마한 마을은 금강 상류의 절경을 숨겨두었다. 전북 장수에서 발원한 금강은 금산 땅을 처음 적시며 이곳
75번 국도는 경기 가평군을 남북으로 가로지른다. 가평의 가장 남쪽인 설악면에서 청평면, 가평읍, 북면을 거쳐 강원 화천군 사내면까지 이어진 도로다. 물길을 끼고 가는 길이 눈에 띄며, 북한강과 시합하듯 나란히 달리는 구간이 특히 아름답다. 75번 국도는 청평댐서 가평읍 구간 도로명이 ‘호반로’인 것만 봐도 도로의 특징을 짐작할 만하다. 가평읍을 지나면서 가평천이 내내 함께한다. 칼봉산과 연인산, 명지산에서 흘러내린 계곡물이 가평천이 되고, 자라섬 앞에서 북한강과 섞인다. 75번 국도는 내내 물길과 함께하다가 도마치재를 훌쩍 넘어 화천군 사내면에서 끝난다. 산과 물이 그려낸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하고, 다양한 수상 스포츠를 즐기는 드라이브 코스로 제격이다. 오감 만족 코스 그림 같은 풍경을 마주한 곳마다 펜션과 카페가 즐비하고, 잣국수와 잣두부 같은 이색 먹거리, 막국수와 숯불닭갈비 맛집도 수두룩하다. 수도권서 가까워 주말이면 찾는 이가 많으니 일찍 나서는 게 좋다. 서울 쪽에서 출발해 신청평대교 입구를 지나 고성리·호명리 방면으로 우회전하면 75번 국도가 시작된다. 곧장 청평댐이 나오고 드넓은 청평호가 펼쳐진다. 호수 가장자
부산은 언제 누구와 함께해도 즐거운 도시다. 볼거리, 먹거리, 즐길 거리가 풍성해 두 번 세 번 찾아도 늘 새로운 코스로 여행할 수 있다. 화려한 도심이 있는가 하면 역사와 사연을 간직한 마을이 있고, 한 걸음만 옮겨도 아름다운 바다와 해안산책로가 반긴다. 매력적인 야간 코스도 한몫한다. 부산깡통야시장은 2013년 상설 야시장 1호로 개장해 전국에 야시장 열풍을 일으킨 곳이다. 국제시장, 자갈치시장과 함께 부산 3대 시장으로 꼽히는 부평깡통시장 골목에 매일 밤 들어선다. 먹거리 천국 부평깡통시장은 일제강점기에 국내 최초로 개설된 공설 시장이다. 개장할 때는 일한시장이다가 해방 뒤 지명을 따라 부평시장이 되었지만, 깡통시장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졌다. 한국전쟁 이후 미군 부대에서 나온 통조림이 활발히 거래되면서 붙은 이름이다. 1970년대에는 베트남 파병 군인이 들여온 미군 전투식량(일명 시레이션)과 다양한 외제 물품이 판매되면서 전국적인 유명세를 치렀다. 없는 것 빼고 다 있다는 부평깡통시장의 명성은 이렇게 생겨났다. 그때만큼은 아니지만 지금도 수입 양주와 담배 같은 외제 상품이 시장 한쪽을 채우고 있다. 넓은 시장 안에 죽집 골목과 패션 거리, 한복
백 채 한옥 지붕 위로 달빛이 내려앉은 고요한 밤, 상인들이 문 닫고 돌아간 전주남부시장에 오방색 조명이 환하게 켜진다. 남부시장 한옥마을 야시장이 열린 것. 매주 금·토요일이면 길이 250m 시장 통로에 이동 판매대 45개와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룬다. 전주남부시장은 먹거리와 공연, 즐길 거리가 풍성해 여행자는 물론 주민도 찾는 곳이다. 주말 야시장에 다녀가는 손님은 평균 8000~9000명. 에너지 넘치는 청년 상인과 손맛 좋은 다문화 가정 사람들, 시니어클럽 어르신이 저마다 ‘비밀 병기’로 손님맞이에 분주하다. 남부시장 한옥마을 야시장은 아케이드 시설이 갖춰져 궂은 날씨에도 끄떡없다. 천재지변이 있지 않는 한 무조건 열린다. 2층에 위치한 청년몰은 야시장보다 한발 앞서 남부시장으로 사람들을 이끌었다. 숙소로 발길을 돌리기 아쉬운 당신, 색다른 밤을 선물할 남부시장 한옥마을 야시장으로 가보자. 야시장의 꽃, 먹거리 남부시장 한옥마을 야시장은 풍남문으로 향하면 찾기 쉽다. 풍남문서 가까운 북문, 남부시장 주차장이 있는 동문, 천변주차장 쪽 남문, 서문 모두 오방색 조명 간판이 입구를 밝힌다. 야시장은 오후 7시부터 자정(1
통영은 미항(美港)이다. 시인 백석이 〈통영 2〉에서 ‘자다가도 일어나 바다로 가고 싶은 곳’이라 했을 만큼 낭만이 넘치고, ‘한국의 나폴리’라는 별칭이 있을 만큼 바다가 멋진 곳이다. 이런 통영이 최근 미항(味港)으로 거듭나 화제다. 사시사철 해산물이 풍성하고 그 맛이 뛰어난 데다 통영에 가야 제맛을 볼 수 있는 주전부리까지 더해져 전주에 버금가는 ‘맛의 고장’으로 우뚝 선 것. 통영의 대표적인 주전부리는 충무김밥과 꿀빵, 빼떼기죽이다. 모두 ‘통영이라서 나온 주전부리’고, ‘한 끼가 되는 주전부리’다. 마침 봄이라 바다와 도시에 은빛 햇살이 반짝거리니 더 입에 감긴다. 주민들 말마따나 “마카 묵을 끼라서 토영 갱치도 뒷전”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하루 종일 입에 물고 다니는 일이 다반사다. 낭만이 넘치는 미항 ‘통영’ 통영 주전부리의 상징은 충무김밥이다. 하얀 쌀밥을 넣어 엄지손가락만 하게 싼 김밥에, 아삭아삭한 무김치와 먹음직스러운 오징어무침을 곁들이는 음식이다. 밥을 각종 재료와 함께 김으로 둘둘 말아 싸
전남 완도의 으뜸 해산물은 전복이다. 전국 전복 출하량 가운데 70% 이상이 완도 청정 바다서 쏟아진다. 섬 길을 거닐다 보면 바닷가 주변을 채운 거뭇한 전복 양식장이 흔히 눈에 띈다. 이곳 해변에 자리한 식당들은 전복을 넣은 메뉴 하나쯤은 갖추고 있다. 풍요로운 전복의 고장서 최근 주목을 끄는 주전부리가 전복빵이다. ‘빵지순례’ 남도 코스에도 이름을 올렸다. 일단 전복과 빵의 조합 자체가 특이하다. 전복빵에는 전복 하나가 통째로 들어간다. 전복같이 생긴 빵을 살며시 가르면 오동통한 전복 속살이 가득하다. 전복빵이 완도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해 초다. 완도 읍내서 카페를 운영하는 청년 부부가 커피와 어울리는 특산물 빵의 신호탄을 올렸다. 이름은 완도와 청해진을 상징하는 장보고의 이름을 따 ‘장보고빵’이라고 붙였다. 전복빵에 전복이 통째로 1년 남짓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전복빵은 완도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 영양식의 대명사 전복의 이미지답게 전복빵은 웰빙 간식으로 통한다. 인근 청산도를 비롯한 섬 구경에 나선 관광객의 주전부리로도 인기다. 전복빵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렇게 묻는다. “얼마죠? 그런데 전
여행에서 어찌 먹는 즐거움을 빼놓을 수 있을까. 더구나 요즘 같은 ‘먹방’시대에 하루 세 끼는 기본이요, 틈틈이 주전부리도 곁들여야 한다. 주전부리라고 해서 심심풀이 군것질 정도로 여기면 곤란하다. 여행 전부터 점찍어놓고 일부러 찾아가 먹을 만큼 유명한 별미가 많다. 제주로 떠난다면 흑돼지꼬치구이와 꽁치김밥을 맛봐야 한다.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은 여행자에게 ‘참새 방앗간’ 같은 곳이다. 시장 구석구석에 먹거리가 많아 구경하는 내내 입안에 군침이 고인다. 시장 남쪽 입구에 자리한 ‘지민원’의 흑돼지꼬치구이는 가장 눈에 띄는 주전부리다. 이른 아침부터 손님이 늘어서 문전성시일 정도로 인기다. 식후에도 고기 굽는 냄새에 코가 절로 벌름거린다. 두툼한 생고기가 빈틈없이 꽂힌 흑돼지꼬치구이는 언뜻 봐도 무척 실하다. 꼬치마다 파인애플과 가래떡이 한 조각씩 있는데, 돼지고기와 궁합이 잘 맞는 파인애플은 새콤한 디저트 역할을 하고 가래떡은 밥을 대신한다. 덕분에 꼬치 하나 먹으면 든든하다. 꼬치 한 개당 무게가 200g 정도니 양도 결코 적지 않다. 꽁치+김밥 의외의 조합 냉장실에 숙성시킨 꼬치는 미리 구웠다가
주전부리의 사전적 의미는 ‘맛이나 재미, 심심풀이로 먹는 음식’이다. 여행길에 들고 다니며 재미 삼아 먹는 음식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국내서 주전부리 천국을 들라면 인천 중구에 자리한 차이나타운이 단연 첫손에 꼽히지 않을까. 화덕만두를 비롯해 공갈빵, 홍두병 등 맛있는 먹거리가 넘친다. 차이나타운에 가면 길게 줄 서서 뭔가 기다리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이 줄을 기웃거리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주전부리가 담긴 비닐봉지로 양손이 무거워진다. 요즘 차이나타운서 가장 ‘핫한’ 먹거리는 화덕만두다. 거리에 다니는 사람들 손에 꼭 하나씩 들려 있다. 화덕만두를 만드는 가게는 오전 11시에 시작하는데, 문 열자마자 사람들이 10m 이상 늘어선다. 화덕만두는 원래 이름이 ‘옹기병’으로, 옹기 화덕서 굽는 중국식 만두를 말한다. 대만서 기술을 배워 온 차이나타운의 ‘십리향’이 처음 선보인 뒤 여러 상점서 판매한다. 먹거리 천국 만드는 방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하루 동안 숙성시킨 밀가루 반죽으로 만든 피에 고기와 채소가 들어간 소를 넣고 빚어, 옹기 안쪽 벽에 다닥다닥 붙인 뒤 7
출출한 오후 4시 반, 입이 심심한데 뭐 먹을 게 없을까 고민이라면 서대문 영천시장으로 가보자. 시장의 명물 꽈배기와 떡볶이부터 참기름 바른 꼬마김밥, 든든한 팥죽, 고소한 인절미, 쫀득한 찹쌀순대, 시원한 식혜까지 입맛 돋우고 속 채워줄 간식거리가 모두 모였다. 저렴한 값은 덤이다. 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 인근의 영천시장에서는 그야말로 먹거리의 향연이 펼쳐진다. 시장은 깔끔한 모습으로 정비됐지만, 그 역사는 60년 세월을 품고 있다. 심심풀이로 먹던 주전부리에 맛을 더하는 시장 인심이 살아 있는 곳, 한 번도 못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가본 사람은 없다는 영천시장으로 맛있는 간식 여행을 떠나보자. 시장 인심 가득한 곳 시장 주전부리 가운데 선두주자는 꽈배기다. 밀가루 반죽이 170℃ 기름에 노릇노릇 익어 갈색 옷으로 갈아입는다. 뜨끈한 열기 품은 꽈배기가 설탕 통에 툭 떨어진다. 흰 안개꽃을 맷돌에 곱게 갈아놓은 듯한 설탕이 빠지면 팥소 없는 찐빵. 한 입 베어 물면 달콤하고 바삭하게 씹히는 맛에 기분이 좋아진다. 후드득 떨어지는 설탕을 털어내며 또 한 입, 멈출 수가 없다. 영천시장 대표 옛날 꽈배기 장사는 두 자매가 책임진다. 언니는 시장 안 &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