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웰푸드 ‘빼빼로 상술’ 민낯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1.05 11:04:18
  • 호수 146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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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은 적게, 가격은 그대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기업이 제품 가격은 그대로 유지하고 개수나 중량을 줄여 간접적인 가격 인상을 노리는 상술을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이라고 한다. ‘꼼수 전략’임을 알면서도 물가 상승에 따른 대책이겠거니 하고 넘어간다. 지난해 국내 기업들 중 슈링크플레이션이 가장 심했던 기업은 롯데로 드러났다. 업계에선 “매출 3조원을 돌파한 이유 중 하나”라고 꼬집었다.

소비자들은 제품의 성분표시 등을 주의 깊게 살펴보지 않으면 변화를 인지하기 어렵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조사에 따르면 롯데웰푸드(옛 롯데제과)는 경쟁사와 비교해 슈링크플레이션 제품이 3배나 많았다. 국내기업 중 롯데웰푸드(9개)를 비롯해 CJ제일제당(3개), 농심(2개), 동원F&B(2개), 해태제과(2개), 정식품(2개) 등으로 조사된 것이다.

슈링크플레이션

제품 중에는 롯데웰푸드의 카스타드 대용량이 12개에서 10개로 16.7%가 줄었다. ‘국민 과자’ 빼빼로는 52g→43g으로 9.6%가 줄었고, 대용량 초코 빼빼로는 208g→184g으로 11.5%나 줄었다. 이어 ▲ABC 초콜릿(210g→200g)은 4.8% ▲ABC밀크 초콜릿(69g→65g) 5.8% ▲꼬깔콘(72g→67g) 6.9%씩 각각 쪼그라들었다.

슈링크플레이션과 비슷하게 상품의 질을 떨어뜨려 사실상 가격 인상을 하는 스킴플레이션(Skimpflation) 사례도 있다. 롯데칠성음료의 델몬트 오렌지주스는 과즙 함량이 100→80%로 20%가량 줄어 스킴플레이션 명단에 올랐다.

이번 조사를 통해 롯데를 비롯한 식품업체들은 평균용량을 11.3%에서 많게는 50%까지 줄인 것으로 드러났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밝혀낸 슈링크플레이션 목록에는 한국소비자원 조사에서 빠진 24개(스킴플레이션 2개 포함)가 추가돼 공분을 샀다.


앞서 정부는 지난 12월13일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공정거래위원회·산업부 등 관계 부처와 슈링크플레이션 대책을 논의하고, 소비자원 조사에서 적발된 9개 품목, 37개 상품을 공개한 바 있다. 언급됐던 롯데제과의 카스타드, 빼빼로, 꼬깔콘 외에 2개 회사 제품들은 이번 정부 조사에 포함되지 않았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슈링크플레이션이나 스킴플레이션 제품이라고 언론에 보도된 제품이 실제로 용량이나 제품 질을 줄였는지 확인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이를 통해 총 30개 제품을 추렸다고 한다.

소비자원의 슈링크플레이션 조사에서 빠진 제품들이 대거 새로 확인되자 정부 조사의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도 못 찾은 ‘교묘함’
소비자원도 몰라 ‘눈속임’

소비자주권시민회의 박순장 사무처장은 <일요시사>와 통화서 “제대로 조사하지 못한 게 이 정도”라며 “기업 측에선 최근 제품을 개선했다고 해명하지만, 과거 수십년간 버젓이 이어져왔다는 게 맹점”이라고 지적했다.

박 처장은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단속한다고 했는데, 실제로 강력한 의지가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일부 품목은 소비자원 조사 기간(2022년 12월~2023년 11월)에 속하지 않아 빠진 것이 있었고, 제조사가 품목 개량이나 리뉴얼해 사실상 같은 제품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때 제과업계 1위로 군림한 롯데웰푸드의 빼빼로는 슈링크플레이션의 대표적인 예다. 지난해 연 매출 1000억원대를 돌파한 빼빼로는 용량을 줄였다가 늘리기를 반복하며 가격을 올려왔다. 1983년 출시된 빼빼로의 누적매출액은 올해 약 2조원을 바라본다.


출시 당시 용량은 50g으로 가격은 200원이었다. 이후 IMF 위기를 맞은 1997년 용량을 40g으로 처음 줄이며 가격을 유지했다. 하지만 곧 300원으로 가격을 100원 올리더니 2년 후인 1999년에는 용량은 유지한 채 가격을 500원으로 또 올렸다.

이처럼 롯데제과는 제품 출시 후부터 ‘용량 줄이며 가격 유지→가격 인상→용량 줄이기’를 반복하는 가격정책을 펼쳤다. 결국 2009년에는 용량이 30g까지 줄어들어 출시 당시보다 양은 5분의 3으로 줄어들고 가격은 700원으로 3.5배나 올랐다.

제과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제품 용량을 줄이면 실제 가격 인상이라는 것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심리를 이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용량이 30g까지 줄어들자 소비자들의 불만도 높아졌다. 빼빼로 한 개가 약 2.1g에 불과해 용량을 더 줄이면 그야말로 먹을 게 없다는 주장이다.

롯데는 보상 차원서 ‘11월11일은 빼빼로 데이’라는 국민적 이벤트를 마련하기도 했다. 빼빼로데이가 전국에 알려지기 시작한 건 1996년 11월부터다. 여고생들이 11월11일에 살 빼고 ‘빼빼로처럼 날씬해지자’는 의미로 빼빼로를 나눠먹으며 유래했다. 2000년대에 본격적으로 퍼지면서 소매점 앞에 빼빼로 데이 광고도 붙여졌다. 

2011년 롯데제과는 ‘밀레니엄 빼빼로 데이’(2011년 11월11일)를 앞두고 처음으로 용량을 40% 늘리고, 가격도 42% 대폭 인상했다. 인상 전략은 적중해 그해 빼빼로 매출은 86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그러다 2014년 1월 롯데는 또다시 용량을 늘려 52g 제품을 내놓으며 가격도 1200원으로 200원 올렸다. 매출이 감소하자 인상 카드를 꺼내든 셈이다.

‘데이’만 되면 뚱뚱
‘자축’보상 이벤트?

롯데 빼빼로는 이처럼 40여년간 줄이고 늘리기를 반복하며 결국 50g대로 돌아왔다. 하지만 올해 기준 43g으로 용량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되레 1700원으로 올랐다.

제과업계 관계자는 “업계 1위 롯데가 슈링크플레이션으로 재미를 보는데 후발업체들도 따라하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를 기만한 것이라는 노골적인 지적도 잇따른다.

소비자기본법 제4조 제2호에 따르면 ‘소비자는 물품 등을 선택함에 있어 필요한 지식 및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고 소비자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제19조서도 ‘사업자는 소비자에게 물품 등에 대한 정보를 성실하고 정확하게 제공해야 한다’고 사업자의 책무를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측은 “선택의 권리가 있는 소비자들에게 제공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않고 은폐한 상태서 제품을 판매한 것”이라며 “공정거래 질서를 해치는 판매행위”라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를 통해 드러난 슈링크플레이션 제품의 대부분이 생필품이라는 점은 서민들을 더욱 서럽게 했다.

제품 및 수량 줄이는 행위는 소비자기본법·표시광고법·형법(사기) 위반인데도 당국의 감시를 비껴간 것이다.


아직 슈링크플레이션 현상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도록 하는 제도나 법안은 마련돼있지 않은 문제도 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한국소비자원을 통해 슈링크플레이션’ 실태조사에 착수하며 신고센터를 설치했다. 정부도 슈링크플레이션 방지 제도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제조사가 용량 등 상품의 중요사항을 변경했음에도 해당 사실을 알리지 않는 행위를 사업자 부당행위로 지정하기 위해 ‘사업자의 부당한 소비자거래행위 지정 고시’ 개정 작업에 착수했다. ‘소비자기본법 시행령’에 따라 1차 위반 시 500만원, 2차 위반 시 1000만원의 벌금을 각오해야 한다.

다만, 롯데 측은 매출원가율이 높아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매출원가율은 매출액에 대한 매출원가의 비율로 이 수치가 낮을수록 기업 수익성이 높게 나타난다. 매출액서 매출원가를 뺀 것이 매출총이익이며, 여기에 판매비와 관리비를 제외하면 영업이익이 나온다. 롯데웰푸드 등은 2020년에 비해 매출원가율이 72.3%로 올랐다.

“어쩔 수 없어”

계열사 롯데칠성음료도 처음처럼과 새로 등 주류 가격 연내 인상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소주 주정의 가격이 오른 데다 올해부터는 주세에 기준판매비율이 적용돼 주류값이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연내 소주 가격 인상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맞다”며 “다만 인상 시기나 폭 등은 아직은 확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롯데 관계자는 “소비자 단체서 언급한 제품들은 대부분 2015년에 이뤄진 것으로 과거 사항을 다시 소급 적용한 것은 과한 부분이 있다. 최근 2년 사이에 슈링크플레이션은 없다”고 해명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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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