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2박3일 일정으로 대구를 방문했다. 제명됐지만, 국민의힘의 본가 격인 지역을 방문해 ‘보수의 적자’란 입증을 받으려고 한다. 한 전 대표의 대구 방문이 갖는 전략·전술적 함의는 무엇일까?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지난달 25일부터 3일 동안 대구를 방문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1월29일 한 전 대표 제명을 결정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해 5월 대구를 방문했고, 제명 이후엔 첫 방문이다.
제명 후
첫 방문
오는 6월3일엔 지방선거·재보궐선거가 진행된다. 이와 관련된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대해선 많은 추측이 돌고 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한 전 대표 제명 직후 “무소속으로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는 게 본인의 변수를 키울 수 있는 선택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동안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와 나란히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해 맞대결할 것”이란 추측도 돌았다. 최근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전재수 의원의 부산시장 선거 출마가 유력해지면서 “한 전 대표와 조 대표가 전 의원의 지역구 부산 북갑에서 맞붙을 것”이란 형태로 변형됐다.
한 전 대표에 이어 제명된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달 18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한 전 대표가 출마할 수 있으면 당연히 한다”며 “부산·대구에 지역구를 둔 참모들도 ‘출마할 수 있으면 좋겠다’거나 ‘출마해야 한다’고 말한다”고 주장했다.
현재로선 한 전 대표가 출마한다면, 시·도지사 선거보다 재보궐선거에 더 무게가 실려 있다. 대구에 출마할 경우는 국민의힘 내 대구시장 후보가 결정된 이후 출마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원이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면, 선거일로부터 30일 전까지 의원직에서 사퇴해야 한다. 사퇴 시한은 오는 5월4일이다.
국민의힘이 대구에 지역구를 둔 현역 의원을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하고, 이때 시장 후보로 선출돼 사퇴하는 의원의 지역구에 한 전 대표가 출마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까지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대구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은 ▲유영하(달서갑) 의원 ▲윤재옥 의원(달서을) ▲주호영 국회부의장(수성을) ▲추경호 의원(달성군) ▲최은석(동구·군위갑) 의원(이하 가나다순) 등이다.
원외 후보 중엔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 ▲국민의힘 홍석준 전 의원(이상 가나다순)이다.
한 전 대표의 대구 재보궐선거 출마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선 그의 대구 방문을 강하게 경계·비난하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당권파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이상규 서울 성북을 당협위원장은 지난달 27일 국민의힘 김예지·박정훈·배현진·안상훈·우재준·정성국·진종오 의원과 국민의힘 김경진 서울 동대문을 당협위원장에 대한 징계 회부 요청서를 제출했다.
이 위원장은 “국민의힘에서 제명된 한 전 대표의 대구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해당행위를 한 것”이라면서 징계를 요구했다. 이어 “민주당에선 그날 바로 제명됐을 사안”이라며 “당원의 뜻을 무서워하지 않는 자는 집단지성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2박3일 방문…국힘 이어진 ‘벌떼 비판’
시도지사 선거 아닌 재보선 출마 사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지난 2일 진행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전 대표의 대구 방문에 동행한 의원들에 대해 “해당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한 전 대표는 지난 3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저는 억울하게 제명됐는데, 저와 동행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보수 정치인이 할 일이냐”며 “해당행위가 아닌 해장 행위”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지난 1일 TV조선 <강적들>에 출연해 “한 전 대표가 대구·부산 출마를 저울질하는 것 같은데, 이는 한 전 대표의 체급을 스스로 깎는 선택”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장 대표의 해당행위 발언엔 동의하지 않는다”면서도 ““선거 출마는 자유지만, 어떤 선택이 국가에 이득이 되고, 본인의 정치 일정에 도움될 것인지 깊은 고민을 해야 한다”는 등 한 전 대표의 출마 가능성을 애둘러 비판했다.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최고위원도 지난 4일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당의 후보가 아닌 무소속이나 경쟁관계에 있는 분의 행사에 호응하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라며 “정치 도의 이전에 상식의 문제고, 논란의 여지 없는 해당행위”라고 주장했다.
한 전 대표가 대구·부산 중 한 곳을 선택해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면, 출마하는 취지가 완전히 달라진다.
장 대표 등 국민의힘 당권파가 한 전 대표의 대구 방문을 강하게 경계하는 이유는 국민의힘에서 대구가 갖는 상징성 때문이다. 대구는 국민의힘의 본가·텃밭이다. 한 전 대표가 대구 재보궐선거에 무소속 출마해 당선되면, 한 전 대표는 보수의 적자라고 인정받는다.
전 의원은 지난 2016년 총선 이후 부산 북갑에서 내리 3선을 지냈다.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부산 사하을)이 민주당 소속으로 3회 당선됐지만, 현재는 국민의힘 6선 중진 의원이다. 민주당 최인호(사하 갑)·박재호(부산 남구) 전 의원은 부산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재선까지 했다가 지난 2024년 총선에서 낙선했다.
전 의원은 현재 부산 유일의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이다.
만약 한 전 대표가 부산 북갑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되면, 댐을 무너트릴 수 있는 ‘구멍’을 자신의 힘으로 메우고 당당히 국민의힘으로 돌아갈 명분을 만들 수 있다.
해당 행위?
해장 행위?
한 전 대표가 부산·대구의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에 입성하면, 장 대표 등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한 국민의힘 당권파도 정치적 명분·정당성을 잃는다. 만약 국민의힘이 지방선거에서 참패하는 결과까지 겹치면, 지도부가 무너질 가능성은 매우 커진다.
장 대표의 향후 정치적 일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송 원내대표가 “한 전 대표의 체급을 스스로 깎는 선택”이라고 비판했던 이유는 이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선거 출마 행보가 서울·부산 등 격전지 광역자지단체장이 아닌 재보궐선거 출마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이유는 현실적인 정치 상황 때문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국민의힘 내 유력한 대권주자 중 1명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장동혁 지도부에 당의 노선 변경을 요구하며 접수를 포기했다.
오 시장은 서울시장을 5선 했지만, 국회의원은 지난 2000년 총선 당시 서울 강남을에서 당선돼 초선 임기만 마무리했다. 여의도와 거리가 멀어지면서 국민의힘과의 거리도 멀어졌단 평가는 오 시장을 꾸준히 따라다니고 있다.
요시무라 히로후미 일본 오사카부지사는 지난 2월 3선에 성공했고, 일본유신회 대표를 겸직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일본유신회가 오사카부를 비롯한 간사이 지방에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역 정당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서울시장 임기를 마친 후 지난 2007년 대선에서 당선되기까지 1년 동안 여의도에서 정치적 기반을 다질 시간이 있었다. 이 전 대통령은 이 1년을 활용해 친이(친 이명박)계를 형성해 경선·본선을 다졌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 과정 당시 원외 정치인으로서 설움을 맛봤다. 원래 국회 본회의장엔 국회의원이 아닌 사람은 들어갈 수 없다. 그런데 당시 한 전 대표는 본회의장에 있었다. 이를 두고,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지난 2024년 12월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한 전 대표의 신변 보호를 위해, 내가 본회의장에 들어갈 것을 권했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2022년 6월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면서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5선을 지냈던 인천 계양을을 선택해 비판 받았다. 이 대통령도 성남시장·경기도지사를 오랫동안 지내면서 국회의원 경험·기반이 없었다. 일각의 비판을 감수한 이 대통령의 정치적 선택은 지난 2024년 비상계엄 사태 당시 빛을 발했다.
따라서 한 전 대표에게 국회 입성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할 수 있다. 국회에 입성해 친한(친 한동훈)계의 결속을 다진 후 친한계 외연 확장→당권 장악→대여 투쟁→대권 도전 등 흐름으로 정치 일정을 진행하는 게 가장 안정적이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대구·부산 중 한 곳을 선택해 출마한다고 하더라도, 결과는 낙관할 수 없다. 일단 무소속으로 출마해야 한다는 한계가 매우 크게 작용할 것이다. 국민의힘은 한 전 대표의 출마지에 당력을 모두 기울여 한 전 대표의 국회 입성 저지를 시도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선택?
필수!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은 지난 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장 대표 등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대구에서 쉽게 당선되도록 꽃길을 깔아주지 않기 위해 쓸 수 있는 최대한의 카드를 한 전 대표에게 맞붙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한 전 대표·김 전 최고위원에 이어 국민의힘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았던 배현진 의원에 대해서도 지난달 13일 당원권 정지 1년 징계를 확정했다. 그러자 배 의원은 지난달 20일 서울남부지법에 징계 처분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후 지난 5일,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권성수 수석부장판사)는 배 의원이 국민의힘을 상대로 낸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이날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국민의힘이 징계 사유에 관한 충실한 심의를 거치지 않고 균형을 벗어난 징계 양정을 함으로써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에 따라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배 의원이 피보전 권리와 보전의 필요성이 모두 소명됐다고 판단했다.
국민의힘은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들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달 23일부터 3일 동안 성인 1002명을 상대로 전화 면접 조사를 진행한 후 지난달 26일 발표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17%로 집계됐다. 민주당 지지율은 45%로 확인됐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지난해 8월 집계됐던 16% 다음으로 적다.
대구·경북에선 양당이 각각 28%의 지지율을 얻었다. 부산·울산·경남에선 민주당이 39%의 지지율을 얻었고, 국민의힘은 23%의 지지율을 얻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런 분위기에 발맞춰, 민주당도 대구·경북 공략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등 지도부는 지난달 28일 대구 2·28 민주화운동 기념탑을 참배한 후 2·28 민주화운동 기념회관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진행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민주당 후보로서 대구시장에 출마할 가능성도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김 전 총리는 지난 2020년 총선 당시 대구 수성갑에 출마해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상대로 승리해 대구에 민주당의 깃발을 꽂는 성과를 얻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 전 대표가 대구·부산 중 한 곳을 정해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면, 장 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는 다양한 압력에 직면한다. 친한계가 한 전 대표를 뒷받침하면, 당력이 분산될 수밖에 없다. 보수 매체들은 이미 장 대표에 대한 강한 비판을 제기한 지 오래다.
지지율 17%? 민주당도 대구 공략 시동?
가긴 갔는데…보수 적자 입증 방법은?
장 대표가 전씨·고성국씨 등 일부 유튜버로 대표되는 강경 보수 세력만으로 이 모든 압력에 맞서긴 힘들다. 천하의 명장도 극히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한 포위 공격엔 답이 없다.
제2차 포에니 전쟁을 일으킨 고대 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 바르카스도 포위 공격은 이겨낼 수 없었다. 당시 공화정 로마는 파비우스의 지구전 전략을 대전략으로 채택한 후 ▲스키피오 가문의 에스파냐 공략 ▲마르켈루스의 시라쿠사 공략 등 전선을 광범위하게 확장하면서 보급로 차단에 주력해 한니발을 물리쳤다.
이런 상황을 물리친 전례로는 56만명 규모의 반 항우 연합군을 불과 3만명의 군대만으로 물리친 항우의 팽성 전투 승리 사례가 있다. 하지만 항우는 불멸의 야전 사령관이었고, 연합군은 팽성 함락 후 기강이 매우 해이했단 사실을 참작해야 한다.
한 전 대표가 장 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 공략의 한 축이 돼 재보궐선거에서 이겨 금배지를 다는 전술적 승리를 거두면, 전략적 승리까지 함께 거둘 수 있다.
<손자병법> 허실편엔 ‘공기소필구’란 문구가 나온다. “적이 반드시 구하러 올 수밖에 없는 곳을 공격하라”는 의미를 가진 표현이다. 국민의힘으로선 한 전 대표의 대구·부산 방문을 절대로 좌시할 수 없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단 것은 한 전 대표의 전술적 선택이 통했단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한 전 대표의 대구·부산 방문 그 자체가 전략적 승리는 아니다. 하지만 판을 흔들어 전술·전략적 승리를 위한 교두보로 삼을 수 있다. 항우가 유방과 맞서는 사이 꾸준히 항우의 근거지 팽성을 습격하면서 보급로를 끊고 후방을 교란했던 군벌은 팽월이었다. 팽월은 게릴라전의 명수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한 전 대표가 궁극적으로 거두려는 승리는 프랑스 나폴레옹 1세의 이탈리아 원정 성과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나폴레옹 1세는 오스트리아군·영국군의 해상 보급 차단에 맞서 알프스산맥을 넘었다.
이어 오스트리아를 돕던 사르데냐 왕국·밀라노 공국을 연결하는 산악지대를 점령한 후 오스트리아군과 이들의 연결을 끊었다. 이어 아르콜 다리 전투·리볼리 전투 등을 치르면서 연이어 오스트리아군을 격파해 이탈리아반도 북부를 장악했다.
이후 나폴레옹 1세는 브뤼메르 18일의 쿠데타를 성공적으로 이끈 후 종신통령을 거쳐 황제에 즉위했다.
두 가지
성공 조건
한 전 대표로선 대구 상륙작전 성공을 위해선 소규모 유격전 성공과 대규모 포위망 돌파를 모두 이뤄내야 한다고 인식할 것으로 보인다. 그가 아직은 전장을 구체적으로 정하진 않았지만 이에 대비한 상륙작전은 치렀다. 한 전 대표의 본가 입성·적자 입증은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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