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추석 명절 앞둔’ 공항 총파업, 누구를 위함인가?

2025.09.30 13:21:20 호수 0호

지난 29일, 공항 노동조합이 추석 명절을 앞두고 무기한 총파업을 선언했다.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공항 등 전국 15개 공항 노동자들(전국공항노동자연대)은 이날, 내달 1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들이 내세운 총파업의 이유는 ▲교대 근무제도 개선 ▲노동시간 단축 및 인력 충원 ▲불공정 계약 근절 등으로 요약된다.



공항은 단순한 교통 거점이 아니라 국가 경제와 국민 생활에 직결되는 핵심 인프라다. 하루에도 수십만명의 승객이 이용하고, 수천톤의 화물이 오가며, 국가 이미지를 좌우하는 ‘관문’ 역할을 수행한다.

이번 파업은 이 같은 공항의 특수성과 국민의 불편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막무가내식으로 진행될 것이고, 결과적으로 ‘정당한 노동권 보장’이라는 명분조차 희석시켰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노동자에게 파업은 헌법이 보장한 권리라고는 하나, 공공성을 지닌 업종에서는 절제와 책임이 수반돼야 한다. 항공은 버스나 지하철과 달리 대체 교통수단이 제한적이며, 특히 국제선 항공편은 단 한 번의 취소로도 여행객, 출장객, 유학생 등 수많은 사람들의 계획과 비용을 송두리째 무너뜨린다. 

이번 파업으로 항공편이 무더기로 결항·지연되면서 긴급한 수출 물량을 선적해야 하는 중소기업, 추석 연휴 해외여행객 등을 중심으로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파업이 돌발적으로 이뤄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된다.

실제로 이번 추석 명절에 공항 이용객들은 국내 인구의 1/10가량인 500만명 이상이나 된다고 한다. 결국 노동자들의 고충을 이해한다 하더라도 국민을 볼모로 삼는 방식은 설득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이번 총파업 예고는 임금 인상과 고용 안정 요구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사측과 노조가 충분한 협상 절차를 거쳤는지, 파업이라는 극단적 선택이 불가피했는지는 의문이다. 더욱이 ‘민족의 대이동’이 불가피한 설 명절을 앞둔 상황에서 기습적인 총파업 선언은 명분을 잃기 쉽다. 노조가 사회적 지지를 얻고 싶다면 무엇보다 요구의 순수성을 지켜야 한다.

공항의 마비는 단순한 교통 불편을 넘어 국가 경쟁력에도 타격을 준다. 외국 항공사와 관광객은 공항의 운영 안정성을 국가 이미지와 직결해 평가한다. 파업으로 항공편이 줄줄이 취소되고, 수하물 처리에 혼선이 빚어지며, 승객이 공항에 발이 묶이는 장면이 해외 언론을 통해 전해질 때, 한국은 ‘불안정한 나라’라는 인식을 낳을 수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관광산업은 물론 해외 투자와 물류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실제 선진국들은 공항·철도·발전소 같은 기간 산업에서 파업이 사회 전반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협상과 조정 절차를 철저히 거친다. 이번 사태는 한국이 여전히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함을 보여준다.

노조의 권리가 부정될 수는 없으나 공항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무조건적인 파업은 사회적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 따라서 노사 모두에게 ‘최후의 수단으로서의 파업’이라는 원칙이 필요하다.

노조는 파업 이전에 조정·중재·부분적 업무 거부 등 단계적 수단을 충분히 거쳐야 하며, 사측 또한 일방적 구조조정이나 불합리한 근로조건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파업의 명분을 제공하게 된다. 정부 역시 단순히 사태를 중재하는 수준을 넘어, 공공 부문 노동 쟁의가 발생했을 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예컨대 필수 인력 유지 의무를 강화하고, 공공서비스 분야에서 파업이 발생할 경우 긴급 중재 절차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번 공항 총파업 예고는 ‘노동자의 권리’와 ‘국민의 편익’이 정면으로 충돌했을 때 얼마나 큰 혼란이 발생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정당한 권리행사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국민을 불편하게 만들 경우 지지를 잃는다는 점을 뼈저리게 깨달아야 한다.

사측도 근본적 원인을 방치한 채 시간 끌기나 일방적 조치를 반복한다면 같은 사태가 재발할 것이다. 정부는 단기적 봉합이 아니라 제도적 신뢰 장치를 구축해야 한다.

공항은 ‘국가의 얼굴’로 이곳에서 반복되는 파업은 곧 대한민국의 신뢰도 하락으로 직결된다. 노사정 모두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성찰하고, 권리와 책임의 균형을 재정립해야 한다. 파업은 결코 목적이 될 수 없다. 국민의 발을 묶는 극단적 수단이 아니라, 사회적 신뢰와 대화를 통한 지속 가능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진정으로 노동자의 권리와 국민의 이익을 동시에 지킬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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