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첫 파업' 웹젠 노조가 쏘아올린 파문

2022.05.06 15:43:22 호수 1373호

꿈의 직장은 옛말?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온라인게임 ‘뮤온라인’으로 잘 알려진 웹젠이 노사분규에 휘말려 파업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업계 내 노조 설립과 노동쟁의가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이로 인한 파장이 얼마나 커질지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게임업계는 그동안 노사분규에 관한한 무풍지대로 분류돼왔다. 다른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임금 수준이 높고 개발한 게임이 성공할 경우 막대한 인센티브를 지급하기에 강경파 노조가 입지를 세우는 게 사실상 어려웠다. 이런 점에서 웹젠 노조의 파업 선언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첫 번째 사례

웹젠 노조가 만약 파업을 강행할 경우 이는 국내 게임업계의 첫번째 파업 사례로 기록된다.

웹젠 노조의 입장은 강경하다. 3차례 협상에서 결렬된 임금협상 문제가 원만히 타결되지 않는다면, 노동절 다음 날이었던 지난 2일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공언했다. 웹젠 전 직원 중 노조 가입률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노조원들을 대상으로한 파업 찬반투표에서 투표율 92.8%, 찬성 득표율 72.2%로 가결됐다는 전언이다.

쟁점은 임금인상률이다. 웹젠은 2020년 연간 매출 2940억원, 영업이익 1082억원, 당기순이익 862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67.0%, 109.0%, 104.5% 증가한 실적을 냈다. 2021년에도 매출 2847억원, 영업이익 1029억원, 당기순이익 868억원을 기록하며 준수한 실적을 기록했다.


이에 노조는 지난 1월 첫 임금교섭에서 ‘일괄 1000만원 인상’을 요구했고, 사측은 ‘평균 10% 인상’(약 480만원~500만원)을 제시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후 지방노동위원회 조정을 거치며 노조가 ‘평균 16% 인상’에 ‘일시금 200만원’이라는 타협안을 제시했으나, 사측이 기존 제안에 평가B 이상 200만원 추가 제안을 고수하면서 협상은 결렬됐다. 

웹젠 노조 측은 알려진 것과 달리 웹젠의 평균 연봉이 그리 높지않다고 주장하지만, 억대 연봉자들이 수두룩하고 타업종에 비해 평균임금 수준이 매우 높아 임금 인상을 놓고 노사분규를 일이키는 것에 대한 여론이 긍정적일 순 없다.

노조 측도 협상의 가능성을 열어놓은 상태다. 회사가 진전된 안을 제시하고 대화에 나선다면 언제든지 교섭에 응할 것이라 강조한다. 사측 역시 업계 최초 파업이란 불명예를 뒤집어 쓰면서까지 파업에 돌입하는 상황을 만들기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임금 인상률 놓고 노사 팽팽한 대립
업계 메이저 기업 연대 움직임 주목

웹젠의 경영 상황이 여전히 양호하다는 점, 사측의 조정안을 제시된 점 등은 협상 타결 가능성을 높게 보는 부분이다. 웹젠은 최근 몇 년간 30%를 넘나드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2년간 영업이익 1000억원 이상을 올렸는데 이는 창사 이래 최대다.

올해 역시 낙관적이다. 보수적으로 매출 3000억원, 영업이익 800억원의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유보율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신작 ‘뮤오리진3’의 성적표도 그리 나쁘지 않으며 앱 매출 상위권에 포진해있다. ‘웹젠프렌즈’라는 캐릭터 브랜드를 통한  IP사업 영역을 확대하며 부가수익의 창출 가능성도 높이는 상황이다.

웹젠 노조의 파업 강행이 실제로 이루어질지는 미지수지만, 업계에 미치는 파장은 작지 않은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다. 게임업계나 IT, 콘텐츠업체들 역시 이번 웹젠 사태를 계기로 노조 설립과 노동쟁의가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진 탓이다.

실제 네이버, 카카오, 넥슨, 스마일게이트, 한글과컴퓨터, 포스코ICT 등 화섬 노조 산하 IT위원회 소속 선발업체 노조들은 이미 한 자리에 모여 대책을 숙의하는 등 연대할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꿈의 직장’이란 소리를 듣고 있지만, 실상은 노동강도가 높고 근무환경이 알려진 것에 비해 양호하지 않다”면서 “특히 일부 개발자나 임원들에 인센티브 등을 몰아주는 상후하박식 임금구조가 일반화하면서 상대적 박탈감이 커진 직원들의 불만히 누적, 향후 노동쟁의 빈발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처럼 웹젠 파업이 업계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국회에서 중재했고, 노조가 먼저 국회 간담회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파업은 보류됐다. 결국 웹젠 노사는 ‘게임업계 최초 파업이라는 오명을 쓰지 않기 위해 한자리에 마주 앉기로 했다. 


웹젠 노사는 오는 12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상헌·노웅래 의원실 공동주최로 열리는 ’웹젠 노사 상생을 위한 국회 간담회‘에 동반 참석하기로 했다.

큰 파장 예상

노영호 웹젠 노조위원장은 지난 4일 “웹젠 사측도 국회 간담회에 참가 의사를 밝혔다”며 “어렵게 마련된 자리인 만큼 단순한 금전적인 내용을 넘어 노사가 상생할 수 있는 간담회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ktikt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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