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호 교수의 대중범죄학> 대명천지에 어린이 유괴라니?

  • 이윤호 교수
2025.09.22 14:16:39 호수 1550호

유괴는 폭력, 협박이나 사기 등을 통해 타인의 신체적 자유를 구속하고, 범죄자 자신 또는 제 3자의 지배하에 억류하는 범죄다.



그러나 어린이의 경우, 유괴에 대한 독립된 개념이 없고, 그 유형 또한 매우 다양해 어린이, 아동 유괴를 정확하고 분명하게 법률적으로 규정하지는 않고 있어서 현재는 ‘미성년자 약취. 유인’에 해당하는 범죄라고 규정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어린이 약취, 유인, 즉 ‘어린이 유괴’가 최근 잇달아 여러 지역에서 발생하면서 어린 자녀를 둔 부모는 물론이고 사회 전체를 불안케 하고 있다.

알려진 바와 같이, 어린이 유괴는 다양한 형태로 발생하고 있다. 어떤 형태, 수법, 동기이건 어린이 유괴는 우리가 관심을 집중해야만 하는 몇 가지 특성이 있다. 어린이 유괴는 범인의 요구에 따랐거나 강제됐거나 위치가 가깝거나 멀거나 보호자의 보호를 벗어나는 경우라면 모두 포함한다.

이는 어린이는 언제, 어디서나 보호자의 보호를 받아야 하고, 그 보호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어린이 유괴, 납치 사건에서 심심치 않게 어린이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쳐 안타까운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 경우, 대부분 실종이 단순 가출인지, 실종인지, 아니면 범죄적 유괴나 납치인지 분명하지 않아서라고 수사 당국은 설명한다.


그러나 이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이다.

어린이는 언제, 어디서나 항상 보호자의 보호 아래에 있어야 한다. 그 이유가 무엇이건, 그러니까 단순 실종이건, 범죄적 납치나 유괴이건, 심지어 자유 의지에 의한 가출일지라도 어린이가 보호자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그 자체가 심각한 문제고, 따라서 당연히 수사당국의 최고 우선적 임무여야 하기 때문이다.

어린이 유괴는 대체로 납치와는 다르게 설사 협박이나 폭력 등 물리력을 사용하지 않고 기망이나 유혹을 수단으로 유인해 그렇지 않아도 판단력이 부족한 어린이로 하여금 범죄의 의도나 심지어는 범죄 자체를 알아차리기 어렵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라면 자신을 보호하고 방어할 능력이 없는 만큼 언제, 어디서나 보호받아야 함에도 그렇지 못하게 된다면 긴급 상황이라고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가장 잘 반영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앰버 경고(Amber Alert)’일 것이다. ‘앰버 경고’는 어린이의 실종을 신속하게 대중들에게 알림으로써 대중들의 관심을 높여서 신속한 신고나 제보를 하도록 해 실종 아동이 다치거나 더 심각한 피해를 당하기 전에 부모의 품으로 돌려보낼 수 있게 하자는 의도다.

또 대중의 관심과 신고와 제보가 많아진다는 것은 납치, 유괴범에 대한 감시의 눈이 많아진다는 경고가 되어 이들이 더 이상의 범행을 포기하고 어린이, 아동을 놓아줄 개연성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는 이 ‘앰버 경고’마저도 그 운영이 거의 중단된 상태에 가깝다고 한다.

물론 모든 범죄가 다 그렇듯이 범죄는 그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최선의 대책이다. 특히 어린이에 대한 유괴, 납치라면 더욱 그렇다.

어린이는 자신을 보호하고 방어할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능력이 없거나 절대적으로 부족한 우리 사회에서 가장 범죄에 취약한 존재이기에 범죄 피해의 위험성도 높지만 한번 피해를 당하면 그 회복 또한 어렵기 때문에 예방이 중요하다.

그런데 최근 일어나고 있는 어린이 약취, 유인 사건을 보면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다. 우선 경찰이나 사법 당국의 어린이 약취·유인에 대한 인식의 문제다.

장난인 줄 알았다거나 실제로 납치나 유괴가 일어나지 않았고, 그래서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범죄는 신체적 손상이나 재산상의 손실처럼 눈에 보이는 피해만 있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피해도 있으며, 때로는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피해가 더 심각할 수도 있다는 점을 놓치거나 간과해서는 안 된다.

어린이 약취·유인 또는 납치와 유괴는 설사 미수에 그쳐도 그로 인한 모든 학부모와 전 국민이 겪게 되는 불안과 공포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피해는 왜 보지 않는가? 사정이 이렇다 보니 형벌을 통한 범죄 억제, 예방이라는 형벌과 사법제도의 가장 기본적인 사명도 제대로 실행되지 않고 심지어는 장난이나 모방의 범죄마저도 일어나는 것이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