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전 대표 이양하더니…
120억 받고 전량 매각 수순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동성제약 최대주주가 생각지 못한 결정을 내렸다. 조카를 후임자로 정한 지 불과 6개월 만에 제3자에게 주식을 모두 팔아치운 것이다. 외부에서 유입된 세력은 출혈을 최소화한 채 최대주주 지위를 넘겨받았다.

동성제약은 지난달 23일 브랜드리팩터링이 주식 281만9673주(지분율 10.80%)를 확보한 단일 최대주주로 올라섰다고 공시했다. 브랜드리팩터링이 취득한 동성제약 주식은 이양구 동성제약 회장으로부터 사들인 것이다. 앞서 동성제약 특수관계인 6인은 회사 주식 554만8470주(지분율 21.26%)를 보유 중이었고, 이 회장은 이 가운데 368만4838주(지분율 14.12%)를 직접 쥐고 있었다. 이 회장은 2006년 신주인수권증권 권리행사 등을 통해 동성제약 최대주주로 등극한 바 있다.
뜻밖의 결정
브랜드리팩터링은 전자상거래 및 통신 판매업을 사업 목적으로 표기한 비상장 법인으로, 백서현 셀레스트라 대표가 대표자로 등록돼 있다. 백 대표는 브랜드리팩터링 지분 6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브랜드리팩터링 총자산은 39억원이고, 이 가운데 38억원이 부채로 잡힌다. 총자본(7016만원)이 자본금(6억3000만원)보다 적다.
브랜드리팩터링은 조만간 이 회장이 보유한 동성제약 잔여 주식을 흡수할 예정이다. 동성제약은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신규 이사 선임 및 경영권 이전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브랜드리팩터링은 이 회장이 보유한 잔여 주식 86만5165주를 인도받기로 했다.
이 작업이 완료되면 이 회장은 동성제약 주주 명부에서 완전히 빠지고, 브랜드리팩터링의 지분율은 14.12%로 상승하게 된다. 브랜드리팩터링이 동성제약 주식을 사들이는 데 투입하는 금액은 120억원이다.
동성제약측은 “매수인이 지정하는 자가 임시주총에서 이사로 선임돼 경영권 이전이 완료되는 시점에 맞춰 이 회장이 잔여 지분을 인도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잔여 지분이 정리되면 이 회장은 대표이사 사임 6개월 만에 회사에서 완전히 손을 털게 된다. 반면 이 회장의 후임으로 경영 일선에 나섰던 조카는 6개월 만에 경영에서 물러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1957년 11월 설립된 동성제약은 지사제 ‘정로환’, 염모제 ‘세븐에이트’ 등을 내세워 인지도를 확보한 중견 제약사다. 고 이선규 창업주의 삼남인 이 회장은 2001년 3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대표이사직을 수행했다.
이 회장 체제는 최근 들어 극심한 부침을 겪었다. 2018년 영업손실 18억원을 시작으로 ▲2019년 75억원 ▲2020년 36억원 ▲2021년 52억원 ▲2022년 30억원 등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2023년에는 영업이익 5억9000만원을 달성하면서 반등의 계기를 마련한 듯 보였지만, 이마저도 일시적인 효과에 그쳤다. 동성제약은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 26억원을 기록하면서 적자 전환했다.
적자가 거듭되면서 재무 상태에 빨간불이 켜졌다. 2020년 128.8%였던 부채비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223.3%로 급등했으며, 1년 내 갚아야 할 ‘차입금(단기차입금 337억원+유동성장기부채 65억원)’은 400억원을 상회할 정도였다.
실적 부진을 겪던 동성제약은 지난해 10월 대표이사 교체라는 뜻밖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 회장은 20년 넘게 유지해 온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았고, 창업주의 외손자이자 이 회장의 조카인 나원균 전 부회장이 새로운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동성제약은 나 대표 체제에서 체질 개선에 나서는 듯 보였다. 지난 2월 2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발행을 결정했는데, 조달된 자금으로 유동성을 강화하고 재무 구조 개선 등을 도모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이 회장 역시 나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는 듯 보였다. 실제로 이 회장은 지난 2월 동성제약 주식 76만6423주를 장외 매도했는데, 나 대표는 해당 주식 전량을 장외 매수해 지분율을 기존 1.15%(30만667주)에서 4.09%(106만7090주)로 끌어올렸다.
다 털었다
그러나 나 대표에게 주식을 넘긴 지 두 달 만에 이 회장이 주식 전량 매각을 결정하면서 나 대표 체제는 유지 가능성이 희박해진 모습이다. 이 회장은 브랜드리팩터링에 시세보다 저렴하게 주식을 매각했다. 이 회장은 1주당 3256원에 동성제약 주식을 넘겼는데, 이는 지난달 21일 종가(3820원)보다 14.8% 낮은 수준이다. 앞서 나 대표가 장외 매수로 이 회장의 주식을 흡수할 당시 1주당 가격은 4600원이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