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신짝 다시 모여”…민주당 권력지형 대변화

2008.10.11 16:27:50 호수 0호


민주당에 ‘미미한’ 권력지형 변화 조짐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계파별 세분화 얘기가 회자되고 있는 중이다. 그간 당을 장악했던 정세균 대표의 위상이 과거에 비해 쇠약해진 것이 단적인 예다. 반면 대권 도전에 실패한 추미애 의원을 비롯해 18대 총선에서 낙마했던 거물급 인사들의 ‘복귀설’이 대두되면서 기지개를 펴고 있다. 물론 민주당 정체성 문제를 빌미 삼아 ‘탈여의도 정치’에서 ‘여의도 정치’ 플랜을 재가동할 조짐이다. 이는 이미 예견됐던 것이다. 문제는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의 ‘입김설’과 손학규 전 대표와 정동영 전 장관의 ‘연말 복귀설’이 현실화되면, 민주당 권력지형에 한바탕 회오리바람을 일으킬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민주당은 마치 마라톤 경주를 하는 것 같다.” 민주당 한 관계자가 던진 일침이다. 1위 그룹인 정세균 대표에게 힘을 실어줄 시기에 2~3위 그룹인 민주연대, 손학규 전 대표와 정동영 전 장관의 ‘연말 복귀설’ 등에 온통 관심이 쏠려, 이들이 언제 ‘스퍼트’를 할지에만 관심이 쏠려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민주당 내 현실은 2~3위 그룹에 무게가 실리는 쪽으로 급변하고 있다.

노무현, 당내 갈등 조장…권력지형 변화 예고
이런 분위기는 최근 들어 급격히 감지되고 있다. 정 대표의 최근 행보가 민주당 내 정체성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권력지형 변화에 미미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권력지형 변화에 민감한 인사들은 이때부터 자신들의 ‘주군’의 행보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들의 행보에 따라 권력지형 변화의 폭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7월6일 전당대회를 통해 정 대표 체제가 출범한 이후 386 인사를 중심으로 정동영계, 구민주계 등은 단일대오를 형성, ‘대안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몸을 낮춰왔다. 심지어 민주당 내 각 계파들이 와해됐다는 말까지 회자됐을 정도다.

또한 정 대표는 당권 장악 이후 당내 위상이 높아졌다. 민주당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 대표는 ‘측근심기’에 주력하며 당 장악을 도모했다. 게다가 한 동안 그를 중요 포스트로 보는 386계를 비롯해 손학규계, 정동영계를 등에 업고 거칠 것 없이 전진했던 것.

그러나 최근 민주당 내에서는 각 계파간의 단일대오에 대해 ‘한시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각 계파간의 계획대로 당이 움직이지 않으면 다른 결단을 내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의 내 계파를 깊이 들여다보면 그 내막을 알 수 있다.

우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호남 선량들과 호남표로 의원이 되겠다는 수도권 정치인들이 민주당을 망치고 있다”는 발언이 적잖은 파동을 예고했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이번 발언을 계기로 ‘곪을 대로 곪은 당내 불만이 드디어 폭발했다’는 반응이다. 게다가 당내 권력지형에 미미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리기도 한다. 당을 장악하고 있는 정 대표를 비롯해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견제구(?)를 던진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사정으로 인해 권력지형 대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비주류계로 손꼽히는 구민주계, 김근태계, 정동영계, 친노계 등의 활동 반경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민주연대 등이 발족되면서 당 내 ‘미미한 변화’가 권력의 역학구도를 건드리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비주류의 활동 반경이 넓어지면서 민주당 내부의 반응은 두 가지로 엇갈린다.
일단 민주당의 고질병을 해소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개혁색채를 드러내 ‘정체성 논란’ 등을 잠재우고 강한 야당을 만들 수 있다는 것. 게다가 10%대에 머물고 있는 민주당 지지층을 복원시킬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반응이다.

“썩지 않게 하는 소금 역할과 함께 열매를 맺게 하는 가을 햇볕 역할도 해 달라”는 정 대표의 발언이 이를 반증한다.

반면, 비주류 인사들이 대거 활동반경을 넓힌 이상 ‘일을 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정 대표 체제가 안정을 찾아가는지 여부에 따라서 민주당 평가가 달라진다는 것. 이는 정 대표의 향후 행보에 따라 이들이 큰일을 낼 수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비주류 활동 개시 정세균 위기론 대두
민주당 한 관계자는 “당내 정체성 논란이 앞으로도 계속될 경우 이들이 당 분열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며 “최후 카드로 신당 창당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귀띔했다. 한마디로 민주당이 망하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지 않겠다’는 얘기다.

때문에 정치권 일부에서는 정 대표의 향후 행보가 민주당 내부에 적잖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시선은 민주당 내 계파 ‘세분화’로 더욱 짙어진다. 이런 까닭에 정 대표는 표면변화보다는 보이지 않는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즉 당내 권력지형 변화로 인해 당 입지에 ‘적신호’가 켜진 것을 ‘감’으로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내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은 “민주연대 등 각 계파가 세분화되면 정 대표의 입지는 큰 손상을 입을 뿐 아니라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며 “이미 중립 인사로 분류됐던 김종률 의원에 대한 ‘탈당설’이 한때 나돈 것도 반정세균 체제가 미미하게 가동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귀띔했다. 이는 “민주당 앞날이 캄캄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민주당 주변에서 ‘정동영·손학규 복귀설’, ‘김근태 여의도 정치 복귀’이 회자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별반 다를 게 없다.

손 전 대표는 수원 장안, 정 전 장관은 전주 덕진 출마설, 김 전 장관은 민주연대를 발판으로 세 불리기에 나섰다는 말이 민주당 주변에서 공공연하게 떠돌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손 전 대표와 정 전 장관은 연말을 기점으로 여의도에 복귀, 본격적인 세 불리기를 통해 내년 4월 실시예정인 재보선 지역에 출마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 고위관계자는 “정 대표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형성했지만, 그 이면에는 다른 꼼수가 있다. 정 대표를 지지했던 손학규계, 정동영계 인사들은 ‘주군’이 돌아오면 얼마든지 새로운 계파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정세균 체제에 일등공신 역할을 했던 인사들은 손 전 대표가 복귀할 경우 정세균계가 아닌 손학규계로 ‘재탄생’할 소지가 높다. 게다가 반 정세균 체제 성향을 띌 것으로 보이는 민주연대에 천정배 의원의 민생정치모임 및 정동영계 인사들이 동참했지만, 정 전 장관이 복귀할 경우 이들 역시 ‘주군’의 명령을 받들 공산이 크다. 정동영계로 분류되는 강창일·박영선·우윤근 의원, 손학규계로 분류되는 최재성 대변인, 강기정 의원 등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더욱이 친노계도 독자세력을 모색하고 있고, 와해되다시피 한 구민주계도 정 대표로부터 소외된 그룹인 만큼 ‘재결집’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민주당 내부에서 반 정세균 체제가 ‘가속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아울러 노 전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도 측근들과의 교감을 통해 민주당 내 불만을 간접적으로 표출할 수도 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이 때문일까. 민주당 내부에서는 ‘헌신짝들이 모여 또 다른 헌신짝을 만드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새로운 인물이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 재선의원은 “DJ·노무현 전 대통령은 여의도 정치에서 물러나야 된다”며 “민주당 소속이지만 민주당의 앞날에 ‘먹구름’만 잔뜩 끼었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민주당 한 관계자 역시 “각 계파들이 다시 이합집산으로 ‘재탄생’될 때에는 정세균 체제가 무너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며 “자칫 계파가 재탄생되면 당이 쪼개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거물급 귀환 여부 관심사…분당 등 전운 감돈다
이처럼 이런저런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정 대표 체제는 출범 3개월 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비주류의 활동 폭이 넓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대두되면서부터다. 특히 반 정세균 체제 성향을 띈 일부 민주당 의원들의 권력지형에 적잖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더욱이 손 전 지사와 정 전 장관의 조기 복기설이 대두되고 있는 만큼 정 대표 체제에 이상기류가 흐를 뿐 아니라 권력지형에도 큰 변화를 일으킬 조짐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 권력지형 대변화를 놓고 민주당 내부에서는 적잖은 파열음이 발생할 것으로 보여, 당 내부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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