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루기 힘든 사내 우등생
활동 줄여도…압도적 벌이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1년 넘게 이어진 하이브와 뉴진스 간 갈등 양상이 좀처럼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홀로서기를 원하는 뉴진스와 이를 좌시할 수 없는 하이브 사이에 평행선이 계속되는 모습이다. 위약금이 부담스러운 뉴진스는 물론이고, 거액을 투자한 하이브 역시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방시혁 이사회 의장이 2005년 설립한 ‘빅히트뮤직’은 BTS와 함께 몸집을 키운 끝에 엔터테인먼트 전문 기업집단인 ‘하이브’로 탈바꿈했다. 현재 그룹의 사업 영역은 ▲음악 ▲지식재산권 ▲플랫폼 등으로 나뉘며, 가장 비중이 큰 음악 부문은 ‘멀티 레이블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개별 레이블이 앨범 제작과 마케팅 등 실무를 담당하고, ㈜하이브가 인력 관리 및 비 제작 파트를 총괄하는 구조다.
불편한 동행
그간 ㈜하이브는 멀티 레이블 체제를 갖추고자 레이블을 사들이거나 직접 출범시키는 수순을 밟아왔다. 지난해 말 기준 ㈜하이브 산하에 ▲빅히트뮤직(지분율 100%) ▲빌리프랩(지분율 100%) ▲플레디스(지분율 90%) ▲쏘스뮤직(지분율 80%) ▲어도어(지분율 80%) ▲KOZ엔터테인먼트(지분율 750%) 등 다수의 레이블이 포진하게 된 배경이다.
이 가운데 여성 아이돌그룹 ‘뉴진스’를 앞세운 ‘어도어’는 가장 극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물론 ㈜하이브의 통 큰 투자가 뒤따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2021년 11월 어도어 설립 당시 ㈜하이브가 투자한 자본금은 101억원이었고, 이듬해 유상증자를 거치면서 60억원이 자본금 항목에 추가 반영됐다.
㈜하이브의 도박은 큰 성공으로 되돌아왔다. 2022년 상반기까지 매출 ‘0’원이었던 어도어는 당해 7월 뉴진스의 공식 데뷔 이후 불과 6개월 만에 매출 186억원을 거뒀으며, 이듬해에는 1103억원으로 무려 6배 가까이 커졌다. -40억원이었던 영업손익은 불과 1년 만에 335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더. 해당 기간 동안 뉴진스 열풍이 얼마나 뜨거웠는지 드러내는 대목이다.
다만 순풍은 오래가지 못했다. ㈜하이브의 경영 간섭 논란과 여기서 촉발된 뉴진스와 어도어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부각된 탓이다.
지난해 4월 ㈜하이브는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에 대한 해임을 시도했다. 곧바로 민 전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하이브 측 주장을 반박했고, 이후 뉴진스와 어도어 간 전속계약 분쟁이 불타올랐다.
민 전 대표는 주주 간 계약을 근거로 법원에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민 전 대표의 재선임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 어도어는 지난해 8월 민 전 대표를 해임했다.
뉴진스는 어도어에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법정 대응에 나섰지만 법원은 어도어의 손을 들었다. 법원은 지난 3월 뉴진스의 독자 활동을 막는 취지의 어도어 측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으며, 뉴진스 측 이의 제기는 지난달 16일 기각됐다.

법적 분쟁이 1년 넘게 지속됐음에도 여전히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일각에서는 뉴진스가 천문학적인 위약금금 떠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위약금은 해지 시점 직전 2년간 월평균 매출에 잔여 계약기간 개월 수를 곱해 산정하는데, 뉴진스라는 이름으로 마지막 무대에 올랐던 시기를 기준 삼을 시 위약금 추산치는 4000억~6000억원이다.
다만 관련 업계에서는 어도어가 “민 전 대표가 없는 뉴진스도 가능하다”는 의사를 밝힌 점을 주목하면서, ㈜하이브 측이 극단적인 상황을 피하고자 할 것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뉴진스와 결별하면서 얻는 이득보다 존속 가치를 더 크게 볼 거란 것이다.
실제로 어도어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112억원, 309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영업이익만 소폭 하락했을 뿐이다. 지난해 뉴진스가 제한적으로 대외 활동을 펼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꽤나 선방했다고 볼 수 있다. 심지어 전년(184억원) 대비 60억원가량 증가한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에서 볼 수 있듯이 현금 흐름은 예년에 비교 한층 개선됐다.
뉴진스 멤버 5인은 지난해 총 203억원(1인당 40억5100만원)을 정산 받은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지난해 어도어가 지출한 지급수수료 238억원 가운데 판관비(판매비 및 관리비)에 해당하는 지급수수료 35억원을 제외한 값이다. 전년(261억원)과 비교하면 정산금은 50억원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2년째 안정적으로 수익을 낸 어도어는 ㈜하이브 산하 레이블 중 손꼽히는 알짜로 탈바꿈했다. 2022년 121억원이었던 총자본은 지난해 말 기준 666억원으로 5배가량 커진 반면 부채비율은 44.3%에 그친다. 또한 2년간 누적된 500억원대 순이익이 재무 항목에 이익잉여금 460억원으로 반영된 상황이다.
여전한 영향력
㈜하이브 산하에서 아직까지 여성 아이돌그룹을 내세워 어도어에 필적하는 성과를 거둔 레이블을 찾기 힘들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르세라핌’이 속한 ‘쏘스뮤직’은 지난해 매출 665억원, 영업이익 92억원을 거두는 데 그쳤다. ‘아일릿’의 소속사인 ‘빌리프랩’은 지난해 매출 1515억원, 영업이익 416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대비 각각 60.3%, 317.3% 증가한 수치를 나타냈지만, 남성 아이돌그룹 ‘엔하이픈’의 성과가 반영됐음을 감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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