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정세균 간의 영수회담을 놓고 정국이 또 다시 뒤집혔다. 청와대와 각을 세우던 정 대표가 하루아침에 ‘국정동반자’ 역할을 약속한 탓이다. 정치권에서는 정 대표의 갑작스런 태도변화의 배경을 놓고 각종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 청와대가 ‘검찰발 민주당 X-파일’을 확보했을 것이라는 의혹이다. 이는 ‘예고편’에 불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해석이다.
민주당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이명박·정세균 대표간의 영수회담 과정에서 뭔가 ‘커다란 거래(?)’가 오갔을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면서부터다.
민주당 고위관계자는 “청와대가 먼저 영수회담을 제의했어도 국정감사 이후 영수회담을 가졌어야 했다”며 “민주당 정체성 논란, 정세균 대표 리더십 문제 등을 감안하면서까지 ‘국정동반자’ 역할을 하겠다는 데는 커다란 거래가 있을 수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 지난달 25일 이명박·정세균 대표는 청와대에서 1시간 55분 동안 독대했다. 당초 예정됐던 1시간을 훌쩍 넘긴 것. 이들은 국제금융위기 대처 및 경제 살리기 초당적 협력 저탄소 녹색성장 등 미래 성장 동력 협력 등 갖가지 합의사항을 내놨다. 말 그대로 ‘파격적’이다.
정 대표, 갑작스런 변화
문제는 정 대표가 정치권 대다수 인사들의 예상을 뒤엎고 순순히 ‘국정동반자’ 역할자로 돌변한 모습이 ‘은밀한 거래’의 의혹을 더더욱 증폭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정 대표 측에서는 이에 대해 정면으로 부인하고 있다. 정 대표 측 한 관계자는 “전혀 근거 없는 얘기”라며 “회담이 끝나고 나면 항상 그렇듯 이를 만족하지 못하는 인사들에게서 불만이 터져나오는 것 같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영수회담 결과가 지나칠 정도로 ‘파격적’이었다는 점에서 정 대표 측 관계자의 설명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더욱이 영수회담은 이명박·정세균 대표간의 ‘독대’로 이뤄졌다.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웠던 정 대표는 영수회담을 통해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의 번뜩이는 사정 칼날이 DJ·노무현 정권을 향하는 등 야권에 부담스러운 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갑작스레 ‘국정동반자 역할’을 자임한 배경은 여간 심상치 않다. 이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른바 ‘이명박·정세균 밀담설’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공기업 수사를 비롯해 그 동안 검찰이 압수수색한 농협·프라임그룹·부산자원·강원랜드 등 수사 대상 명단에 포함된 기업들에 하나같이 민주당 인사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구여권 실세로 불렸던 S·L·J·M 의원 등을 비롯해 한명숙·이해찬 전 총리 등이 검찰의 사정리스트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더욱이 검찰 사정 칼날이 무뎌지기는커녕 고강도 사정몰이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청와대, 검찰이 ‘전·현직 거물급 리스트’를 만들고 이들에 대한 비리를 포착했다는 소문까지 회자되고 있다.
국정동반자 제스처 이유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검찰발 민주당 지도부 X-파일이 있다’는 소문을 비롯해 각종 사건마다 ‘민주당 인사 연루가 됐다’는 소문이 이미 오래전부터 파다했다”며 “이를 토대로 거래를 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귀띔했다.
이 때문에 이명박·정세균 간의 밀담 뒤에 ‘과연 어떤 카드를 주고받았느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이 쥐고 있는 회심의 카드는 민주당 지도부를 겨냥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정 대표가 민주당 지도부 인사들의 약점을 감싸주는 조건으로 이 대통령이 단서조항을 내걸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 전반에 걸쳐 일조하겠다는 제스처(?)를 취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라는 게 민주당 한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 안팎에서는 이 같은 커다란 거래가 이뤄졌다면 민주당을 비롯해 정 대표의 향후 행보에 먹구름이 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해 청와대와 정 대표는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다.
중요한 것은 만일 이 같은 의혹들이 사실이라면 이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이상 민주당은 계속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 대통령은 국정 주도권 장악을 노릴 수 있는 ‘좋은 카드’를 손에 넣은 셈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밀담설’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면 민주당의 앞날은 캄캄할 뿐 아니라 대안정당으로서 힘을 받지 못할 것”이라며 “이럴 경우 정 대표의 당내 입지도 크게 흔들릴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