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대통령 모시기 전직 대통령이 나섰다?
최근 민주당 안팎에서 차기 대선주자 부재에 대한 심각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당내 주요 인사들 사이에서 이에 대한 고민 섞인 발언들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는 것.
민주당은 MB정부에 대한 실정을 다가오는 국감에서 총공세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영 동력이 붙지 않는 분위기다. 문제는 야당으로 전락한 지 수개월째 10%대에 머무르는 지지율이 좀처럼 반등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민주당으로서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그동안 정치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원인중 하나로 스타 정치인의 부재를 지적해왔다. 민주당도 일찌감치 이에 대한 인식을 절감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인물이 드러나지 않아 갈수록 한숨만 깊어지고 있다.
이는 박근혜 전 대표와 정몽준 최고위원, 김문수 경기지사 등 차기 대선 주자들이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는 한나라당과 대비되는 처지여서 그 빈곤함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그래서일까? 최근 민주당 안팎에서는 ‘반기문 UN사무총장 영입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만큼 상황이 절박함을 반증하는 예이다. ‘세계 대통령’ 격인 반 총장이라면 민주당이 잃어버린 5년의 공백을 능히 메우고 정권을 장악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그러나 UN사무총장은 재임기간 중 뚜렷한 과오가 없는 한 유임되는 게 관례이기 때문에 반 총장으로선 위험부담이 큰 대통령 후보로 나서기보다는 손쉬운 사무총장 유임을 선택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반 총장의 임기는 5년이고 현재로선 특별한 하자가 없어 유임이 거의 확실시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전례를 보더라도 그동안 UN사무총장은 사실상 10년에 한번 꼴로 교체돼 왔다. 실제 역대 7명의 사무총장 가운데 6명이 연임을 했다. 이집트 출신의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 전 총장이 유일하게 미국의 반대로 유임에 실패했을 뿐이다.
그렇다면 반 총장이 UN사무총장을 한 번 더 하느냐, 단임으로 막을 내리느냐 하는 것은 사실상 반 총장 의사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그가 굳이 위험부담을 안고 대통령에 출마할 리는 없다는 것이다.
물론 한나라당에서도 반 총장 영입에 대한 욕심을 가질 수도 있지만 한나라당 후보로 나설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이미 박근혜, 정몽준, 김문수 등 당내에 쟁쟁한 경쟁자들이 즐비한 상태여서 그가 경선을 치러야 하는 한나라당에 들어가 무리한 모험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따라서 만약 반 총장이 대선후보로 나온다면 추대형식으로 경선 없이, 혹은 경선의 모양새만 취하는 형태로 민주당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반기문 UN사무총장 후보로 내세운 盧가 영입작업
차기대권 반기문 vs 박근혜·김문수와 붙을 수도
이와 관련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선 주자가 빨리 나타나야 한다’는 발언을 한 것은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지난 추석연휴 때 봉하마을을 찾은 민주당 최철국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이 앞으로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에 뚜렷이 부각되는 대선 주자가 빨리 나타나야 될 텐데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해 걱정하더라”고 전했다.
현재 당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도 고민은 마찬가지다. 최근 김민석 최고위원이 여의도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이 올릴 수 있는 지지율은 최대 20%다. 그 나머지는 인물로 인해 올라가는 것”이라며 “한나라당도 야당 시절 당시 박근혜 전 대표로 인해 지지율이 상승한 것”이라고 스타 정치인 존재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김 최고위원은 “한나라당은 현재 차기 대선 주자가 박근혜-정몽준-김문수 트로이카 체제로 굳혀지고 있다”면서 “민주당도 ‘잠룡’을 적극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정계에 노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친노계 인사들이 반 총장을 차기 민주당 대권주자로 영입하기 위해 활발히 움직인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반 총장 영입 작업을 노 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하고 있다는 얘기다. 오늘날 반 총장을 UN사무총장으로 만들어준 사람이 바로 노 전 대통령이란 점에서 가능성이 그리 희박한 것은 아니다.
특히 지난번 UN사무총장 선거 후보는 아시아 몫으로 동남아 미얀마 출신의 ‘우탄트’가 사무총장을 맡았기 때문에 이번에는 동북아에 그 몫을 넘겨야 한다는 게 아시아권 회원국들의의 입장이 강했다. 참여정부의 한 인사는 “UN사무총장은 강국이나 대국출신의 인사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어 한국의 후보가 가장 유력했다”면서 “그 당시 한국 정부에서 누구든 후보로 추천만 해주면, 사무총장이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참여정부는 극렬하게 반대하는 주변의 의사를 무시하고 반기문을 후보로 내세웠다. 따라서 반 총장은 노 전 대통령에게 모종의 빚을 진 셈이다. 반 총장이 노 전 대통령의 요구를 마냥 외면할 수 없는 단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반 총장이 경선의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민주당 후보로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것을 알고 있는 노 전 대통령이 사전 정지작업에 나섰다는 후문이다. 바로 ‘민주주의 2.0’을 개설하면서 인터넷에서 여론정치를 시작한 것이 그 신호탄이라는 해석이다.
즉 여론몰이를 통해 민주당을 압박하고, 반 총장을 대권후보로 만드는 ‘킹메이커’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결국 노 전 대통령의 압박이 거세지고 명분을 얻는다면 뚜렷한 대안이 없는 민주당으로선 반 총장을 차기 대권후보로 영입하는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