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인수전 백미 ‘막후 지원군들’

2008.10.11 15:25:00 호수 0호

말 많던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이 종점을 향해 달리고 있다. 막바지 담금질에 여념이 없는 포스코, 한화그룹, 현대중공업그룹, GS그룹 등 4개 후보군은 초박빙 접전을 벌이고 있다. 어느 한 곳 빠지지 않는 인수의지와 경쟁구도에서 외부 지원군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만큼 힘을 실어주기 때문이다. 특히 정·관계 인사들의 훈수는 더더욱 그렇다. 대우조선 인수전의 열기가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각 후보군의 ‘막후 지원군’ 역할론이 주목받고 있다.

재계 판도를 뒤흔들 만한 M&A 시장 ‘태풍의 눈’대우조선해양 인수전의 최대 변수로 정치권 인맥이 부상하고 있다. 치열한 경쟁구도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기싸움을 한창 벌이고 있는 각 후보군들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정계 ‘줄대기’에도 바짝 신경을 쓰는 눈치다.

실제 포스코, 한화그룹, 현대중공업그룹, GS그룹 등 4개 후보군은 자연스럽게 정·관계 인맥과 통한다.

포스코는 든든한 지원군이 버티고 있다. 바로 포스코 설립자인 박태준(TJ) 명예회장이다. 한 발 물러나 있던 TJ는 지난 6월 포스코청암재단 이사장에 선임되면서 포스코 울타리 안으로 다시 들어왔다. 이 재단은 포스코의 사회공헌활동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 공익재단으로, 장학활동과 아시아권 인문사회학 발전 등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마음 사기’에 총력

시중에 포스코가 대우조선 인수를 위해 ‘TJ 마음 사기’에 나섰다는 얘기가 나온 것도 이때부터다. 당초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포스코가 인수전에 뛰어든 것도 TJ의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새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 4월 TJ와 이명박(MB) 대통령의 만남에서 자신감을 얻었다는 후문이다.

윤석만 포스코 사장은 “박태준 명예회장도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대해 긍정적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TJ도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국내 조선업을 따라오고 있다”며 “따라서 포스코의 대우조선 인수 추진은 국내 조선산업 보호를 위해 나서는 것”이라고 포스코의 대우조선 인수 당위성을 밝히기도 했다.

자민련 총재와 국무총리 등을 역임한 TJ는 MB 정부 인재풀인 ‘대통령의 교회’소망교회 출신이다. TJ와 MB는 영남 출신으로 박정희 정권 시절 현대건설과 포항제철 최고경영자(CEO)로 함께 활동한 인연이 있다. MB는 대선 당시 TJ를 선대위에 영입하기 위해 공을 들이기도 했다. 또 포스코의 근거지인 포항은 MB의 형 이상득 의원 지역구다.

포스코에 TJ가 있다면 현대중공업그룹엔 정몽준(MJ)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최대주주인 MJ는 아예 내놓고 지원사격에 나섰다. 그동안 대우조선 인수와 관련 입을 다물고 있던 MJ는 지난달 고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회장 부인인 명계춘 여사 장례식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회사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회사가) 작은 일은 상의하지 않지만 큰일은 상의한다”고 덧붙여 직간접적으로 인수전 관여 의지를 시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업계는 정작 MJ의 본심이 다른 쪽에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M&A 연습설’이 그것이다. 대우조선 인수전에서 실전 연습을 한 뒤, 곧바로 현대건설 인수에 나선다는 시나리오다. MJ가 현대가의 ‘적통성’확보 차원에서 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현대건설을 사수할 것이란 게 대체적인 시작이다. MJ는 “현대건설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한화그룹의 뒷배경도 만만치 않다. 대우조선 인수를 ‘제2의 창업’으로 삼겠다는 계획을 세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무조건 성공’을 내세울 만큼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한화가 혼맥은 정·관계 집안과 직결된다. 김 회장의 부인 서영민씨는 서정화 전 국회의원(5선·한나라당)의 장녀다. 서 전 의원은 5공 때 내무장관에 발탁된 데 이어 김영삼 정부시절에도 내무장관에 오른 이력을 갖고 있다. 서 전 의원 집안은 정통관료가 많이 배출된 곳으로 유명하다. 서 전 의원의 조부는 서상환 전 법무장관. ‘청와대 파견검사 1호’로 유명했던 서정신 전 대검차장(현 변호사)이 서 전 의원의 동생이다.

눈에 띄는 점은 항간에서 한화그룹 배후 책사로 A의원이 뛰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는 사실이다. MB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A의원은 여당 실세로 꼽힌다.

‘입김’ 작용할까
M&A대전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신 GS그룹은 대우조선 인수전을 설욕 계기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지금까지 구겨진 자존심을 이번에 회복하겠다는 것. 대우조선 인수전엔 허창수 GS그룹 회장을 비롯해 허정수 GS네오텍 사장, 허진수 GS칼텍스 사장 등 각 계열사를 책임지고 있는 허씨 일가가 총출동한 상황이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모두 MB와 고려대 경영학과 동문이다. 또 LG그룹의 혼맥을 통해 이상득 의원 집안과 연결된다. 구자두 LG벤처투자 회장의 아들 구본천 LG벤처투자 사장은 이 의원의 장녀 성은씨와 결혼했다.

무엇보다 GS그룹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론 옛 식구인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이 거론된다. 과거 이 장관이 LG그룹에서 근무한 인연 탓이다.

재계 관계자는 “대우조선 인수전은 정·관계의 입김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도움이 되건 안 되건 지원군들이 막후에서 밀어주는 것만으로도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후보군들은 하나같이 부담스런 눈치다. 누가 인수하던지 특혜 시비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에서다. 3년 넘게 질질 끌어온 대우조선 인수전은 이달 중, 늦어도 다음달까지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날 후보군은 물론 막후 지원군들의 희비도 엇갈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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