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서초동 울렁증’ 생긴 사연

2008.10.11 15:20:36 호수 0호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이 또다시 검찰 수사망에 올랐다. 그룹 지휘봉을 잡은 뒤로 벌써 3번째 코너에 몰린 셈이다. 최근 몇년간 잊을 만하면 툭 튀어 나온 ‘비자금’이 골칫거리다. 여기저기서 측근들의 폭로가 나왔다. 검찰도 꼬투리를 잡기 위해 안달이다. 비자금 문제로 철창신세를 지기도 했지만, 여진이 아직 가시지 않은 형국이다. 좀처럼 깨어나지 못하는 임 명예회장의 악몽 속으로 들어가 봤다.

검찰청 단골손님 ‘외상 있나’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이 검찰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UTC인베스트먼트㈜가 아이에스동서(구 동서산업) 인수과정에서 주가조작을 통해 7백억원대 시세차익을 거뒀다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는 지난 8월 말 UTC를 압수수색하고 관계자를 소환하는 등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검찰이 캐고 있는 UTC의 혐의는 이렇다. 2004년 11월 UTC는 대상그룹 계열사였던 동서산업을 인수하면서 상장폐지 가능성을 공시했다. 당시 동서산업 주가가 1천5백원에서 3천9백원대로 곤두박질치는 사이 UTC는 공개매수를 통해 주식을 사들여 지분을 60%에서 95%까지 늘렸다. 이듬해 6월 자사주 2백여만주 소각을 공시했고, 이 여파로 동서산업 주가는 14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3개월 만에 주당 1만1천원대였던 주가가 26만원까지 25배나 상승했다.
그러나 UTC의 자사주 소각은 실행되지 않았다. 지난 2월 동서산업도 매각됐다. UTC가 거둔 매각수익은 5백억원에 달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UTC의 회사가치는 1천2백억원에서 5천억원대로 커졌다.
검찰은 “UTC 압수수색과 관계자들을 소환해 동서산업 주식 매집 경위와 자사주 무상 소각 공시를 이행하지 않은 배경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UTC가 임 명예회장의 소유 업체란 점에 주목하고 있다. 1998년 설립된 UTC는 임 명예회장이 1백%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창업투자회사로, 대상그룹의 지주회사인 대상홀딩스 계열사다.
UTC가 동서산업을 통해 얻은 시세차익 7백억원도 그의 손으로 들어갔다. 임 명예회장의 소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나아가 검찰은 시세차익이 수백억원대란 점에서 정치권 유입도 염두에 두고 있다.
대상그룹 측은 “임 명예회장은 UTC 경영에 일체 관여하지 않았다”며 “UTC의 자사주 소각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대내외 환경 탓으로 안다”고 반박했다. UTC도 “금감원이 자사주 소각을 제지해 소각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수사 칼끝이 임 명예회장을 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금까지 모두 3차례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랐다. 참여정부 내내 의혹의 시선을 받아왔다.
부친 임대홍 대상그룹 창업주에게 1987년 그룹 회장직을 물려받은 임 명예회장은 2005년 6월 회사돈을 빼돌려 2백20여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구속됐었다.
1998년 방학동에 위치한 조미료 공장을 전북 군산시로 이전키 위해 방학동 공장 터의 폐기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비자금 1백65억원을 조성했다. 폐기물 처리업체를 위장계열사로 선정한 후 이를 통해 폐기물량을 허위로 늘렸던 것. 한마디로 폐기물 단가를 높게 책정했다는 얘기다. 또 군산공장을 신축하는 과정에서 18개 지역 건설업체에 공사비를 부풀려 지급한 뒤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회사돈 54억원도 빼돌렸다.
2004년 1월 검찰은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을 서둘러 종결했다. 하지만 ‘부실 수사’논란과 <

1백% 출자 UTC 주가조작 의혹…7백억 차익 수사
‘툭하면 비자금’3번째 검찰 악연 “아직 여진이…”
 
‘봐주기 수사’의혹이 강하게 제기된 데 이어 법원이 “임 명예회장이 비자금 조성에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결하자 전면 재수사에 착수해 뒤늦게 기소했다.
임 명예회장은 이같은 혐의로 재벌그룹 총수 가운데 역대 최장 기간 옥고를 치렀다. 1심에서 징역 4년,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뒤 1년7개월을 복역하다 지난해 2월 특별사면으로 풀려났다. 그때까지 대상, 대상팜스코, 상암커뮤니케이션즈, 대상정보기술 등을 자회사로 둔 대상홀딩스의 대주주이자 대표이사 회장직을 놓지 않았던 그는 출소 후 재기의 칼날을 갈았다.
당시 업계에선 임 명예회장이 UTC를 디딤돌 삼아 경영 일선에 복귀할 것으로 관측했다. 그는 수감생활 중에도 옥중경영을 통해 나드리화장품, 종가집 김치 등을 인수하는 등 M&A를 직접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도 잠시. 임 명예회장은 이 비자금 문제로 또다시 구설수에 올랐다. 지난해 말 자칭 ‘임창욱 로비스트’라고 주장한 최모씨가 등장하면서다. 다른 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최씨는 “비자금 조성 수사가 진행된 2003년 두 차례에 걸쳐 임 명예회장이 12억원을 주며 정·관계 로비를 부탁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 7월 최씨를 임 명예회장으로부터 비자금 수사를 무마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12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변호사법 위반 및 사기)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최씨가 실제 금품 로비를 벌였는지 조사했지만 뚜렷한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청 문턱을 수시로 오르내린 임 명예회장은 이제 서초동 얘기만 나와도 치를 떨 정도다. UTC 수사 불똥이 임 명예회장으로 튀어 검찰과의 질긴 악연이 재현될지 주목된다.


‘봐주기 수사’논란
2년전 사건 왜 이제야?
금감원 2006년 7월 검찰에 고발
UTC인베스트먼트㈜의 주가조작 의혹은 이미 2년전 제기됐었다.
검찰 등에 따르면 2006년 7월 금융감독원은 UTC가 동서산업의 주가를 띄운 의혹이 있다는 내용의 고발장을 검찰에 접수했다. 같은해 말 증권선물거래위원회도 UTC가 허위 공시를 통해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견을 검찰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은 이 사건을 방치하다가 지난 7월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의 ‘봐주기 수사’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대목이다.
공교롭게도 임 명예회장은 비자금 조성 혐의로 복역하다 고발장이 접수된 지 7개월만인 지난해 2월 사면됐다. 검찰이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수사했다면 사면은 불가능했다. 일각에선 참여정부를 향한 ‘사정광풍’과 무관치 않다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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