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돈 5천억은 돼야 사이버 ‘타짜’

2008.10.11 14:49:36 호수 0호


1천억원에 이르는 부당이익을 챙긴 인터넷 도박단이 출현, 전국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참여인원만 1만명에 이를 정도. 지난 1년 동안 도박꾼들이 건 판돈이 5천억원에 달한다. 일당은 이중 1천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불법으로 벌어들인 돈은 일당의 호화생활에 쓰였다. 이들은 호화주택과 외제차 등을 사들이며 화려한 생활을 했다. 수법도 교묘했다. 개설된 도박장은 필리핀. 물론 도박장 개설이 불법인 우리나라를 피해서다. 필리핀을 거점으로 일당은 바카라 게임장을 만들었다. 그리고는 게임장면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했다. 국내 네티즌들을 모집, 판돈을 걸고 게임에 참여하게 유도한 것이다. 범인들의 기막힌 범행 전모를 들여다봤다.

회사원 A씨는 몇 달 전 수 십 통의 스팸메일 중 한 통을 우연히 열었다. 메일의 내용은 ‘인터넷으로 카지노에서 하는 것과 똑같은 기분을 느끼며 게임을 할 수 있는 사이트가 있다’는 것. 이 메일은 평소 카지노 게임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A씨의 눈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A씨는 메일에 있는 주소를 따라 접속했고 실제로 도박장에서 딜러들이 카드를 돌리며 게임을 진행하는 것을 목격했다. 호기심을 느낀 A씨는 카지노게임장에서 하듯 베팅을 하며 온라인 도박에 푹 빠져들었다.

하룻밤에 1억 ‘훨훨’
정신없이 사이버 도박에 빠져들기를 수일 째, A씨는 자신이 얼마의 돈을 베팅했는지에 대해서도 무감각해졌다. 그러는 사이 A씨의 통장잔고는 바닥났다. 이 사이트에 바친 돈은 자그마치 1억원이 넘었다. 그제야 A씨는 자신이 신종 불법 온라인 도박사이트에 중독되어 거액의 돈을 날린 것을 깨달았다.

A씨와 마찬가지로 이 온라인 도박사이트에 돈을 쏟아 부은 이는 수만명에 이른다. 이처럼 수많은 이들을 현혹시켜 부당이득을 뜯어 온 일당이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부장 김주선)는 필리핀 마닐라에서 인터넷 도박사이트를 통해 바카라 게임을 생중계, 접속자들로부터 5천여억원을 도박자금으로 받은 총책 이모(35)씨와 사이트 운영진 양모(42)씨 등 4명을 구속기소하고 도주한 김모(36)씨 등 2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지난달 28일 밝혔다.

이씨 일당은 인터넷에 카지노 도박장을 만들어 회원을 모집한 뒤 판돈을 챙기자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국내에서 도박사이트를 만드는 것은 불법이라는 사실이 이들의 발목을 잡았다. 일당은 계획을 수정했다. 필리핀에서 바카라 게임이 인터넷을 통해 서비스되는 것이 합법적이란 것을 이용하기로 한 것.

바카라는 플레이어(player)와 뱅커(banker)에게 2장씩의 카드를 나눠준 뒤 각 카드의 숫자를 합한 수의 끝자리가 9에 가까운 쪽이 이기게 되는 게임으로 이기면 플레이어에게 건 사람은 건 만큼의 돈을, 뱅커에게 돈을 건 사람은 건 돈의 95%를 받는 게임이다.

일당은 지난해 2월 필리핀 마닐라의 한 사무실에 바카라 도박장을 설치했다. 이들은 사무실에 카지노용 테이블 3대와 방송장비, 필리핀인 딜러 30명까지 고용해 놓고 본격적으로 범행을 모의했다.

먼저 게임장면을 중계하며 도박판을 벌여 회원들을 끌어 모을 인터넷 업자를 물색했다. 그 결과 양모씨 등 9개 인터넷 도박사이트 운영자들이 이씨의 사업(?)에 동참했고 이씨 등은 이들 인터넷업자에게 사이트 당 5천만원의 중계권료와 수익의 절반을 챙기기로 계약을 맺었다.

각 인터넷사이트에는 스팸메일과 문자 등을 발송해 사이트를 홍보하는 ‘영업파트너’를 고용해 도박에 참여할 회원들을 끌어 모았다. 이들이 모은 회원은 수만명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게임장면이 생중계라는 사실을 믿도록 하기 위해 CNN채널을 틀어놓는 등 치밀한 범행행각을 벌이기도 했다.

이런 방식으로 지난 1년 동안 회원들을 통해 모은 판돈은 5천억원. 검찰 조사 결과 하루에 1억원이 넘는 판돈을 베팅한 회원도 적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상습도박 혐의가 있는 참여자는 추후 수사를 통해 사법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이 중 20%인 1천억원 이상이 순수익으로 돌아왔다. 수익 중 이씨가 50%, 인터넷 사이트가 15%, 스팸메일 등으로 회원을 모집한 영업파트너들이 35%를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수익금 가운데 41억원을 차명계좌로 이체했다가 다시 현금으로 인출한 뒤 가족 명의 계좌 55개에 입금하는 등의 방법으로 세탁, 은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1년 동안 벌어들인 수익으로 호화로운 생활을 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에 압수된 범죄 수익만 해도 현금 15억7천만원, 자기앞수표 2억5천만원, 61개 통장에 입금된 예금 34억원, 양도성예금증서 18억5천만원과 부동산 등을 모두 합쳐 1백23억원 규모에 이른다.

외제차 굴리며 ‘떵떵’

일단 이들은 최신형 벤츠 S550, 포르쉐 카이엔, 아우디 R8 등 고급외제차 6대를 사 들여 호화생활을 시작했다. 부산 해운대의 80평 고급 아파트를 5억3천여만원에 빌려 국내에서 아지트로 사용하며 범행을 도모하기도 했다.

한편, 검찰은 ‘바카라 조직’과는 별개로 지난 2006년 8월부터 올 6월까지 일본과 태국 푸껫 등에 서버를 두고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포카, 바둑이 등을 진행, 접속자들이 직접 참여하게 하는 방법으로 도박장을 열고 딜러비 명목으로 8백억여원을 챙긴 윤모(40)씨를 구속기소하고 해외로 달아난 일당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문제는 해외에서 만들어진 불법 온라인 도박사이트들이 산재해 있어 네티즌들을 유혹하고 있다는 것. 지금도 이 사이트들은 스팸메일 등으로 회원을 모집하고 불법게임에 판돈을 걸게 하며 부당이익을 얻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 도박사이트 개설이 합법적인 해외에 있다는 이유로 딱히 단속을 할 길이 없다는 것에서 더 많은 피해자들이 생길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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