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종도 유령선 수수께끼

2016.01.11 10:24:16 호수 0호

빈배만 둥둥…선원들 어디로?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영종도 앞바다에서 고깃배 한 척이 실종됐다. 배는 뒤늦게 발견됐지만 그 안에 타고 있어야 할 선원들은 감쪽같이 사라졌다. 해경은 선원들이 높은 파도를 만나 바다에 빠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발견 당시 배에 별다른 훼손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과 선원 모두가 베테랑이었다는 사실에 다른 원인이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피어올랐다.



최근 영종도 해경에 약 7t급 어선 한 척이 복귀하지 않았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형이 배를 타고 조업을 나갔는데 돌아오지 않는다”며 선장 이모(63)씨의 동생이 연락을 취한 것. 수색에 나선 해경은 신고 접수 40분 뒤 영종도 왕산해수욕장 남서방 4km 해상에서 복귀하지 않은 어선을 발견했으나 선장과 선원 2명은 없었다.

증발한 선원들

발견 당시 어선 조타실에는 전등, 히터 등이 켜져 있었으며 그물을 끌어올리는 기계도 작동하고 있었다. 또 선체 내에서 혈흔이나 흉기도 발견되지 않았고 이밖에 별다른 훼손 흔적도 없었다. 사고 흔적 없이 멀쩡한 상태의 빈 배만 발견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 이에 해경은 선원들이 갑작스런 사고를 당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수색을 벌였다.

사고 어선 조타실에서 발견한 이씨 부자의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확인한 결과 구조 요청을 하는 발신 전화는 없었다. 바닷일을 하는 어민들은 그물 작업을 하던 중 예기치 않은 사고가 나 선원들이 바다에 빠졌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지난 5일 인천해양경비안전서는 새벽까지 수색 경비정 13대와 공기부양정 1척, 헬기 1대를 투입해 왕산해수욕장 인근 해상을 수색했지만 실종자들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그러던 중 지난 6일 오전 선장의 아들이자 선원이었던 이모(36)씨의 시신이 발견돼 인양됐다. 인천해경 함정전용부두로 인계된 시신을 발견한 이씨의 어머니는 싸늘한 주검으로 변한 아들의 모습을 보고 망연자실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유가족들은 신원을 확인하고 부두를 빠져나와 인천시 동구의 한 종합병원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인천해양경비안전서에 따르면 이씨는 인양 당시 1970년대에 제작된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다. 이 구명조끼에는 ‘대인용’이라는 한자와 함께 영문과 한글이 함께 쓰여 있었다. 그러나 낡고 조잡해 구명조끼로써의 기능은 사실상 기대할 수 없는 상태였다.

해경 관계자는 “구명조끼를 입고 조업하는 어민은 많지 않다”면서도 “사고 해역의 물살이 최고 3.5노트까지 흐르는 곳이어서 사고 과정에서 다른 선원 2명이 이씨에게 구명조끼를 던져줬을 가능성 또한 희박하다”고 말했다.

엔진 켜고 조업하다 감쪽같이 증발
훼손흔적 발견되지 않아 의문 증폭

해경은 이씨가 입고 있던 구명조끼의 부력을 시험해 정확한 사고 당시 상황을 파악하는 데 참고할 방침이다. 이씨는 평소 함께 조업하던 삼촌에 의해 인양됐다. 이씨의 삼촌은 자신의 배를 이끌고 형과 조카를 찾기 위해 사고 지점 인근에 설치한 그물을 꺼내 확인하던 중 인천 영종도 남서방 5㎞ 해상에서 이씨의 시신을 찾았다.

이씨 삼촌은 “정말 효자였다. 아버지가 예전에 조업하다가 골절상을 입고 힘들어하니까 아버지 돕는다고 배를 탔던 아이인데 결국…”이라며 고개를 떨궜다. 그는 “30대 때부터 배를 탔던 아버지 대신 너는 다른 일을 하라고 했는데도 굳이 아버지를 도와야 한다면서 몇 년 전 다른 일을 그만두고 배를 탔다”며 “친척끼리 모이면 너 이 힘든 세상에서 어떻게 사느냐고 놀릴 정도로 착했다”고 회고했다.

시신이 발견됐지만 여전히 아무런 단서가 발견되지 않아 사고 원인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해경은 이씨의 시신이 그물에 걸린 채 발견됨에 따라 이들이 해상에 그물을 내리다 변을 당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수색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실제로 선원들은 길이 100m가 넘는 그물을 펼치다가 신체 일부가 그물에 걸려 바다로 빨려 들어가는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두 명은 몰라도 세 명이 한꺼번에 실종되는 경우는 없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상황.

일각에서는 실종된 선원들이 불법조업을 하는 중국 어선과 만나 사고를 당했거나 납북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 영해는 중국 불법 어선들의 천지다. 서해뿐만 아니라 동해까지 진출해 우리나라 수산물의 씨를 말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업을 하던 중 중국 불법 어선과 충돌이 생겼고 그로 인해 사고를 당하거나 중국 배에 납치되었을 가능성이다. 하지만 배에서 충돌 흔적이나 혈흔 등이 발견되지 않았던 점으로 볼 때 설득력은 크지 않다. 게다가 영종도 해역은 백령도처럼 중국 어선이 많이 출몰하는 곳이 아니다.

납북 가능성?


북한의 배에 의해 납북되었을 가능성도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우선 발견된 이씨의 시신에 특별한 외상이 없었고 사고 해역은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비교적 먼 거리를 두고 있기 때문. 인천해경 관계자는 “선박이 발견될 당시 파도의 높이는 1m로 기상 상태가 나쁘지는 않았다”며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ktikt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연대별 해양 사건·사고

▲1940년대 = 평해호 침몰(1949년)

▲1950년대 = 제5편리호 침몰(1951년), 창경호 침몰(1953년), 행운호 침몰(1953년), 태신호 화재(1955년)

▲1960년대 = 속초항 입구해상 조난(1962년), 연호 침몰(1963년), 갑제호 침몰(1963년), 서해 어선단 실종(1964년), 한일호-충남함 충돌(1967년), 당포함 침몰(1967년), 천지호 침몰(1968년)

▲1970년대 = 남영호 침몰(1970년), 한성호 침몰(1973년), 충무 앞바다 YTL정 침몰(1974년), 해경 경비정 제863호 침몰(1974년), 동해 어선 조난(1976년)

▲1980년대 = 동남점보페리호 조난(1984년), 거제 유람선 화재(1987년), 경신호 침몰(1988년)

▲1990년대 = 602 하나호 침몰(1990년), 서해훼리호 침몰(1993년), 씨프린스호 침몰(1995년), 페스카마 15호 사건(1996년), 제1연평해전(1999년)


▲2000년대 = 제2연평해전(2002년), 골든로즈호 침몰(2007년), 마부노호 소말리아 피랍(2007년), 태안 앞바다 기름 유출(2007년), 보령 바닷물 범람(2008년), 마카오 제우스호 조난(2008년), 대청해전(2009년)

▲2010년대 = 천안함 침몰(2010년), 98금양호 침몰(2010년), 삼호 주얼리호 피랍(2011년), 설봉호 화재(2011년), 두라 3호 침몰(2012년), 태안 해병대캠프 실종(2013년), 세월호 침몰(2014년), 오룡호 침몰(2014년), 돌고래호 전복(201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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