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대출광고 늘린 이유

2014.12.01 11:29:24 호수 0호

고리대금업 활개 금융당국은 뒷짐

[일요시사 경제팀] 김태구 기자 = 그간 대부업체들은 과도한 광고를 통해 국민에게 고금리 대출을 무차별적으로 유도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런 심각성을 인식한 금융당국도 대부업의 저축은행 인수 조건으로 광고비용을 3년간 매년 20% 이상 감축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3분기까지 집계된 대부업체의 광고비용은 전혀 줄지 않았고 대부업계열 저축은행 광고 부분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대부업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가 강화되자 해당 업체들이 저축은행을 활용해 또다시 전 국민적 빚내기를 촉구하고 있다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대부업체에 인수된 웰컴·OK·친애 저축은행 등이 올해 케이블TV 광고편성 부분 상위 5개 업체 리스트에 새롭게 이름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내부거래 의혹
 
이 3곳의 광고는 9월 한 달에만 2만145회 케이블 TV에 방송됐다. 대부업체 1위인 아프로서비스그룹(러시앤캐시)의 OK저축은행 광고가 1만1107회로 가장 많았고 웰컴 저축은행(웰컴크레디라인)이 9019회로 뒤를 이었다. 각각 매일 370회, 300회 가량 대출을 유도하는 광고가 일반 대중에게 노출된 셈이다. 또 VOD/IPTV를 통해서도 대부업계열 저축은행 3곳의 광고가 9월 한 달 동안 499만2806회 노출됐다. 특히 OK저축은행은 전체의 82%에 해당하는 410만5806회를 광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액으로 보면 케이블TV협회에 등록된 방송채널사용사업자의 관련 매출액은 지난해 100억원에서 112억원으로 증가했다. 이것도 올해 9월까지의 집계액임을 고려하면 연말까지 저축은행 관련 광고 매출액은 14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대부업계열 저축은행 광고 횟수와 비용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지만 이 업체들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러시앤캐시, 미즈사랑(이상 아프로서비스), 웰컴크레디라인 등 대부업체 광고도  여전히 광고편성 상위권을 유지했다. 광고 매출액도 9월까지 243억원, 연말까지 지난해 매출액 270억원은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결과는 금융당국이 대부업체의 저축은행 인수를 허용하면서 내건 광고비용 감축 조건을 무색게 하고 있다.
 

저축은행 광고의 물량공세에 대해 업계에서는 ‘내부 거래 등을 통한 편법 자금조달’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아프로서비스그룹이 계열사인 러시앤캐시와 OK저축은행 등의 광고비를 총괄하고 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이러한 의혹에 설득력을 싣고 있다. OK저축은행과 러시앤캐시의 광고비 규모와 집행에 대한 최종 결정권은 결국 지주사인 아프로서비스그룹이란 시각이다. 즉 엄마가 형에게 주는 용돈을 덜주고 새롭게 사업을 시작한 동생에게 더 나눠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프로서비스 측은 이런 의혹에 대해 “그룹차원에서 광고비 전체를 파악하고 있지만 러시앤캐시와 OK저축은행은 엄연히 다른 회사다”며 내부거래 의혹에 대해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저축은행에 진입한 후 이를 알리기 위해 광고비를 지난해 보다 많이 집행한 것은 사실이지만 (저축은행 인수 후)대부업쪽의 광고비는 점차 줄여나는 중”이라고 밝혔다. 다른 저축은행도 답변은 대동소이했다.
 
고금리 대출 전년보다 2배 증가
제도권 비용 20% 감축 의도 무색
 
의혹을 듣고 있는 업체들의 입장과 달리 금융권에서는 대부업계 저축은행의 광고 물량공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익명의 금융권 한 관계자는 “저축은행 광고라도 해도 단박 대출, 신속 대출을 강조하는 대부업체 광고와 하등에 다를 바가 없다”면서 “저축은행 대출 광고로 인한 부작용과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광고에 대한 규제와 심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금융당국에서도 업계의 우려를 인지하고 저축은행의 광고 증가 상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는 상태다. 최건호 금융감독원 저축은행감독국 국장은 “금융당국도 애초 이런 풍선 효과를 인지하고 있었지만, 대부업보다 저금리인 저축은행 상품을 알리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판단하에 지켜보는 입장이었다”면서 “인수조건 불이행에 대한 문제점을 인지한 이상 대부업 광고의 노출 빈도나 내용에 있어서 문제가 있는지 검토할 계획”임을 밝혔다.
 
 
대부계열 저축은행들의 광고 증가에 우려를 표명하는 이유는 이들 저축은행의 주력 상품이 높은 금리의 개인 신용 대출이기 때문이다.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대부업계 저축은행의 대출 규모는 전체적으로는 1조9536억원에서 1조4657억원으로 25%로 감소했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업계의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대출 구성면에서 기업대출이 1조5829억원에서 4689억원으로 70% 감소한 반면 개인 신용대출은 2655억원에서 8482억원으로 219% 급증했다. 기업부문 대신 개인신용 대출을 강화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특히 OK저축은행의 신용대출금액은 기존 저축은행 인수 후 개인대출이 약 287배 증가한 577억원으로 집계됐다. 일본계인 친애 저축은행 또한 인수 후 3413억원 증가한 5320억원의 신용대출 실적을 올린 것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문제는 이들의 개인신용대출 대부분이 연 25% 이상의 고금리 대출이라는 데 있다. 웰컴·OK 저축은행 등이 취급하는 주력 상품 대부분이 연 25%이상의 고금리 상품이다. 국감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 의원이 “대부업체가 간판만 저축은행으로 바꾸고 금융기관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사실상 기존의 고리대금 행태를 지속하고 있다”며 비판한 부분도 충분히 납득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지주계열 저축은행 관계자는 “대부업체의 저축은행 진출은 서민 금융을 제도권에서 관리하는 차원에서 긍정적이 면이 있지만, 최근 과도한 고금리 대출 상품 광고로 저축은행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게 바뀔 수 있다”며 고금리 대출에 대한 광고비 급증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대부업 습성 여전
 
반면 지난 10월 초에 만난 금융감독원 한 관계자는 “저축은행 인수로 대부업 계열의 금리가 연 34.9%에서 29.9%로 5%포인트 하락한 측면이 있다”면서 “인수 조건으로 내건 최고 금리 29.9%선을 지키고 있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 금융당국이 실태 점검을 표방하고 있지만 다양한 금리의 금융상품 개발이나 금리 인하를 유도하려는 의지가 있는지는 의문스럽다는 게 업계의 평이다. 
 
대출을 권하는 광고 홍수 속에 저축은행을 찾은 서민들은 고금리에 놀라고 금융 당국의 무관심에 상처만 깊어갈 뿐이다.
 
 
<kt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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